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억원 이상의 '메가딜'을 성사시킨 곳은 2개사다. 법률 AI(인공지능) 서비스 '슈퍼로이어' 등 리걸테크 사업을 전개하는 로앤컴퍼니가 500억원의 시리즈C2 투자를 받아 가장 큰 규모를 기록했고, 바이오 신약 개발사 트리오어가 225억원의 시리즈B 투자로 뒤를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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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앤컴퍼니, 단일 라운드 기준 리걸테크 분야 가장 많은 투자유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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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앤컴퍼니는 이번 투자유치를 통해 단일 라운드 기준 리걸테크 분야에서 가장 많은 금액을 투자받은 스타트업에 등극했다. 이번 라운드에서 최대 2000억원 수준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은 것으로 보인다.
로앤컴퍼니는 법률 종합 포털 '로톡'과 AI 기반 통합 법률정보 서비스 '빅케이스'에 이어 지난해 7월 법률 AI 서비스 '슈퍼로이어'를 출시하며 파이프라인을 확장했다. 이들 서비스에 가입한 변호사 수는 2만5000여명(중복포함)으로 국내 등록 변호사 수의 약 69% 수준이다.
상반기 실적도 긍정적이다. 개별 서비스의 수익성을 모두 크게 개선시키며 창립 이래 처음으로 1분기 흑자에 이어 반기 흑자까지 달성했다. 안정적인 매출을 바탕으로 올해 연간 흑자를 달성한다는 목표다.
로앤컴퍼니는 차세대 통합 법률 플랫폼으로서의 입지를 확고하게 다지고, 법률 AI 기술 고도화와 해외 법률 데이터 수집 등 해외 시장 개척을 위한 투자를 더욱 확대해 본격적인 글로벌 공략에 나설 계획이다.
IMM인베스트먼트 관계자는 "리걸테크 시장은 개척하기 어려운 만큼 선도 기업이 충분한 경제적 해자를 가져갈 수 있는 영역"이라며 "향후 시장 판도를 바꿀 AI 영역에서 슈퍼로이어라는 성공적인 사례를 보여준 로앤컴퍼니의 경쟁력이 지속될 것으로 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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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리오어, 기존 치료제 한계 넘어서는 게임체인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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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5억원을 투자받은 트리오어는 시리즈B 라운드를 멀티 클로징으로 진행하고 있어 현재 투자를 검토 중인 CVC(기업형 벤처캐피탈)들의 후속 트렌치 투자가 확정되면 총 투자규모는 확대될 수 있다.
트리오어는 항체 기반 치료제의 치료 지수를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독창적 항체 플랫폼 'TROCAD™'와 ADC(항체-약물 접합체)의 약물 안정성과 치료 효능을 극대화하는 신규 링커-톡신(Linker-Toxin) 시스템 'TROSIG™'을 개발 중이다.
트리오어는 지난달 보스턴에서 열린 2025 바이오 유에스에이(BIO USA)에서 기업 발표 세션에 선정돼 개발 중인 기술 및 파이프라인을 발표했다. 아울러 다수 글로벌 제약사를 포함하여 국내외 기업들과 협력 및 기술이전 논의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신규 투자를 리드한 천지웅 우리벤처파트너스 상무는 "트리오어의 기술은 ADC 분야를 비약적으로 스텝업 할 수 있는 플랫폼"이라며 "항체 및 ADC 분야에서 기존 치료제의 한계를 넘어서는 게임 체인저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을 지닌 바이오텍"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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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A, 초음파·전통부각·게임·친환경 등 다양한 BM 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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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잇그린시리즈A 라운드에선 뇌질환 치료용 초음파 기술을 개발하는 뉴머스가 96억원, 제철 농수산물과 찹쌀풀 등을 조합해 전통 부각을 만드는 하늘바이오가 53억원을 유치했다. 캐주얼 게임 개발사 액션핏과 다회용기 회수·세척·공급 서비스 운영사 잇그린의 투자유치 금액은 비공개다.
뉴머스는 집속초음파(focused ultrasound)를 활용해 혈액뇌장벽(BBB)을 일시적으로 개방하고 약물을 뇌세포에 직접 전달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박주영 뉴머스 대표는 가천대 바이오의료기기학과 교수로 15년 이상 초음파를 활용한 BBB 조절 기술을 연구해 온 전문가다.
