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실리콘밸리를 방문했을 때다. 스탠포드대학 한 창업팀에 투자하던 투자자들과 식사를 할 기회가 있었다. 실리콘밸리 전문가들이 어떻게 수많은 창업팀들의 옥석을 가리는지 그 비법을 물었다. 우리가 모르는 어떤 계량화된 지표가 있나 해서 질문한 것인데 그 대답이 의외였다. 이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중 하나는 창업자가 '창업한 이유'였다. 어떤 이유가 중요한지 되물었더니 단순히 '돈을 많이 벌기 위해서' 또는 '자기 회사를 갖고 싶어서'보다 '기존의 시스템이 답답해서' 창업하는 사람들이 성공할 확률이 높기 때문이라고 했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지만 기존 기업시스템에서 추진하기 힘들거나 다른 사람들이 믿어주지 않아서 창업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 경우 창업자들은 기존 시스템과 다른 새로운 방법을 찾기 위해 창업을 선택하는 것이며, 많은 경우 꿈을 이루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듣고 보니 스티브 잡스가 했던 말이 생각났다. 애플 창립 초
안준모기자 2024.02.25 18:05:00우리나라에서 벤처투자 관련 주요한 민간 투자기관은 중소기업창업투자회사(이하 창투사, 중소벤처기업부, 벤처투자법), 신기술사업금융전문회사(이하 신기사, 금융위원회, 여신전문금융업법), 일반지주회사 소속 기업형 벤처캐피탈(이하 CVC, 공정거래위원회, 공정거래법) 등이 있다. 각 민간 투자기관의 주요한 역할은 신기술 중심의 창업·벤처·중소기업 등에 주로 투자해 발생한 이익을 투자자들에게 나눠주는 것으로 본질상 동일하다. 하지만 이들 민간 투자기관을 관리하는 부처와 관련 법률은 상이해 이로 인한 규제 차이가 발생하고 있다. 예를 들어 벤처투자법의 적용을 받는 창투사는 설립 자본금 20억원이 필요하지만 여신전문금융업법의 적용을 받는 신기사는 설립 자본금 100억원이 필요하다. 또한 창투사는 운용 중인 총자산의 50% 이내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비율 이상을 벤처기업 등 법에서 정한 기업에 반드시 투자해야 하는 등 투자 관련 규제를 받고 있다. 반면 신기사는 규약상 신기술 사업자에게 투자하면
배승욱기자 2023.08.13 14:20:23우리가 접하는 새로운 용어들 중에 부연 설명 없이 그 자체로 이해가 가는 용어가 있다면 좋은 용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재 우리가 쓰고 있는 전문용어들 가운데 상당수는 일본을 통해 들여온 경우가 많다보니 단어만 보고 그 뜻을 직관적으로 유추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대표적인 사례가 '사내 기업가정신(corporate entrepreneurship)'이다. 기업가정신에도 이미 기업이라는 의미가 있는데, 그 앞에 '회사 내부'라는 말(사내)까지 붙었으니 한 번에 이해하기 어려운 게 무리도 아니다. 사실 '사내 기업가정신'은 혁신적이고 모험적인 사고를 통해 회사에 새로운 기회와 가치를 창출하는 과정으로, 새로운 제품·서비스를 개발하거나 새로운 벤처기업에 투자함으로써 기업을 성장시키는 신사업 창출 일련의 과정을 뜻한다. 그간 우리가 개인 단위의 창업을 강조하며 간과해 왔지만 개인의 창업만큼이나 기존 기업의 혁신적인 도전, 즉 사내 기업가정신도 창업생태계를 형성하는 중요한 축이다. 지
