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에 나온 스타트업에 대한 보다 다양한 기업정보는 유니콘팩토리 빅데이터 플랫폼 '데이터랩'에서 볼 수 있습니다.] 조명현 세미파이브 대표가 17일 서울 영등포구 63스퀘어에서 IPO간담회에서 회사 소개를 하고 있다. /사진=김진현 기자"구글이 만든 TPU(텐서처리장치)처럼 글로벌 빅테크들은 범용 반도체가 아닌 자신들만의 전용 반도체를 원하고 있습니다. 세미파이브는 지난 5년간 수주 규모를 30배 가량 늘리며 이 시장의 폭발적인 잠재력을 실적으로 증명했습니다."
조명현 세미파이브 대표는 17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기업공개(IPO) 기자간담회에서 "급성장하는 인공지능(AI) 생태계에서 맞춤형 반도체(ASIC)는 선택이 아닌 필수"라며 이같이 밝혔다. 코스닥 상장을 통해 글로벌 맞춤형 반도체 설계 허브로 도약하겠다는 포부다.
2019년 설립된 세미파이브는 ASIC 설계 및 공급망 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디자인 솔루션 전문기업이다. 삼성전자(107,900원 ▲5,100 +4.96%) 파운드리 사업부의 디자인 솔루션 파트너(DSP)로서 ASIC 디자인 서비스와 공급망 관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한화비전(37,050원 ▲500 +1.37%) 등 주요 세트업체와 팹리스를 고객사로 두고 있으며 미국, 중국, 일본 등으로 고객사를 늘려가고 있다.
세미파이브의 핵심 경쟁력은 자체 구축한 SoC(시스템온칩) 템플릿 기반의 설계 자동화 플랫폼이다. 반도체 설계 데이터를 모듈화해 재사용하는 방식으로, 14나노 공정 과제 수행 시 기존 대비 개발 인력을 75%, 개반 기간을 56% 단축하는 효율성을 입증했다.
조 대표는 2029년 AI ASIC 시장이 350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시장 수요는 급증하고 있지만 선단 공정, 대면적 칩(Big Die) 설계, 첨단 패키징 등을 모두 수행할 수 있는 기업은 극소수라 공급 부족에 따른 기회 요인이 크다"고 말했다.
실제 글로벌 매출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45억원에 불과했던 해외 고객 매출은 올해 550억원으로 급증했다. 3분기 기준 해외 수주 금액은 1257억원을 기록해 이미 지난해 연간 수주액 1239억원을 넘어섰다.
이를 바탕으로 세미파이브는 내년 매출 2000억원 달성과 영업이익 흑자 전환을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조 대표는 "일본은 자국 내 ASIC 설계 역량이 카메라에 치중돼 있고, 중국 역시 파운드리 캐파(생산능력)와 기술 한계로 공략할 수 있는 수요가 많다"며 "데이터센터용 AI칩, 스마트글라스 등의 양산 매출이 본격화되면 수익성이 크게 개선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세미파이브는 지금까지 14곳의 글로벌 고객사를 확보했다. 현재 50개 이상의 기업과 사업 논의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국내는 물론 실리콘밸리, 인도, 베트남 등에 엔지니어링 센터를 구축해 글로벌 대응 체계를 갖췄다는 점을 자사의 경쟁력으로 꼽았다. 삼성전자 전 SoC 개발실장 출신인 박성호 공동대표를 필두로 한 리더십과 삼성전자, TSMC 등 전 세계 파운드리 생태계와의 협력 관계도 강점으로 내세웠다.
공모 자금은 3D-IC(3차원 적층) 등 차세대 기술 고도화와 M&A(인수합병) 등에 사용할 계획이다. 현재 세미파이브는 800㎟ 크기의 대형 가속기 칩에 D램 4개를 수직 적층하는 고성능 AI 칩 개발 과제를 수행하고 있다.
세미파이브는 이번 상장에서 총 540만주를 공모한다. 확정 공모가는 밴드(2만1000원~2만4000원) 상단인 2만4000원으로 정해졌다. 국내외 기관 2159개사가 참여해 경쟁률 436.9대 1을 기록했다. 예상 시가총액은 8092억원이다. 18~19일 일반 청약을 거쳐 29일 코스닥 시장에 상장할 예정이다. 주관사는 삼성증권과 UBS증권이다.
상장 후 유통 가능 물량에 대한 우려에 대해서도 입장을 밝혔다. 세미파이브는 그간 미래에셋벤처투자, LB인베스트먼트, 카카오벤처스 등으로부터 총 2400억원의 투자금을 유치했다. 상장 후 벤처캐피탈(VC) 등 기관투자가 물량은 전체 지분의 49.6%다. 김종기 세미파이브 전무(CSO)는 "전체 물량의 5.1%는 1개월 후 시장에 풀리지만 상당수 기관투자가가 자발적으로 1년 확약을 걸었다"며 "이는 회사의 중장기적 성장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설명했다.
조 대표는 "이번 IPO를 통해 기술 선점과 규모의 경제를 확보해 AI 반도체 산업의 주역이 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