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窓]오늘은 어느 카페를 가볼까?

한상엽 소풍벤처스 대표 기사 입력 2022.08.16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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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FO칼럼] 한상엽 소풍벤처스 대표

한상엽 소풍 대표 /사진=이민하
한상엽 소풍 대표 /사진=이민하
"거기 그 식당 가봤어요? 그 옆에 새로 생긴 카페는요?" 성수동에 터를 잡고 일하는 사람들이 만나면 빠뜨리지 않고 나누는 이야기는 근래 새로 생긴 식당이나 카페에 대한 이야기다. 새로 생긴 공간에 가보는 재미가 쏠쏠하기 때문이다. 지금 이 글을 쓰는 곳도 옛 공장을 개조해 높은 층고가 유난히 두드러지는 성수동의 대표적 카페 중 한 곳이다. 성수동이 홍대나 가로수길에 필적하는 동네로 뜬 지 수년이 지났다. 이곳은 여전히 젊은 사람으로 북적인다. 곳곳에 들어선 지식산업센터와 마천루에 입주한 기업들로 평일 저녁에도 빈자리를 찾기 어려운 식당이 많다.

골목 구석구석 자리한 크고 작은 편집숍과 카페, 레스토랑 덕분인지 성수동은 서울에서도 손꼽힐 정도로 임대료가 비싼 동네가 됐다. 처음에는 동네 주민 콘셉트로 새로 생긴 카페나 레스토랑이라면 일부러 가보기도 했다. 궁금한 마음과 반가운 마음, 새로운 공간이 주는 설레는 마음 때문이다. 그러다 어느 순간부터 새로 생긴 카페나 레스토랑에 가보는 것을 포기했다. 새롭게 생기고 없어지는 공간이 너무나 많아졌다. 마음을 주며 오래 다닐 '단골가게'는 이래저래 줄었다.

도대체 이렇게나 많은 카페나 레스토랑이 새로 생겼다가 다시 없어지는 것이 말이 되는 걸까. 크고 작은 가게가 모여서 성수동의 독특한 골목 분위기를 만들어가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다만 사업적 관점에서는 서로 경쟁관계에 놓이는 이 많은 자영업자가 각자 버텨낼 수 있을 정도로 운영될지 의문이다. 지난주에도 이번주에도 이렇게나 많은 카페와 식당 가운데 누군가는 새 간판을 달고 새 공간을 연다.

'새로운 점포를 열면서 살아남을 수 있으리라, 생존을 넘어 지역을 대표하는 명소로 발돋움할 수 있으리라.' 신입 사장님들의 눈은 희망과 기대로 빛이 난다. 하지만 현실의 벽은 높고 단단하다. 우리나라 요식업계 자영업자의 1년 이내 폐업률이 40%에 달한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나라 전체 경제인구 가운데 자영업자의 비율은 무려 25%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의 2배이자 창업의 나라인 미국의 3배가량이다. 이번주 새로 문을 연 공장 느낌의 카페 자리에는 얼마 전까지 세련된 인테리어의 다른 카페가 있었다.

너무나도 많은 사람이 자영업에 뛰어드는 것은 우리가 마주한 현실이다. 성수동의 공간은 그만큼 자주 빨리 바뀐다. 우리나라 자영업자의 절반은 3개월도 되지 않는 준비기간을 거쳐 개업한다. 한편으로는 음식조리, 매장운영, 아르바이트 인력관리, 금전출납과 공간관리, 접객 등 아무리 작은 공간이라도 소요될 수밖에 없는 일들을 3개월 안에 모두 익히고 준비한다는 게 가능한 일인지 의문이다. 이들이 바삐 자영업 전선에 나설 수밖에 없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가족을 부양해야 한다는 책무 때문일 수 있다는 생각에 이르자 미흡하고 미숙한 부분들이 더 안타깝게 느껴진다.

한때 일본 영화 '카모메식당'이나 드라마 '심야식당' 등이 인기를 끌었다. 작은 식당을 찾는 사람들에게 소소한 일상의 위로와 공감을 전달하는 공간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줬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도 좋아하는 사람이 많았던 것 같다. 영화나 드라마는 허구의 이야기에 불과하지만 그것을 보는 시청자들의 마음은 진짜다. 마음 둘 좋은 가게들이 현실에서도 오랫동안 그 자리에 있어 줬으면 하는 바람일 것이다.

오늘은 어느 카페를 가볼까. 성수동의 골목풍경을 바꿔내는 새로운 공간들의 틈바구니에서 여전히 남아 있는 익숙한 곳으로 발길이 향한다.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오르내릴 만한 맛집도 아니고 '골목식당'에 나올 법한 미숙한 가게는 더더욱 아닌 아주 적당한 카페다. 엄혹한 현실 속에서도 바뀌지 않는 공간이 남아 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위안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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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 사진 한상엽 소풍벤처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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