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예심 하세월…IPO 지연에 '속타는' 창업자, '답답한' 투자자

송정현 기자 기사 입력 2026.02.05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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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거래소 상장예비심사 결과 소요 시간/그래픽=최헌정
한국거래소 상장예비심사 결과 소요 시간/그래픽=최헌정


한국거래소의 상장예비심사 기간이 길어지면서 상장을 추진하는 벤처·스타트업과 이를 통해 투자 회수에 나서려는 VC(벤처캐피탈) 업계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국내 회수 시장에서 IPO(기업공개)가 주요 출구로 기능하는 가운데 상장예비심사 지연이 장기화할 경우 투자 회수 일정이 늦어지며 벤처생태계 전반의 자금 선순환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지적이 나온다.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상장예비심사 승인을 받은 기업(스팩·리츠·재상장 등 제외)은 총 67곳이다. 이 가운데 권장 심사기간인 45영업일 이내에 승인 결과를 통보받은 기업은 8곳에 그쳤다. 전체 승인 기업의 약 10%만이 권장 영업일을 지킨 셈이다. 거래소 규정상 상장예비심사를 접수하면 접수일로부터 45영업일 이내에 결과를 통보해야 한다. 하지만 실제 지난해 상장예비심사 승인까지 걸린 평균 기간은 70.1영업일로, 권장 기준의 약 1.5배 수준이었다. 가장 심사기간이 길었던 기업의 경우 승인까지 122영업일이 소요됐다.

업계에서는 '파두 사태' 이후 거래소와 금융당국의 IPO 심사 기조가 한층 더 엄격해지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상장 이후 실적 급감으로 투자자 피해가 발생한 만큼 거래소가 매출 추정의 신뢰성이나 사업 지속성, 주요 거래처 안정성 등을 이전보다 더 면밀하게 들여다보고 있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올해 거래소의 정기 인사가 겹친 점도 향후 상장 시점을 더욱 지연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지난달 초 유가증권시장본부 상장부장과 코스닥시장본부 상장부장이 동시에 교체됐으며 이달 중 팀장급 이하 인사가 예정돼있다. 심사 실무진이 교체되면 새 담당자가 기존 심사 경과를 파악하는 데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실제로 지난해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한 기업 중 해를 넘도록 아직 승인 결과를 받지 못한 기업 21곳 중 17곳은 현재 심사기간이 45영업일을 초과했다. 이중 채비는 심사 기간이 135영업일을 넘기며 기존 최장 기록(122영업일)을 경신했다.

지난해 상장예비심사 기업 청구 현황, 지난해 상장 청구 기업 중 45영업일 초과 기업 비중/그래픽=임종철
지난해 상장예비심사 기업 청구 현황, 지난해 상장 청구 기업 중 45영업일 초과 기업 비중/그래픽=임종철


상장 일정 지연은 자금 여력이 부족한 벤처·스타트업의 부담을 키운다. 상장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영업 활동을 병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 제출 서류 보완이나 정정으로 예심 결과 통지가 지연될 경우 관련 비용 역시 누적된다. 지난해 코스닥 시장에 입성한 바이오 기업 관계자는 "지난해 5월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했지만 승인 결과는 10월에야 나왔다"며 "상장이 지연되면서 공모 자금이 언제 유입될지 가늠하기 어려워졌고 이로 인해 다음 연도 사업 계획을 수립하는 데도 불확실성이 커졌다"고 말했다.

VC 업계에는 투자 회수 시점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는 점이 큰 부담이다. 한 VC 관계자는 "어렵게 거래소의 상장 문턱을 넘더라도 금감원의 증권신고서 정정 요구가 이어지는 경우가 있다"며 "이 경우 해를 넘기면서 상장 자체가 불투명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VC관계자는 "심사 기간이 길어진다는 것은 결국 거래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며 "상장을 추진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미승인' 결정을 받기보다는 심사를 자진 철회한 뒤, 요건을 보완해 재도전하는 편이 더 합리적이다"라고 말했다. 심사 '미승인' 꼬리표 보다는 '심사 철회'가 추후 IPO 가능성을 높인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지난해 상장 예비심사를 자진 철회한 기업은 총 34곳에 달했으며, 이 중 31곳이 거래소가 제시한 권장 심사 기간인 45영업일을 이미 초과한 상태였다. 특히 싸이몬의 경우 심사 기간이 100영업일을 넘기면서 자진 철회를 선택했다.

벤처업계에서는 회수 일정이 예측 가능하도록 △거래소 내 코스닥 상장 심사 인력 보강 △딥테크 기업의 별도 상장 심사 기준 마련 등을 해결책으로 제시한다. 한 바이오 기업 관계자는 "상장 준비 과정에서 거래소 내 바이오 산업에 대한 이해를 갖춘 심사 인력이 부족하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바이오 등 기술 기업은 특허와 기술 구조에 대한 전문적 검토가 필수적인 만큼, 관련 전문성을 갖춘 인력 보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벤처업계 관계자는 "AI(인공지능)와 로봇 등 딥테크 기업의 경우 실적보다는 기술의 혁신성에 더욱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일반 기업과 동일한 잣대를 적용하기보다는 이들 기업의 증시 진입 문턱은 낮추고 상장 이후에는 엄정한 기준을 적용하는 '다산다사(多産多死)' 구조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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