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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경기 침체와 금리 인상 등의 여파로 '투자 가뭄'에 시달렸던 국내 바이오 업계에 다시 활력이 돌고 있다. 벤처투자 시장이 회복세를 보이는 가운데,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앞다퉈 바이오 스타트업 육성에 나서면서 K-바이오 생태계가 재도약의 기회를 맞고 있다.

30일 벤처·스타트업 업계에 따르면 각 지자체들이 바이오 분야 유망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육성하기 위해 자체적인 인프라를 구축하거나 외부 기업과 손을 잡는 사례들이 최근 잇따르고 있다.

경기도는 광교테크노밸리 바이오 유휴부지를 글로벌 바이오 허브로 육성하기 위한 개발사업에 착수했다. 이번 개발 대상지는 영동고속도로와 용인서울고속도로, 신분당선 광교중앙역 1km 내 위치해 우수한 교통 접근성을 확보했다.

특히 주변에 경기도 바이오 광역클러스터를 구성하는 200여개 기업과 공공·민간 연구기관들이 밀집해 있어 다양한 시너지가 나타날 것이란 분석이다. 경기도는 이곳을 바이오 스타트업 육성과 전문인력 양성 등 경기도 글로벌 바이오 허브 중심지로 조성한다는 목표다.

경기도는 서울대와 손잡고 '시흥 SNU 제약·바이오 인력양성 센터'도 구축했다. 서울대 미래혁신연구원이 운영하는 센터는 서울대 시흥캠퍼스 교육협력동 5층(1477㎡)에 위치하며, 의약품제조관리기준(GMP) 시설에 준하는 실습장, VR(가상현실) 실습실, 이론 교육장을 갖췄다.

이곳을 통해 맞춤형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스타트업 성장 지원 프로그램과 제약·바이오 분야 정보교류 및 네트워크 구축의 장을 마련해 연 1500명의 바이오 인력을 양성할 계획이다.
美 보스턴 '랩센트럴' 벤치마킹한 지자체 공간들

대전시는 '바이오창업원' 조성에 나섰다. 내년 상반기 준공을 목표로 하는 바이오창업원은 세계적인 바이오 창업기관인 미국 보스턴의 랩센트럴을 모델로 삼았다.

미국 동부 바이오클러스터의 중심 역할을 하고 있는 보스턴 랩센트럴은 공용실험실 운영, 스타트업 졸업시스템, 민간 중심의 투자연계 모델 등을 통해 한 공간에서 창업부터 투자유치까지 모든 것을 해결하는 것이 특징이다.

창업원이 문을 열면 초기 창업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역 바이오 기업의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이들은 그동안 만성적인 입주공간, 실험장비, 투자 부족에 시달려왔다. 대전에는 현재 600여개의 바이오 기업이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충북 오송도 랩센트럴을 벤치마킹한 바이오헬스 기술상용화센터인 '이노랩스'(INNOLabs)의 본격적인 운영에 돌입했다. 이노랩스는 국비 140억원 등 200억원이 투입된 바이오 창업기업 육성 공간으로 지하 1층, 지상 4층, 연면적 4663㎡ 규모로 마련됐다.

입주기업 공간과 GMP 시설, 신약개발 실험실, 규제과학지원실 등을 갖추고 있으며, 최대 20여개 기업의 입주가 가능하다. 초기 개발 전략 수립부터 인허가 단계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기술 지원과 상담도 이뤄진다.

충북에선 최근 '바이오산업협의체'도 발족했다. 지역 바이오산업을 아우르는 통합 기구를 통해 실질적인 협력 기반을 마련한다는 목표다. 협의체에는 GC녹십자 (145,300원 ▼100 -0.07%), 동국제약 (18,870원 ▲620 +3.40%), 셀트리온제약 (53,800원 ▼500 -0.92%) 등 대기업뿐만 아니라 중견·중소기업·스타트업까지 폭넓게 참여한다.

또 충북대학교와 청주대학교를 비롯해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오송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 등 연구기관과 충북대병원, 한국병원 등 산·학·연·병이 참여함으로써 오픈이노베이션과 함께 다양한 시너지를 창출할 계획이다.

