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적자수렁' 위기의 SaaS

김태현 기자 기사 입력 2024.04.04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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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의 혁신 솔루션은 어떻게 가격을 매겨야 할까요?"

최근 만난 한 스타트업 임원이 건넨 질문이다.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솔루션을 공급하는 이 스타트업은 설립 8년차를 맞았지만, 적정 가격을 설정하는 건 여전히 어려운 일이라고 토로했다.

글로벌 디지털전환(DX)이 가속화되면서 SaaS 솔루션 수요는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국내 역시 마찬가지다. 시장조사기관 한국IDC에 따르면 2022년 1조7843억원 규모였던 국내 SaaS 솔루션 시장은 매년 15.5% 고성장을 이어가며 2026년 3조614억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이 같은 핑크빛 전망과 달리 개별 기업들의 상황은 녹록치 않다. 국내 수많은 SaaS 스타트업 중 흑자를 내고 있는 곳은 손에 꼽는다. 업계 추산에 따르면 SaaS 스타트업 100개 중 97개는 적자를 보고 있는 상황이다.

왜 그럴까. 여러 이유가 있지만, 가장 핵심은 낮은 가격이다. 글로벌 수준과 비교했을 때 10분의 1 수준이다. 수많은 개발자들이 밤을 지새우며 만든 SaaS 솔루션이 헐값에 팔린다.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는 공공기관에 소프트웨어를 납품할 때 활용할 수 있는 'SW 사업대가 산정가이드'를 마련해뒀다. 공공기관에 SW를 납품하는 기업들은 산정가이드 기준으로 가격을 책정한다. 그러나 민간에서는 이런 산정가이드가 활용되지 못한다. 철저히 시장 논리에 움직인다.

국내 SaaS 솔루션 가격이 낮은 이유는 SW 비용 지불에 인색한 국내 IT 시장 환경 때문이다. 대기업들은 이미 계열사를 통해 SaaS 솔루션을 구축하고 있다. 지갑을 여는데 인색한 중소기업이 주요 고객으로 남는다. 이들 중소기업을 설득하는데 소요되는 영업비용도 상당하다.

이렇게 한 번 설정한 가격은 다시 올리기도 어렵다. 결국 SaaS 스타트업이 택할 수 있는 선택지는 하나, 가격은 낮게 많이 파는 '박리다매' 전략이다. 대다수가 이 전략을 선택한다.

그러나 박리다매 전략으로 수익을 내기 위해서는 그만큼 이용자 수가 뒤따라야 한다. 이를 위한 영업과 마케팅 비용이 뒤따른다. 배보다 배꼽이 크다보니 매출이 늘어도 흑자전환이 어렵다.

가격경쟁력은 솔루션 론칭 초기 이용자를 늘릴 수 있는 가장 쉬운 길이다. 그러나 이로 인한 대가는 만만치 않다. 자신이 만든 혁신 솔루션의 가격을 어떻게 매길지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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