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에 나온 스타트업에 대한 보다 다양한 기업정보는 유니콘팩토리 빅데이터 플랫폼 '데이터랩'에서 볼 수 있습니다.] 이용관 블루포인트파트너스 대표가 7일 국회에서 열린 '스타트업 스튜디오 활성화'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고석용 기자"스타트업이 시도하기 어려운 사업들을, 자본이나 노하우가 있는 투자사에서는 해낼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자회사를 두 개를 설립했어요. 두 개 모두 소비자 반응도 좋았고, 빠르게 성장했어요. 그런데 아쉽게도 두 자회사 모두 정리해야 했어요. 벤처투자법 규제 때문이죠."
이용관 블루포인트파트너스 대표가 7일 국회에서 열린 '스타트업 스튜디오 활성화' 토론회에서 이런 경험을 공유했다. 이날 더불어민주당 한준호·김동아 의원 주최, 초기투자액셀러레이터협회 주관으로 열린 행사는 국내 액셀러레이터들의 '스타트업 스튜디오' 사업모델 관련 규제 개선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스타트업 스튜디오는 액셀러레이터(AC)나 벤처캐피탈(VC) 등 투자사가 직접 사업모델을 발굴해 창업하고, 전문인력과 자본금 등을 매칭해 지원하는 사업이다. '컴퍼니빌딩', '벤처 스튜디오' 등으로 불린다. 2015년부터 미국을 중심으로 확산해 현재 전 세계에 1107개 가량의 AC·VC들이 스타트업 스튜디오로 활동하고 있다.
이 대표는 이날 간담회에서 발제를 맡아 블루포인트가 몇 해 전 스타트업 스튜디오 사업으로 창업했던 '시작점'과 '아워스팟'의 사례를 공유했다. 블루포인트는 2020년 연구원들이 많은 대전에 창업 관련 인력들이 융합·협업할 수 있도록 특화 지원하는 카페 겸 공유오피스 사업인 '시작점'을, 2022년 어린이들의 방과 후 스케줄을 케어하는 보육 공간 '아워스팟'을 창업했다.
이 대표는 "두 사업은 빠르게 성장했지만, 아쉽게도 지난해 모두 지분을 매각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문제는 벤처투자 촉진에 관한 법률 시행령이었다. 해당 시행령 제16조는 AC가 '경영지배를 목적으로 투자하는 행위'를 규제하고 있는데, 중소벤처기업부가 블루포인트가 설립해 100% 자회사로 보유하고 있던 시작점과 아워스팟을 모두 경영지배 목적의 투자로 해석해 제재했기 때문이다.
제재를 받은 블루포인트는 결국 시작점을 합병하고 사업을 키우는 대신 유지하는 데만 집중하고 있다. 아워스팟의 경우에는 3개월 내 인수자를 찾지 못해 이 대표가 개인적으로 회사를 인수하기에 이른다.
이 대표는 "해당 규제는 AC의 설립 목적인 스타트업 선발·보육에만 집중하고, 투자사가 사업을 하지 말라는 금산분리라는 엄격한 원칙에서 마련된 취지란 점은 이해한다"며 "그러나 스타트업 생태계의 또 다른 성장 방식이고, 금산분리 원칙이 마련된 취지에도 부합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지난해 블루포인트의 회사 매각 등이 논란이 되면서 중기부는 지난해 10월 '선진 벤처투자 시장 도약 방안'을 통해 규제를 해소하겠다고 발표했다. 다만 아직 구체적인 개선 방안과 시기는 나오지 않은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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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AI 키워낸 스타트업 스튜디오…규제해소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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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원대로 윌트벤처빌더 대표, 이용관 블루포인트파트너스 대표, 김동아 더불어민주당 의원, 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 전화성 씨엔티테크 대표가 7일 국회에서 열린 '스타트업 스튜디오 활성화' 토론회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고석용 기자이어진 토론회에서 업계 관계자들은 관련 규제의 해소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관련 시행령 외에도 벤처투자법 제27조의 '계열회사 투자행위 금지'도 개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시행령 개정으로 자회사 보유가 가능해진다 해도 추가 투자를 막는 법"이라고 설명했다.
전화성 초기투자액셀러레이터협회 회장은 "전 세계적으로 스타트업 스튜디오 형태의 다양한 트렌디한 사업들이 시행되고 있고, 오픈AI 역시 와이콤비네이터의 스타트업 스튜디오 사업의 산물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며 "관련 규제가 빠르게 해소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강지호 앤틀러코리아 대표도 "첫 창업자는 재창업자에 비하면 유의미한 성공을 거둘 확률이 두 배는 낮다"며 "스타트업 스튜디오는 투자사가 직접 나서면서 이런 시행착오를 줄여줄 수 있고, 한 번 엑싯한 성공한 창업자들을 다시 스타트업 생태계에 들어오게 하면서 선순환 효과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싱가포르에서 스타트업 스튜디오를 운영하는 원대로 윌트벤처빌더 대표도 "AC가 스타트업 스튜디오를 통해 대기업의 전문성이나 인력을 스타트업으로 끌어올 수 있다는 점까지 감안하면, 오픈 이노베이션의 컨셉도 충분히 가능하다"며 "아직 전세계적으로 자리 잡은 사업모델은 아니지만 글로벌 트렌드임을 고려해 선제적으로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