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성장 넘어 '실패'도 정책과제로…국회서 제도 대안 모색

최태범 기자 기사 입력 2026.07.22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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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국회에서 열린 '스타트업 마무리 정책 대안 포럼' 참석자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스타트업얼라이언스 제공
21일 국회에서 열린 '스타트업 마무리 정책 대안 포럼' 참석자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스타트업얼라이언스 제공
"스타트업은 본질적으로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에 도전하기 때문에 실패 가능성을 내재하고 있다. 문제는 실패 자체가 아니라 한국에서는 창업의 실패가 창업자 개인의 삶의 실패로 전이되는 비용이 지나치게 크다는 점이다."

김성훈 법무법인 미션 대표변호사는 21일 국회에서 열린 '스타트업 마무리 정책 대안 포럼'에서 "창업자가 수십억원의 채무와 신용 문제를 떠안은 뒤 다시 창업하라며 일회성 사업화 자금을 지원하는 것으로는 현실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스타트업얼라이언스와 국회 스타트업 연구모임 '유니콘팜'이 공동 개최한 이번 포럼은 그동안 창업과 성장 지원에 집중돼 온 창업 정책의 범위를 폐업·청산 등 '마무리'와 '재도전' 단계까지 확장하는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아울러 사업을 정리하려는 과정에서 창업자와 투자자·임직원·채권자 등 이해관계자가 겪는 현실적인 문제를 살펴보고, 실패의 경험과 자산이 다시 생태계로 순환할 수 있는 제도적 방안에 대한 논의도 다룬다는 취지로 추진됐다.

유니콘팜 공동대표인 김한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그동안 국회가 스타트업을 어떻게 설립하고 육성할 것인지에 집중해 왔다면, 스타트업의 마무리까지 논의를 확장하는 것 자체가 하나의 발전"이라며 "논의된 과제들이 제도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살펴보겠다"고 했다.

이기대 스타트업얼라이언스 공동대표는 "창업 생태계의 진정한 선순환은 기업이 탄생하고 성장하는 과정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며 "중요한 것은 실패를 없애는 것이 아니라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실패의 경험을 자산화해 창업 생태계에 축적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마무리 과정 자체가 정책 대상 돼야"


(세종=뉴스1) 김기남 기자 =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9일 오후 대전시 유성구 대전 스타트업파크를 방문하여 재도전 창업 청년 및 전문가들과 '청년 재도전 창업 관련 현장 간담회'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6.3.6/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세종=뉴스1) 김기남 기자
(세종=뉴스1) 김기남 기자 =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9일 오후 대전시 유성구 대전 스타트업파크를 방문하여 재도전 창업 청년 및 전문가들과 '청년 재도전 창업 관련 현장 간담회'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6.3.6/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세종=뉴스1) 김기남 기자
김성훈 변호사는 '스타트업 마무리 실무상 쟁점과 정책적 대안'을 주제로 한 기조발제에서 "스타트업의 실패를 창업자 개인의 문제로만 남겨두지 않기 위해서는 폐업과 마무리 과정 자체를 정책 영역으로 다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실패 이후의 재도전 지원에 앞서 스타트업이 마무리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누가 책임지고 관리할 것인지부터 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스타트업 폐업 과정에서 투자자 동의권과 주식매수청구권, 채권자의 집행, 임직원의 임금·퇴직금, 고객 피해 등 다양한 이해관계가 동시에 충돌하지만 이를 조정할 주체가 부재하다는 진단이다.

이에 △투자·정책금융 사후관리 관행 개선 △다운라운드 등 위기 기업 의사결정의 유연성 확보 △스타트업 마무리 전담 정책 주체 마련 △이해관계자 간 조정·분쟁해결 절차 구축 △연대책임 구조 개선 등을 주요 과제로 제안했다.

패널토론에서는 최병철 한국벤처창업학회 회장이 좌장을 맡아 창업자 재기 지원 제도 개선과 이해관계자 보호 강화 등에 관한 논의를 진행했다. 최화준 전남대 경영학과 교수는 국내외 창업 실패 연구 동향을 소개하며 '사회적 낙인'을 재도전을 막는 주요 요인으로 꼽았다.

