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비대면진료 '언 발에 오줌 누기' 이제 그만

최태범 기자 기사 입력 2024.03.04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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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의과대학 정원 증원에 반대하는 의료계 집단행동으로 인한 의료공백을 해소하기 위해 지난달 23일부터 비대면진료의 전면 시행에 나섰다.

이에 따라 의원급으로 제한돼 있던 비대면진료가 집단행동이 종료되는 시점까지는 별도의 신청이나 지정 없이도 희망하는 의원·병원 등 모든 의료기관에서 시행할 수 있도록 허용됐다.

비대면진료 플랫폼 업계는 기대감이 커진다. 지난해 12월 초진 대상자 확대 및 재진 환자 기준 완화에 이어 이번 전면 허용 조치까지 더해지면서 과거 코로나19 때처럼 비대면진료가 다시 활성화될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어서다.

실제로 비대면진료 플랫폼 닥터나우에 따르면 정부의 조치 이후 비대면진료 이용은 조치 이전 대비 2배가량 증가했다. 야간·휴일 이용 건수는 조치 이전과 비슷했고, 기존에는 불가능했던 평일 일과시간 진료가 늘어난 것으로 분석됐다.

각 플랫폼들은 정부의 방침에 맞춰 서비스를 개편하고 이용 편의를 높이며 상시적으로 비대면진료를 이용할 수 있도록 앱 환경을 구축했다. 그야말로 환자들을 맞이할 채비를 해놓은 셈이다.

하지만 플랫폼들 내부적으로는 아직 불안감도 큰 상태다. 코로나19가 끝난 뒤 '토사구팽' 당했던 충격이 아직 완전히 가시지 않았기 때문이다.

비대면진료의 제도화를 약속했던 국회는 그 약속을 지키지 못했고, 정부가 시범사업이라는 형태로 내놓은 비대면진료 방침은 '사실상 사형선고'라는 플랫폼 업계의 비판 속에 규제와 허용 사이를 오가며 혼란만 키웠다.

그러는 사이 상당수 플랫폼들은 해외로 눈을 돌리며 '탈(脫) 한국'을 시사하기도 했다. 늦었지만 이제라도 비대면진료의 제도화에 속도를 내야 한다. 언제까지나 임시 처방만 하면서 10년 내 1000조원대로 성장이 예상되는 거대시장을 방치하는 건 국가적 손실이 될 수도 있다.

정부는 의대 증원 못지않게 비대면진료도 의료계와 치열하게 대화해야 한다. 자꾸 언 발에 오줌 누기 식으로 비대면진료를 대하면 안 된다. 의료계의 반대라는 근본적인 허들을 넘어서야 오랫동안 답보상태였던 의료법 개정도 가시권에 들어올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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