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窓]비영리기관도 스케일업 중

김영덕 디캠프·프론트원 상임이사 기사 입력 2022.05.02 0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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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FO칼럼]

김영덕 프론트원 센터장 인터뷰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김영덕 프론트원 센터장 인터뷰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에서 사람들이 비영리 기관에 갖는 10가지 오해를 소개한 적이 있다. 몇 가지만 열거하면 △운영이 쉽다 △수익을 낼 필요가 없다 △기부가 유일한 자금이다 △착한 일을 하는 자기 헌신적 사람들이다 등이다. 기사 제목이 '비영리 활동에 대한 10가지 가장 큰 오해'였으니 다 알려진 것과 다르다는 주장이었을 것이다.

시중 은행과 주요 금융기관의 기부로 설립된 은행권청년창업재단(이하 디캠프)은 지난 10년간 한국 창업생태계 활성화에 큰 기여를 했다고 평가받는다. 초대·2대에는 언론인 출신, 3대엔 금융인 출신이 수장을 맡아 창업생태계를 선도하는 최고의 기관으로 성장시켰다. 이어 필자가 2021년초 무거운 책임감을 가지고 디캠프를 맡았다. 벤처 1세대 창업가로서의 경험을 살려 디캠프와 창업 생태계 활성화에 기여하고 싶었다.

비영리 기관도 경영의 대상이 돼야 한다고 피터 드러커는 얘기한다. 비영리 기관은 일반 회사 조직에 요구되는 효율과 혁신으로부터 동떨어져 있다는 오해를 탈피해야 한다. 사업 활동을 지표화하고, 그 지표를 관리하면서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 경영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영리 법인은 이윤이 성과 지표라 재무제표를 확인하면 되지만, 비영리 법인은 이윤 창출이 주목적이 아니기 때문에, 재무적인 성과로 평가하기 어렵다. 대신 설립 목적에 맞는 서비스를 효율적으로 전달하는지 파악할 수 있는 지표를 만들 필요가 있다.

지난 10년간 디캠프는 창업자를 위해 디데이, 디매치, IF페스티벌, 디오피스 등 매우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했고 만족도도 높았다. 하지만 업무량이 포화 상태였다. 이 상태가 지속되면 창업자들의 만족도 저하와 함께 직원들의 피로도가 상승할 게 자명해 보였다. 창업자들의 요구를 듣고 만들다 보니 프로그램의 수가 너무 많았다. 선택과 집중이 필요했다.

열정을 넘어 애정을 투여하는 직원들에게 프로그램의 수를 절반으로 정리하자고 말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다. 디캠프는 공감과 소통을 통해 일하는 조직 문화를 가지고 있다. 조직 전체의 공감대 없이는 변화의 긍정적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웠다. 구성원들의 공감과 합의를 만드는데 1년이라는 시간이 소요됐다.

이런 이해와 공감을 바탕으로 디캠프 사업의 활동을 좀 더 심플하게 지표화하려고 노력했다. 비영리 기관은 단순히 착한 사람들이 좋은 일을 하는 조직이 아니라, 사회적 선(善)을 실천하는 전문가가 모인 곳이다. 지표를 정량화 하더라도 프로그램의 방향성에 더 집중하고 개인의 평가에는 반영하지 않기로 했다. 열정을 넘어 애정을 가지고 일하는 이들에게 지표를 통한 개인의 평가를 전제로 하는 것은 그들의 열정에 찬물을 끼얹는 것과 같다. 지표는 우리가 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역할로 충분하다.

좀 더 목표 지향적인 조직으로 변화시키기 위해 전문성을 갖춘 킬링 프로그램의 강화와 확장을 서둘렀다. 디캠프 대표 프로그램으로 스몰석세스(Small Success)를 만들고 이를 지표화 할 수 있는 건 '오피스아워' 만한 게 없었다. 2013년 이후 많은 창업자의 고민 상담소 역할을 해 온 이 프로그램은 2020년에 31회 진행했는데, 지난 해 이 프로그램의 개최 횟수를 5배까지 확대했다. 대신 몇몇 타 프로그램을 폐지했다. 성과는 바로 나타났다. 지난 해 170회 돌파에 이어 2022년에는 200개까지 늘리겠다는 목표를 담당팀이 먼저 제안했다. 오피스아워는 지난 달 기준 올해 벌써 53건이 개최됐고, 284명의 창업자가 전문가의 상담을 받았다.

오피스아워에서의 스몰석세스는 투자 사업으로도 확대했다. 올해 투자 기업수는 25개로 지난 해 대비 2배 가까이 늘리고, 펀드 출자도 4배로 확대해서 올해 240억원으로 최소 15개의 펀드 조성에 참여할 예정이다. 지난 9년간 26개의 펀드를 조성한 것과 비교하면 이례적으로 공격적이다.

매월 열리는 스타트업의 데뷔 무대인 디데이도 지역리그, 캠퍼스 리그 등으로 다양화하면서 행사 횟수를 2배로 늘리고 있다. 본선 경쟁률도 24대 1로 높아졌다. 큰 폭의 인원 증가없이 사업별 고객이 작게는 2배 많게는 5배로 늘었다. 고객인 스타트업이 대폭 늘어나고, 고객 경험의 빈도가 늘어나니 인지도와 평판이 더 좋아졌다. 지난해 고객 경험 증대의 효과로 올해는 스타트업이 가장 좋아하는 기관이 되고 싶다. 지난 해에 이어 올해도 선택과 집중을 통한 효율 증대로 고객인 스타트업의 수를 대폭 늘일 것이다.

은행권청년창업재단 디캠프는 오늘도 스타트업처럼 스케일업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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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 사진 김영덕 디캠프·프론트원 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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