최화준 교수는 자신의 창업 실패 경험을 언급하며 "한국에서는 실패한 창업자에게 '결국 망한 것이 아니냐'는 시선이 먼저 따라오지만, 해외에서는 왜 실패했고 무엇을 배웠는지를 묻는 경우가 많았다"고 전했다.

이어 "해외 창업 실패 연구에서는 개인파산법과 주택 면책제도 등 창업 실패가 개인 삶의 붕괴로 이어지지 않도록 하는 장치가 반복적으로 논의된다"며 "실패를 단순히 없애야 할 기록이 아니라 분석·축적해 다음 도전에 활용하는 사회적 자산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조지윤 스트롱벤처스 이사는 LP(출자자)와 VC(벤처캐피탈)를 모두 경험한 투자자의 관점에서 "성실하게 사업을 마무리하려는 회사가 투자자의 동의권 행사 때문에 자진 청산을 하지 못하고, 더 많은 비용과 시간이 소요되는 파산절차를 선택해야 하는 경우가 발생한다"고 말했다.

그는 "성실한 경영 끝의 실패와 부정행위를 같은 기준으로 판단하지 않는 투자문화와 사후관리가 생태계에 자리잡아야 한다"며 "투자자가 위기 상황에서 동의권이나 상환권, 주식매수청구권 등을 행사할 때 참고할 수 있는 최소한의 원칙과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청년이 두려워하는 것은 첫 창업 아닌 첫 실패"


21일 국회에서 열린 '스타트업 마무리 정책 대안 포럼' 참석자들이 토론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스타트업얼라이언스 제공
21일 국회에서 열린 '스타트업 마무리 정책 대안 포럼' 참석자들이 토론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스타트업얼라이언스 제공
윤홍조 전 마리몬드 대표는 "청년들이 두려워하는 것은 첫 번째 창업이 아니라 첫 번째 실패"라며 "실패의 비용을 지나치게 개인에게 집중시키는 사회구조와, 창업의 시작만 지원하고 실패 이후의 경로는 충분히 설계하지 못한 정책에 문제가 있다"고 진단했다.

2012년 설립된 마리몬드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미술 작품을 디자인 패턴으로 활용해 수익금 일부를 기부했던 사회적 기업이다. 인권 보호와 폭력 반대 캠페인으로 큰 주목을 받았으나 경영난을 겪다 2024년 2월 파산했다.

윤 전 대표는 재도전 창업자와 투자자·기업·청년이 경험과 기회를 나누는 순환형 생태계인 '재도전 경험자산 순환조합'(가칭 '묻고 따블로 GO 조합')과 기존 창업지원센터를 활용한 커뮤니티 거점 '도전 살롱', 스몰 엑싯 활성화를 제안했다.

이어 "정부의 역할은 창업기업을 많이 만드는 것이 아니라 도전하는 사람을 많이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준희 중소벤처기업부 창업정책과장은 "지난해 신규 창업기업 중 창업 경험이 있는 대표가 약 29%에 이를 정도로 재창업은 창업 생태계의 중요한 축"이라며 "실패 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제도를 갖추는 것은 창업 생태계를 완성하는 필수적인 기능"이라고 했다.

이 과장은 "실패한 뒤에 지원을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이 위기에 직면하는 단계부터 회복과 재도전을 준비할 수 있는 체계가 필요하다"며 "오늘 제안된 과제들을 면밀히 검토해 관계 기관과 민간 전문가들과 함께 실효성 있는 정책으로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말했다.

최병철 교수는 "창업 생태계에서 마무리는 종결이 아니라 지금까지의 경험과 가치를 확인하고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한 과정"이라며 "실패 경험이 폐기되지 않고 다음 도전의 자산으로 쓰일 수 있도록 창업 정책의 범위를 성장 지원 이후까지 확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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