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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클 멤버들 /사진=피클 제공"미스터리할 정도로 빠르게 성장했다."
양형준 베이스벤처스 이사는 AI 기반 실시간 아바타(클론) 서비스를 개발하는 스타트업 '피클'에 투자한 이유에 대해 "피클은 최근 만난 스타트업 중 가장 빠른 속도로 성장하며 성과를 내고 있는 팀"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지난해 9월 설립된 피클은 'AI 기반 온라인 나 인프라 구축'이라는 비전을 바탕으로, 카메라 없이도 사용자 얼굴과 음성을 실시간 재현할 수 있는 'AI 셀프' 서비스를 개발해 운영 중이다.
피클은 기술력과 확장성을 바탕으로 최근 60억원 규모의 시드투자를 유치했다. 이번 투자에는 베이스벤처스를 비롯해 실리콘밸리 VC(벤처캐피탈)인 레벨 펀드, 파이어니어 펀드, 와이콤비네이터(YC) 졸업생인 쿨비어 타가와 네이트 매더슨 등 미국계 엔젤투자자들이 참여했다.
이에 앞서 프리시드 라운드 때는 국내 크루캐피탈을 비롯해 실리콘밸리 VC 엔에프엑스(NFX), YC에서 투자를 받았다. 특히 경쟁률이 200대 1이 넘는 것으로 알려진 YC의 2025년 겨울 배치(W25) 프로그램에도 선정되며 보다 전문적인 멘토링과 함께 스케일업 기회도 확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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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시 3개월, 유료고객 1000명 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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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피클
피클 사용자는 6초간 얼굴 스캔만으로 자신의 클론을 생성할 수 있고 이를 줌(Zoom), 구글 미트(Google Meet), 마이크로소프트 팀즈(MS Teams), 애플 페이스타임(Apple FaceTime) 등 모든 화상회의 플랫폼에서 활용 가능하다.
자체 개발한 음성-영상 생성형 AI 파운데이션 모델을 사용하며, 이 모델은 초저지연(Ultra-low latency) 환경을 구축해 음성과 영상 사이의 지연을 최소화하고 사용자의 언어와 화법에 맞춰 표정과 입 모양을 정확하게 구현한다.
영어·한국어뿐 아니라 어떤 언어라도 발음과 유사한 입모양을 지원한다. 아울러 딥페이크 오남용 방지 모듈을 탑재해 보안성과 신뢰성도 확보했다.
피클의 서비스는 화상 회의의 편의성을 크게 높인다. 침대에 누워 있거나 운전 중이거나, 식사를 하면서도 음성만으로 회의에 참여할 수 있다. 글로벌 기업 임직원처럼 시차 등으로 업무시간 외 화상회의 참석이 잦은 경우 복장 등 카메라 밖의 상황을 고려하지 않아도 편하게 회의에 임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서비스는 초기부터 높은 호응을 얻었다. 지난해 10월 오픈베타 출시 후 3개월 만에 전세계 1000명 이상의 유료 고객을 확보했으며 이 중 70%는 미국, 20%는 유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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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자 대신 미팅 참여하는 아바타도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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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클의 법인 설립 전부터 창업팀을 만났던 양형준 이사에 따르면 피클의 초기 BM(사업모델)은 지금과 완전히 달랐다. 육아 워킹맘을 위한 소아과 상담 앱 서비스를 운영하다가 잘 안되자 새로운 SNS를 기획했었고, 다양한 피벗을 거쳐 지금의 BM에 정착했다.
양 이사는 "피클 팀이 미국을 한 달간 다녀온 뒤 AI가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가능성을 보고 지금의 아이디어를 구체화했다고 한다"며 "지금의 BM은 무료버전 없이 유료로만 서비스 되고 있는데, 사용자가 계속 증가하며 매출도 굉장히 빨리 성장하고 있다"고 했다.
피클의 서비스는 더 넓은 확장성을 갖고 있다는 판단이다. 피클은 사진 1장만으로도 클론을 생성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고도화할 계획이다. 그는 "지금은 줌을 많이 사용하는 전문직 종사자들이 주 고객층이지만 점차 아바타 전반으로 확장하며 고객층을 넓혀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립싱크를 대신해 주는 수준을 넘어 궁극적으로는 사용자 대신 미팅에 참여할 수 있는 아바타가 등장할 수 있고, 이 경우 동시에 10개의 미팅에 자신의 아바타를 넣어 회의를 진행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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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소통을 100배 확장시킨다는 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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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 이사는 '1000조원 기업가치', '10억명이 매일 쓰는 서비스를 만들고 싶다'고 호기롭게 말하는 박채근 피클 대표의 야망에 끌렸다고 한다. 그는 "논리나 경험적으로 설명이 안 될 정도의 성장 곡선을 계속 그려가 주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피클은 화상회의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고 그 과정에서 얻은 데이터를 바탕으로 개인의 생각까지 대변할 수 있는 클론을 개발해 인류의 소통을 100배 확장시키겠다는 비전을 설정했다.
박채근 대표는 "올해 생성형 비디오 AI는 그 어느 때보다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며 "피클은 사람들이 자기 자신을 표현하고 다른 사람과 소통하는 가장 일상적이면서도 혁신적인 AI 제품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했다.
이상준 피클 공동창업자는 "다음달 예정된 '피클 2.0' 론칭을 통해 사용자층을 확대하고 수집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샌프란시스코에 AI 리서치팀을 설립해 자체 모델을 개발하는 데이터 플라이휠을 구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