하늘바이오는 한국 전통의 튀김류 음식인 부각과 관련해 전문성을 보유한 명인들이 회사를 이끌고 있다. 윤효미 대표가 대한민국 수산식품 명인이고 어머니인 오희숙 식품명인도 함께하고 있다.
액션핏은 빠르게 변화하는 글로벌 캐주얼 게임 콘텐츠 트렌드를 분석해 간단하지만 몰입감 높은 게임을 제작·퍼블리싱하는 전략으로 글로벌 모바일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대부분의 매출이 미국과 일본, 유럽 등 해외에서 발생하고 있고 그 비중은 80%가 넘는다.
액션핏 창업자인 박인후 대표는 인크로스, 애드콜로니 등을 거친 애드테크와 마케팅 전문가다. 다수의 캐주얼 게임을 글로벌에서 성공시키며 누적 400억원 이상의 매출, 3000만 이상의 다운로드를 달성했다.
잇그린은 다회용기 회수·세척 후 음식점에 공급하는 '리턴잇'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배달의민족·쿠팡이츠 등 배달앱과의 협업을 넘어 올해는 서울시와 함께 뚝섬 한강공원에 다회용기 반납함을 설치하는 등 친환경 배달 문화 확산에 앞장서고 있다.
잇그린은 이번 투자를 바탕으로 사업 확대에 박차를 가한다. 신규 배달 권역 확장과 가맹점 영업 강화에 자금을 활용하며, 다양한 공간에서 사용 가능한 신규 용기를 개발해 새로운 다회용기 사업 영역을 개척한다는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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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 잠재력 검증받은 프리A 5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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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3주차 스타트업 투자유치 현황/그래픽=김현정프리시리즈A 라운드에도 적지 않은 자금이 몰렸다. 36억원을 조달한 마들렌메모리와 30억원을 투자받은 네이션에이, 20억원을 유치한 로버스를 비롯해 약문약답·프리핀스 등이 성장 잠재력을 검증받으며 투자유치에 성공했다.
마들렌메모리가 운영하는 '릴레이'는 패션 브랜드와 협업해 브랜드 인증 리세일을 서비스화하는 솔루션이다. 릴레이는 패션 브랜드가 중고마켓을 도입하는데 필요한 기술, 물류, 운영을 서비스 형태로 제공한다. 코오롱(57,300원 ▼3,700 -6.07%) FnC가 대표적인 고객사다.
네이션에이는 인간 움직임을 3D 데이터로 디지털화하고 이를 AI에게 학습시키는 LAM(Large Action Model) 기술을 상용화했다. 이는 휴머노이드 로봇 등 피지컬AI 시대에서 AI가 물리세계의 인간 행동을 이해하고 표현하는데 있어 필수적인 기술이 될 것이란 전망이다.
로버스는 국내외 우수한 농작물 종자 IP(지식재산권)를 확보해 판매하는 사업을 한다. 41만개 이상의 글로벌 IP를 활용해 바이어의 재배 환경과 시장 수요에 최적화된 품종을 매칭하고 계약·검역·유통까지 상업화를 지원하고 있다.
약문약답은 국내 약사의 65% 이상(3만3000여명)이 이용하는 약사 전용 지식교류 플랫폼을 운영한다. 현재 고령층의 약물 부작용 리스크를 해결하기 위한 AI 기반 약물리스크 관리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으며, 삼성화재와 협업해 고령층의 약물 안전성을 향상시킨다는 목표다.
프리핀스는 렌털 사업자를 위한 표준화된 전사적 자원관리(ERP) 프로그램과 금융 지원, 재고 부담이 커진 제조·판매사를 대상으로 한 컨설팅 등 중소 렌털 기업의 성장을 돕는 솔루션을 제공한다.
프리핀스의 ERP를 도입하면 대여·재고 현황을 체계적으로 추적·관리할 수 있고, 경영 전략 수립에 필요한 사업 성과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이번 투자금을 바탕으로 렌털사업자의 운영·성과 데이터를 분석해 최적의 금융서비스를 매칭해 주는 AI 기능을 고도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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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레픽스, 국내 우주 스타트업 최초로 日 기업 투자유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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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적 투자 사례들도 눈길을 끈다. 르네상스자산운용이 뷰티 브랜드 'LBB'에 50억원을 투자했고, 삼성벤처투자는 삼성생명 등 금융 계열사의 리스크 통제 체계를 강화하고 자생적 컴플라이언스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리걸테크 스타트업 BHSN의 손을 잡았다.