안준모기자 2023.07.10 11:12:22톨스토이의 명작 '안나 카레니나'를 읽으면 "행복한 가정은 모두 모습이 비슷하지만 불행한 가정은 그 불행한 이유가 제각기 다르다"라는 구절이 나온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행복한 기업은 훌륭한 인재와 우수한 기술, 넉넉한 자본, 그리고 시장 상황의 호조 등이 모두 잘 뒷받침되어 사업이 잘 되고 이윤이 창출된다. 하지만 불행한 기업은 인재 및 기술이 부족하거나, 경쟁력이 취약하거나, 투자나 영업력이 미흡하는 등 그 원인이 제각기 다르고 사실상 이러한 문제점들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어 그 난관의 해결책도 간단치 않다. 지난해부터 가파른 대출금리 상승과 인플레이션에 따른 경기둔화 등으로 인해 모든 기업들이 힘들지만 스타트업의 상황은 특히 녹록치 않다. 글로벌 주식시장 분위기가 좋지않은 상태에서 자금회수를 위한 기업공개(IPO) 시장이 얼어붙고, 정부정책 지원금과 시중 유동자금이 예전보다 메말라 투자금을 유치해 기술을 개발하기도, 훌륭한 인재를 영입하기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렇게 급변하는
윤지환기자 2023.06.04 10:00:00글로벌리서치 기관인 CB인사이츠에 따르면 스타트업 투자유치가 모든 단계에서 확연히 줄어드는 추세다. 글로벌 스타트업 투자유치 건수가 금년 1분기 대비 2분기 들어 20% 이상 감소했다. 얼마 전 참석한 스타트업 관련 컨퍼런스에서도 많은 이들에게서 소위 '스타트업의 겨울'이 회자됐다. 실제 최근 투치유치를 진행하고 있는 스타트업 대표들은 연초 대비 훨씬 어려운 상황임을 체감하고 있다고 한다. 투자를 약속했던 기관에서 투자 결정을 보류하거나 심지어 기업가치를 이전 단계보다 낮추는 경우도 있다는 전언이다. 벤처캐피털(VC)업계 역시 IPO(기업공개)를 통한 회수가 쉽지 않아 졌기에 투자 재원을 유지하기 위해 투자 결정에 이전 보다 훨씬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 사실 작금의 스타트업의 겨울은 충분히 예측 가능했지만 위기의 징후들에 대해서 애써 외면하고 방치했던 결과인지도 모른다. 미국과 중국간의 패권 경쟁과 과도한 유동성 등으로부터 발생되는 위험은 충분히 예견됐다. 글로벌 경기 침체와 불확
서상봉기자 2022.08.16 16:20:28위대한 창업자로 칭송받는 스티븐 잡스도 초등학교 시절에 학교를 자주 빼먹는 말썽꾸러기였다. 도통 학교에 마음을 못 잡던 그는 우연히 히스키트라는 전자 조립키트를 접하면서 전자제품의 작동원리에 푹 빠지게 된다. 열두 살이었을 때 잡스는 전화번호부를 뒤져 휴렛팩커드(HP)의 창업자이자 CEO(최고경영자)인 빌 휴렛에게 전화를 걸었고 휴렛에게 주파수 계수기를 만들고 싶다며 남는 부품이 있는지를 물어보았다. 휴렛은 잡스의 고민을 친절하게 상담해줬다. 그가 HP에서 방과 후 수업을 들을 수 있도록 해줬을 뿐 아니라 후에 함께 애플을 창업하게 되는 스티브 워즈니악과 HP에서 인턴으로 일하는 기회를 제공했다. 잡스는 HP에서 단순한 조립, 신문배달, 재고품 정리 등을 맡았지만 다른 층에서 일하는 엔지니어들과 더 친해졌으며 다양한 전자기기를 접하게 된다. 이런 경험을 통해 훗날 본인이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일지 어렴풋이 꿈꾸게 된다. 흔히 창업가의 조건 중 하나로 기업가정신(entrepreneurs
안준모기자 2022.08.16 16:19:13대기업의 스타트업 오픈이노베이션 활동이 활발해지고 있다. 활동 기업의 수도 많아졌고 활동량도 늘었고 그 방식도 다양해졌다. 기업주도형 벤처캐피탈(Corporate Venture Capital)을 설립해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사내벤처 프로그램을 통해 컴퍼니빌딩을 하고, 기업주도형 액셀러레이터(Corporate Startup Accelerator)를 운영하면서 초기 스타트업과 협업을 시도하고 있다. 몇몇 기업들은 해외에서나 보던 인재채용을 위한 인수합병도 하고 있다. 대기업 뿐만 아니라 중견기업, 중소기업, 공공기업까지 분위기가 급속히 번져가는 추세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무엇보다 기업 자체를 대전환하지 않으면 미래에는 생존하기 어렵다는 기업들의 위기의식이 높아졌다. 산업화 시대에 기업의 번성을 이끌었던 그 시대에 최적화된 기업의 구조, 방식, 문화, 인재 등 기업 고유의 유산이 포스트산업화 시대에는 오히려 불리하게 작용한다는 것을 기업들이 깨닫기 시작했다. 그리하여 산업화 시대의 기
