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에 나온 스타트업에 대한 보다 다양한 기업정보는 유니콘팩토리 빅데이터 플랫폼 '데이터랩'에서 볼 수 있습니다.] /사진=Gemini 드라마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부장 이야기' 속 김 부장은 25년간 다닌 회사를 그만둔 뒤 은퇴 이후의 삶을 두고 깊은 고민에 빠진다. 이는 40~60대 직장인이 실제로 마주한 현실과 크게 다르지 않다. 2024년 통계청에 따르면 임금근로자의 평균 퇴직연령은 53.6세로 법정 정년인 60세보다 6년 이상 빠르다.
이러한 흐름에 맞춰 중장년층 대상 재취업 시장도 진화하고 있다. 정부가 2020년부터 대기업 50세 이상 이직예정자에게 재취업지원 서비스 제공을 의무화하며 제도적 기반을 닦았다면, 민간 스타트업들은 단순한 일자리 매칭을 넘어 '교육-취업-사후관리'를 아우르는 통합 플랫폼을 선보이며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모험자본업계 또한 이들의 성장 잠재력에 주목하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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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2막, 기술 교육·재취업 돕는 '천직·이음길H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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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직은 중장년층을 대상으로 기술 교육과 일자리를 연결하는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다. 도배, 세차, 드론 방제 등 40여개 기술 교육 과정을 제공하며 화이트칼라 퇴직자들의 '블루칼라 피보팅(전환)'을 돕는다.
전국 300여개 교육기관과 제휴해 사용자가 주거지 인근에서 손쉽게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했으며, 국비 지원금과 본인 부담금을 한눈에 비교할 수 있는 정보도 제공한다. 천직의 가장 큰 경쟁력은 '결과까지 함께' 클래스다. 세차 기술 수료자에게는 초기 고객을, 도배 기술 수료자에게는 현장 프로젝트를 직접 연결해주는 방식으로 취업 과정 전반을 케어한다.
이 같은 실질적인 지원 모델 덕분에 론칭 1년 만에 1만2000명이 교육 과정을 신청했다. 2024년 8월 론칭 후 3개월 만에 전국 300개 교육기관 제휴를 마쳤고 9월에는 전국직업전문학교연합회와 업무협약(MOU)을 체결하며 인프라를 확장했다. 카카오벤처스와 한국투자파트너스 등 주요 벤처캐피탈(VC)들도 성장 가능성을 높게 평가해 투자를 단행했다.
전직 지원 전문기업 이음길HR은 대기업 퇴직자뿐 아니라 45세 이상 중소기업 재직자 등을 대상으로 재취업 컨설팅을 제공한다. 진로설계부터 직업훈련, 취업알선까지 재취업 과정 전반을 지원하며, '중장년 새출발 카운슬링', 폐업 소상공인 대상 '희망리턴패키지' 등 맞춤형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매월 정기 진행하는 '진로설계' 공개교육은 자체 교육을 진행하기 어려운 소규모 기업을 중심으로 전개하고 있다. 이러한 중소기업 맞춤형 솔루션과 AI 전직 지원 플랫폼의 성장성을 인정받아 최근 총 50억원 규모의 시리즈A 투자를 유치했다. 스마일게이트인베스트먼트와 대성창업투자가 투자사로 참여했다. 이음길HR은 투자금을 바탕으로 인공지능(AI) 기술 고도화에 집중하는 한편 하나증권을 주관사로 선정하고 기업공개(IPO) 준비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그래픽=임종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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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터 취업까지…버티컬 플랫폼 고속 성장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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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버테크 스타트업 보살핌은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취득하고도 일자리를 찾지 못하는 '장롱 면허' 문제에 주목했다. 돌봄 직무교육 서비스 '케어아카데미'를 통해 병원 동행 매니저, 생활지원사, 실버인지활동지도사 등 21개 전문교육 과정을 제공한다. 핵심은 교육이 끝이 아니라는 점이다. 수료자를 자사 돌봄 인력 매칭 플랫폼 '케어파트너'로 연결해 실제 구직 활동까지 돕는다.
보살핌은 AI 기반 매칭 시스템을 도입해 구인기관과 구직자 조건을 정교하게 분석, 평균 15시간 내에 연결한다. 2025년 기준 케어아카데미 수료자는 약 6000명에 달한다. 현재 케어파트너에는 요양보호사 20만명, 요양기관 6000곳이 등록돼 있으며, 보살핌 측은 국내 요양보호 시장의 약 20%를 점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교육과 취업을 연계한 통합 비즈니스 모델은 실적 개선으로 이어졌다. 보살핌은 2025년 상반기 월간 흑자를 달성했다. 이러한 성장성을 일찍이 알아본 VC 투자도 활발했다. 2021년 스트롱벤처스와 디지털 헬스케어 파트너스(DHP)가 시드 투자를 집행했고, 2022년에는 카카오벤처스, 굿워터캐피탈, 스마일게이트인베스트먼트 등이 프리시리즈A 라운드에 합류했다.
전문가들은 시니어 재취업 시장이 과거 단순 노무 알선에서 벗어나 교육-취업-정착을 통합 관리하는 '버티컬(전문영역) 플랫폼'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장동욱 카카오벤처스 이사는 "고령화로 중장년 재취업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며 "단순히 일자리 정보만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교육부터 자격 취득, 채용 연결까지 통합 경험을 제공하는 플랫폼이 경쟁력을 가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특히 요양, 기술직 등 특수 직군에서 정보 비대칭을 해결하고 실질적인 소득 창출을 돕는 버티컬 플랫폼의 성장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