전북은 '바이오첨단소재 지식산업센터' 구축에 나섰다. 센터는 전북자치도가 추진하는 바이오산업의 핵심 인프라 시설로 바이오소재 R&D(연구개발), 기술기반 창업, 시제품 개발, 기업 맞춤형 컨설팅 등을 지원하게 된다.

특히 단순임대 시설이 아닌 전북이 보유한 농생명 자원과 기능성 식품소재, 천연물 기반 원료 등 지역 특화 자원을 활용해 고부가가치 바이오 제품으로 전환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올해 설계를 시작으로 2029년도부터 본격 운영할 계획이다.
K-바이오 육성, 대기업 손잡는 지자체들

대기업과 오픈이노베이션 하는 사례도 나타난다. 포항시는 대웅제약 (147,200원 ▼8,100 -5.22%)과 '포항 바이오 오픈이노베이션 활성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맺고 지역 바이오 스타트업의 △시제품 제작 △PoC(기술검증) △사업화 등을 적극 지원하기로 했다.

특히 방사성의약품·뇌질환 신약·반려동물 헬스케어 등 제약·바이오테크 분야의 협업 과제를 발굴해 지역 기업들의 기술 상용화와 시장 진출을 돕는다는 계획이다. 포항시는 이번 협업이 대웅제약과의 장기적인 파트너십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강원특별자치도는 셀트리온 (178,900원 ▼1,200 -0.67%)과 손을 잡았다. 강원도는 유망기업을 대상으로 투자유치, 마케팅, 사업화 등을 통한 기업 성장을 지원하고, 셀트리온은 기술 컨설팅과 글로벌 바이오 클러스터 네트워킹을 통한 해외진출, 임대료 등을 지원하는 내용의 협약을 체결했다.

양측의 오픈이노베이션에는 바이오기업 육성 노하우을 보유한 강원테크노파크도 참여한다. 강원도는 셀트리온이 위치한 인천 송도를 넘어 대전 대덕까지 3자 협력 체제로 확장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송도에는 롯데바이오로직스가 짓고 있는 20만2285㎡(6만1191평) 규모의 바이오 캠퍼스도 문을 열 예정이다. 2030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공용실험실과 연구장비, 투자유치, 특허·법률·기술이전 컨설팅 등 다양한 지원 프로그램이 제공되는 공간이다.
'글로벌 진출 전초기지'될 판교

판교 제2테크노밸리에는 차바이오텍 (11,090원 ▼110 -0.98%)과 CIC(캠브리지 이노베이션 센터)가 건설 중인 'CGB(Cell Gene Biobank)-CIC'가 들어선다. 이곳은 국내 바이오 벤처·스타트업의 글로벌 진출을 위한 전초기지이자 대규모 오픈이노베이션 센터로 기능하게 된다.

CIC는 1999년 미국 매사추세츠주 캠브리지 매사추세츠공과대(MIT) 인근에서 시작한 공유오피스 형태의 스타트업 혁신센터다. 대표적인 CIC 출신 기업은 2005년 구글에 인수된 안드로이드가 있다.

내년 2분기 개소 예정인 CGB-CIC에는 기업 맞춤형 공유·단독 오피스를 비롯해 세포·유전자 치료 연구에 특화된 습식 랩, BSL-2 실험실, 공용 장비실, 초저온 냉동고 등이 갖춰진다. CGB 전체 공간 6만6115㎡(약 2만평) 중 CGB-CIC에 할당되는 면적은 1만㎡(약 3000평)이다.

대웅제약 (147,200원 ▼8,100 -5.22%)도 내년 2분기 가동을 목표로 서울 마곡에 C&D(Connected collaboration & Development)센터를 짓고 있다. 지하 3층, 지상 9층 규모이며 합성신약·바이오신약·융복합의료기기·제제 플랫폼 등 R&D 클러스터가 조성된다.

정부 차원의 바이오 스타트업 육성 노력도 이어진다. 창업진흥원은 최근 일본의 아스텔라스제약과 제약·바이오 분야 기업 공동 육성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고 국내 우수 바이오 기업의 성장에 힘을 모으기로 했다.

유종필 창업진흥원장은 "이번 협약을 통해 우리나라의 역량 있는 제약·바이오 분야 창업기업 지원을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 앞으로도 글로벌 대기업과 연계를 강화해 국내 창업기업이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지속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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