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노하우로 '꿈의 소재' 난제 푼 삼성맨…친환경 K-그래핀 뜬다

김진현 기자 기사 입력 2025.12.1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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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UP스토리] 배경정 케이비엘러먼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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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경정 케이비엘러먼트 대표/사진=김진현 기자
배경정 케이비엘러먼트 대표/사진=김진현 기자
"꿈의 신소재라 불리는 그래핀 1㎏을 얻기 위해 무려 2.4톤의 산성 폐수가 쏟아져 나온다는 사실을 아십니까? 아무리 좋은 소재라도 환경을 파괴하고 비싸다면 우리 생활 속에 들어올 수 없습니다. 그래서 화학 약품을 한 방울도 쓰지 않는 '친환경 공법' 개발에 나섰습니다."

최근 경기도 파주 케이비엘러먼트 본사에서 만난 배경정 대표는 창업 배경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그래핀은 '꿈의 물질'로 불리며 주목받았고 2010년에는 관련 연구자들이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했다. 그러나 지난 10여년간 제조 과정의 환경 오염 이슈와 높은 생산 비용이 상용화의 걸림돌이 돼왔다.

삼성반도체(현 삼성전자 (108,900원 ▲1,600 +1.49%)) 출신인 배 대표는 이 난제를 반도체 공정의 노하우로 풀어냈다. 케이비엘러먼트는 화학 공정을 완전히 배제한 플라스마 방식으로 비산화 그래핀을 생산한다. 이 친환경 소재는 현재 운동화, 골프공 같은 일상에 가까운 제품은 물론 최신 스마트폰, 전기차 등 첨단제품의 핵심 소재로 공급되고 있다.


"화학물질 대신 플라스마로 생산"…삼성맨의 승부수


배 대표는 삼성반도체와 삼성디스플레이에서 21년간 근무하며 다양한 소재를 다뤘다. 그가 그래핀에 눈을 뜬 건 삼성 재직 시절 마지막 프로젝트였던 '플렉시블 디스플레이' 개발 때였다. 접었다 펴는 화면을 구현하기 위해 기존 금속 전극을 대체할 나노 소재를 찾으면서 그래핀의 가능성을 봤다.

그가 주목한 것은 기존 그래핀 생산 방식인 '화학적 박리법'의 한계였다. 흑연을 황산 등 강산에 반응시키는 이 방식은 필연적으로 유독가스와 폐수를 유발해 상용화가 어려웠다.

배 대표는 "반도체 식각 공정에서 수없이 다뤘던 것이 플라스마였다"며 "플라스마의 이온 에너지를 이용해 비화학적 방법으로 흑연을 가공하면 화학 약품이 전혀 필요 없겠다는 확신이 들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2016년 창업 후 퇴직금을 몽땅 털어 넣으며 기술 개발에 매달렸다. 플라스마 발생 장치도 직접 설계했다. 그는 "핵심 장비인 파워서플라이만 미국에서 들여오고 나머지 설비는 직접 만들었다"며 "그 결과 세계 최초로 비산화 그래핀 양산 장비를 구축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케이비엘러먼트는 비산화 그래핀 생산 공정 관련 핵심 특허를 국내는 물론 미국·유럽 등 주요 시장에도 등록하며 진입장벽을 확보했다. 케이비엘러먼트의 그래핀은 산화 과정을 거치지 않아 소재 고유의 전기적, 기계적 특성이 살아있고 유해 물질 배출이 '제로(0)'에 가깝다. 공정이 단순해지니 가격경쟁력도 생겼다. 기존 대비 10분의 1 수준으로 원가를 낮췄다.

기술력이 입소문을 타면서 2018년 시드 투자를 유치했고, 2020년부터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 (12,520원 ▲40 +0.32%) 공정에 정전기 방지용 소재를 공급하며 본격적인 양산의 길을 열었다. 현재 케이비엘러먼트의 파주 공장은 연간 2100톤 규모의 생산 능력을 갖췄다.
케이비엘러먼트 기업 개요/그래픽=최헌정
케이비엘러먼트 기업 개요/그래픽=최헌정


일상 속 곳곳에 스며든 그래핀…"2027년 국내 1호 그래핀 상장사 목표"


배 대표는 "소재 산업에서 가장 어려운 게 첫 적용 사례를 만드는 것"이라며 "모바일 방열 소재로 적용되기까지 2년이 걸렸지만, 한번 계약을 맺고 나니 빠르게 공급처를 늘려갈 수 있었다"고 말했다.

현재 케이비엘러먼트의 그래핀은 최신 스마트폰의 방열 부품에 적용되고 있다. 가격 변동이 크고 비싼 구리를 대체해 발열 문제를 잡는 소재로 주목받고 있다. 점차 얇아지는 스마트폰 유리 기판의 강도를 높이기 위한 코팅제로도 쓰인다.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의 신제품에도 이 소재가 적용될 예정이다. 배 대표는 '기존 소재보다 내구성이 60% 높아지고 무게는 14% 줄었다'며 '신발 무게 감소는 마라톤 등 육상 종목에서 기록을 뒤바꿀 수 있는 혁신'이라고 말했다.

라텍스 장갑에도 전도율 높은 그래핀을 배합해 산업 현장에서 장갑을 낀 채로 스마트폰을 오류 없이 터치할 수 있는 제품을 양산 중이다.

케이비엘러먼트 파주 공장 /사진제공=케이비엘러먼트
케이비엘러먼트 파주 공장 /사진제공=케이비엘러먼트
모빌리티 분야에서는 그래핀을 사용해 소음 억제력을 높인 차량용 흡음재를 개발했다. 전기차 발열을 잡는 배터리 방열 패드 개발도 완료했다. 일본 기업과 함께 '전고체 배터리' 분야에서도 전해질 효율을 높이는 공동 개발 계약을 맺고 기술 연구를 진행 중이다.

이러한 성과 뒤에는 경기테크노파크의 지원도 한몫했다. '유망 기후테크 기업' 지정을 통해 기술 가치를 인정받았고, 에너지 혁신기술 지원사업을 통해 전기차 배터리용 방열 패드 기술을 고도화했다. 경기테크노파크 주최 박람회에서 포스코인터내셔널과 연결돼 미국, 유럽 등 수출 판로도 열었다.

성장성을 인정받아 누적 242억원의 투자를 유치했으며 현재 120억원 규모의 시리즈B 라운드도 진행하고 있다. 배 대표는 "내년 손익분기점(BEP) 달성을 기점으로 2027년 기술특례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환경을 해치지 않는 공법으로 반도체, 디스플레이, 이차전지 등 미래 산업의 핵심 소재 기업이 되겠다"고 말했다.

※ 이 기사는 경기테크노파크의 지원을 받아 작성됐습니다.

케이비엘러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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