최항집기자 2022.08.16 16:18:41종종 서점에 들른다. 정작 책은 주로 인터넷서점에서 구입하지만 서점이 주는 분위기와 냄새를 좋아하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하는 일이 벤처투자, 스타트업과 관련된 일이다 보니 빼놓지 않고 들르는 서가는 경제·경영분야다. 다소 개인적이고 편향적인 관점으로 본 최근 서가에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나 기후위기에 대한 책이 많아졌다. 사실 이렇게나 빠르게 ESG가 확산할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다. ESG 평가결과에 따라 자본시장에서 주가나 금리 등으로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대기업들이 발 빠르게 움직이니 이들을 주된 고객사로 보유한 전략컨설팅이나 회계·재무컨설팅업체들이 서비스와 솔루션을 제시하느라 분주하다. ESG스타트업이라는 말도 흔히 사용되는 시대가 왔다. 분명히 다가올 미래였지만 막상 현실로 성큼 다가오니 가끔은 어안이 벙벙하다. 특히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임팩트투자사에 몸담고 있는 입장에서 ESG를 바라보면 생각이 복잡해질 때가 많다. ESG가 비즈니스의 기본문법으로 자리잡고 ES
한상엽기자 2022.08.16 16:18:26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에서 사람들이 비영리 기관에 갖는 10가지 오해를 소개한 적이 있다. 몇 가지만 열거하면 △운영이 쉽다 △수익을 낼 필요가 없다 △기부가 유일한 자금이다 △착한 일을 하는 자기 헌신적 사람들이다 등이다. 기사 제목이 '비영리 활동에 대한 10가지 가장 큰 오해'였으니 다 알려진 것과 다르다는 주장이었을 것이다. 시중 은행과 주요 금융기관의 기부로 설립된 은행권청년창업재단(이하 디캠프)은 지난 10년간 한국 창업생태계 활성화에 큰 기여를 했다고 평가받는다. 초대·2대에는 언론인 출신, 3대엔 금융인 출신이 수장을 맡아 창업생태계를 선도하는 최고의 기관으로 성장시켰다. 이어 필자가 2021년초 무거운 책임감을 가지고 디캠프를 맡았다. 벤처 1세대 창업가로서의 경험을 살려 디캠프와 창업 생태계 활성화에 기여하고 싶었다. 비영리 기관도 경영의 대상이 돼야 한다고 피터 드러커는 얘기한다. 비영리 기관은 일반 회사 조직에 요구되는 효율과 혁신으로부터 동떨어져 있다는 오해를
김영덕기자 2022.08.16 16:17:52통계청과 한국고용정보원 자료에 의하면 대한민국 면적의 약 12%에 불과한 수도권에 총 인구의 약 51%가 살고 있고 상위 1000대 기업의 약 74%가 몰려 있다. 새로운 일자리의 태동인 스타트업의 상황도 비슷하다. 스타트업 비영리 협력단체인 스타트업얼라이언스의 발표자료에 의하면 10억원 이상 투자받은 스타트업의 약 80%, 100억원 이상 투자받은 스타트업의 약 85%가 서울에 근거를 두고 있다. 수도권 집값 급등과 지방소멸 등 대한민국이 직면한 여러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지역에 스타트업을 유치해 활력을 불어넣어야 한다. 이를 위해 3가지 유인책이 필요하다. 첫째, 지역내 스타트업 육성기관에 대한 지원이다.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고수익을 기대하고 창업을 하는 백만 개 정도의 기술 사업 아이디어 중 IPO(기업공개)까지 가는 기업은 불과 6개에 그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ICT중소기업실태조사에 따르면, 조사대상자의 45.5%가 창업관련 지식과 능력, 그리고 경험의 부족을 장
윤지환기자 2022.08.16 16:17: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