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FO칼럼] 이영민 한국벤처투자 대표이사
'난세에 영웅 난다'는 말이 있다. 위기가 찾아오면 영웅이 필요하다.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변혁적 지도자가 나타난다. 평화로운 세상에는 영웅이 필요 없다. 각자 자기 몫을 하면 세상이 순조롭게 돌아간다. 우리는 유사 이래 처음으로 수십 년간 대규모 전쟁이 없는 평화를 누리고 있다. 재난의 관점에서 본다면 영웅이 필요 없는 세상에 살고 있는 것이다.
난세를 한 치 앞을 예상하기 힘든 변화의 시기라고 정의한다면 우리는 난세에 살고 있는 지도 모른다. 모든 일을 직접 만나서 처리하던 예전과 달리 마우스 클릭 한 번으로, 휴대폰 터치 한 번으로 사람을 만나고 물건을 구매하고 있다. 100년이 넘게 내연기관으로 달리던 자동차가 플러그로 충전한 전기로 움직이고 있다. 나가서 외식하지 않고 모바일 앱으로 따뜻한 음식을 배달 받아 즐기고 있다. 오늘이 어제와 다르고, 내일은 어떻게 바뀔지 모르는 세상에 살고 있다. 우리 선조 어느 누구도 한 평생을 살면서 이렇게 빨리 바뀌는 세상을 경험하지 못했다. 10년 후의 삶이 어떻게 바뀔지 예상하기 어려운 세상이다. 그렇다 우리는 난세에 살고 있다. 그래서 영웅이 필요하다.
수년 전, 대학교수로 있는 후배가 중국에 다녀온 뒤 한탄했다. 북경대와 청화대 앞 중관촌에 이노웨이라는 거리가 있다. 창업의 중심지로 차고카페를 비롯한 현대적인 공간에 젊은 창업자들이 모여 일한다. 거리 입구 거대한 전광판에서 알리바바 창업자 마윈 등 성공한 창업자들을 마치 아이돌처럼 멋지게 보여주고 있다고 했다. 성공한 창업자들을 보여주면서 너희들도 이들처럼 창업해서 성공하라는 메시지를 끊임없이 주고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했다. 성공한 창업자가 중국 이노웨이에서 영웅이 되어 많은 젊은 창업자의 롤 모델이 되고 있는 것이다. 중국은 영웅을 만들어 젊은이들에게 꿈을 주고 있는데 우리는 그렇지 못하다고 슬퍼했다.
창업 세계의 영웅은 창업자의 롤 모델이 되고 세상을 바꾸는 사업을 시도하게 하는 점화 플러그다. 불행히도 우리는 영웅을 만드는데 인색하다. 구글이 장악한 검색시장에서 살아남아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는 네이버 이해진 창업자, 세계 최초로 게임시장에서 부분유료화를 적용한 넥슨 김정주 창업자 등 이 시대를 이끈 기업의 창업자를 우리도 가지고 있다. 이들이 우리의 영웅 아닌가. 젊은이에게 이런 창업세계의 영웅이 필요하다. 창업이라는 시대정신을 오롯이 품은 우리들의 영웅 말이다.
성공한 창업자에 대한 인색한 평가는 창업생태계 성장에 걸림돌이다. 다행히 성공한 창업자에 대한 평가가 최근에 호의적으로 바뀌고 있다. 카카오 김범수 창업자, 우아한 형제들의 김봉진 창업자 등이 재산 상당액을 사회로 환원하겠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들은 재산을 기부해서가 아니라,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기업을 성장시키고 사람들에게 이전에 누리지 못한 편의와 혜택을 제공한 창업자이기 때문에 존경받아야 한다. 그들이 바로 대한민국의 영웅이고 창업의 세계로 뛰어든 이들의 롤 모델이다. 바뀌는 세상의 주인공은 젊은이들이다. 이들은 닮고 싶은 영웅이 필요하다. 이제 성공한 창업자들을 가십거리가 아닌 이 시대의 영웅자리에 앉히자. 존경할 영웅이 있고, 영웅이 되기를 꿈꾸는 젊은이가 많은 대한민국을 소망한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 해군 제독을 지낸 윌리엄 홀시는 이렇게 말했다. "세상에 위대한 사람은 없다. 평범한 사람들이 일어나 맞서는 위대한 도전만이 있을 뿐이다." 이 땅에서 영웅들을 따르는 평범한 창업자들의 위대한 도전이 계속되기 바란다.
'유니콘팩토리' 기업 주요 기사
- 기사 이미지 중국도 AI발 감원 시작? "바이두, 부서별 최대 30% 감원"
- 기사 이미지 "이 주식 뛰더니 회장님 재산 상상초월"…싹 달라진 중국 부호 리스트[차이나는 중국]
- 기사 이미지 [투데이 窓]전자정부 1위의 민낯, 공공의 디지털 리스크
- 기자 사진 이영민 한국벤처투자 대표이사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