삼성화재는 디지털 취약계층을 위한 스마트폰 솔루션 개발사 루트파인더즈를 눈여겨봤다. 루트파인더즈는 현재 AI 기반 정보 접근 플랫폼 '이지플러스'를 개발하고 있다. 시각장애인과 디지털 취약계층이 다양한 일상 정보에 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기술이다.
스타트업 AC(액셀러레이터) 와이앤아처는 핀테크 스타트업 소프트랜더스와 퍼스널 케어 브랜드 올담에 각각 전략적 투자를 했다.
소프트랜더스는 해외 주재원 파견 및 글로벌 비즈니스 진출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사, 비자 발급, 숙소, 보험 등 다양한 리로케이션 서비스를 통합 제공하는 핀테크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다. 와이앤아처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 시너지를 창출한다는 계획이다.
올담은 올오가닉 생리대, 플러셔블 비데 물티슈 등의 제품을 앞세워 싱가포르를 비롯한 글로벌 시장에서 입지를 다져가고 있다. 연간 수출액이 100만달러(약 14억원)에 달한다. 와이앤아처의 자금·전략 지원을 통해 글로벌 확장에 더욱 속도를 낸다는 목표다.
우주 AI 종합 솔루션 기업 텔레픽스는 일본 벤처투자사 엘리펀트 디자인 홀딩스로부터 전략적 투자를 이끌어냈다. 국내 우주 관련 스타트업이 일본 기업으로부터 직접 투자를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엘리펀트 디자인 홀딩스는 도쿄에 본사를 둔 벤처 스튜디오다.
텔레픽스는 이번 파트너십을 통해 일본 시장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사업 확장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엘리펀트 디자인 홀딩스 역시 텔레픽스의 기술력과 사업성을 바탕으로 추가 투자를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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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창적인 BM 돋보인 시드 라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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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3주차 스타트업 투자유치 현황/그래픽=김현정시드 라운드는 7건으로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게임형 어필리에이트(수익 공유) 마케팅 플랫폼 '빰!' 운영사 만든다, 뉴로모픽(인간의 두뇌와 작동 원리를 모방해 정보를 처리하는 컴퓨팅 방식) 기술 스타트업 나노라티스가 한국투자엑셀러레이터(한투AC)의 투자를 받았다.
퓨처플레이와 매쉬업벤처스의 투자를 받은 나노포지에이아이는 AI 기반 후보 물질 예측과 로봇 합성 등 자동화 시스템의 기술력을 검증하고, 에너지·반도체 등 고부가가치 산업과 고난도 소재 시장으로 본격 확장할 계획이다.
AI 기반 사주·타로·고민 상담 챗봇 플랫폼 '젠디'와 반려동물 및 고인을 AI로 재현하는 메모리얼 서비스 '디어에버' 등을 운영하는 어보브테크는 크릿벤처스의 미국 지사 크릿벤처스USA와 지디벤처스, 서울대창업네트워크 엔젤클럽에서 시드투자를 받았다.
어보브테크는 하반기 차세대 인터랙티브 캐릭터 챗 서비스 '이프(IF)'를 출시할 계획이다. 이프는 기존 일방향 챗봇이 아닌 캐릭터와의 관계 변화, 감정 흐름, 뉴스 보도 등 현실과 유사한 인터랙션을 통해 사용자가 주도적으로 서사를 완성해 갈 수 있도록 한다.
반려동물 관련 콘텐츠를 오프라인 공간에 접목한 복합문화공간을 기획·운영하는 펫스테이션은 동남권 특화 AC 시리즈벤처스가, 빅데이터 AI 플랫폼 개발사 테이블에이아이에는 킹슬리벤처스가 투자를 했다.
월세 카드납부 서비스 '집업페이' 운영사 데브디는 임팩트 투자사 엠와이소셜컴퍼니(MYSC)의 투자를 받았다. 집업페이는 임차인이 임대인의 동의가 없어도 월세를 카드로 납부할 수 있도록 한다. 사용자는 임대차계약서를 업로드 후 결제를 진행하면 된다.
플랫폼 내 보안 검증을 통해 계약 내용을 확인한 후 집주인에게 송금하는 구조로 안정성을 담보한다. 박정호 MYSC 부대표는 "더욱 빠른 시장 확장과 기술 경쟁력 확보로 청년 세대의 주거비 부담 완화와 금융생활 안전망 제공이라는 임팩트를 창출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