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글로벌 스타트업씬'은 한주간 발생한 주요 글로벌 벤처캐피탈(VC) 및 스타트업 소식을 전달합니다. 이에 더해 국내 스타트업 시장에 미칠 영향과 전망까지 짚어드립니다.
[이 기사에 나온 스타트업에 대한 보다 다양한 기업정보는 유니콘팩토리 빅데이터 플랫폼 '데이터랩'에서 볼 수 있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이던 2021년, 일본 도쿄올림픽이 취소될 것 같은지 베팅하는 칼쉬 사이트 모습/사진=칼쉬 "이재명 대통령 당선 가능성 92.5%"- 칼쉬(Kalshi) "이란 호르무즈 해협 봉쇄확률 29%"- 폴리마켓
각종 글로벌 이벤트에 돈을 걸고 예측하는 베팅 사이트가 투자자금을 끌어들이고 있다. 참가자들이 돈을 내고 예측치를 겨루는 이른바 '예측시장'이다. 이 분야 대표적 플랫폼인 칼쉬(칼시), 폴리마켓 등이 잇따라 투자에 나서고 유력 벤처캐피탈(VC)도 뛰어들었다.
미국 뉴욕 기반 칼쉬는 최근 1억8500만달러(2514억원) 규모의 투자 라운드를 마치고 기업가치 약 20억달러(2조7200억원)를 인정받았다. 이번 라운드는 암호화폐 투자 전문 VC인 패러다임이 주도했으며 세쿼이아캐피탈, 멀티코인, 네오 캐피털, 본드 캐피털 및 시타델 증권의 장펑자오 CEO 등이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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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쉬 1.85억$ vs 폴리마켓 2억$ 투자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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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6.3 대선을 앞두고 이재명 대통령(당시 후보) 당선 가능성을 높게 예측한 칼쉬 베팅 현황/사진=칼쉬칼쉬는 이용자가 정치·스포츠·경제 등 다양한 이벤트 결과에 베팅할 수 있는 예측 상품을 제공한다. 2018년 MIT(메사추세츠공과대) 동문인 타렉 만수르와 루아나 로페스 라라가 창업했다. 미국과 유럽 등은 스포츠 도박을 포함해 각종 이슈에 베팅이 일반적인 만큼 베팅 사이트가 성장할 여건이 된다.
칼쉬는 특히 미국 대통령 선거를 계기로 사용자와 주목도가 모두 늘었다. 아주 많은 사람들이 각자의 기준에서 예측치를 내놓고 이것이 모여 일종의 집단지성처럼 예측치가 드러난다. 소수의 전문가들이 내놓는 예측이나, 전통적 여론조사보다 정확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칼쉬의 경쟁사 격인 폴리마켓(Polymarket)은 현재 2억달러(2720억원) 규모의 투자 라운드를 검토 중이다.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기업가치가 10억달러(1조3600억원)를 넘어선 것으로 알려져 칼쉬와 함께 '유니콘' 지위가 유력하다. 이처럼 예측 시장 섹터는 실험적인 단계를 넘어 주요 투자시장으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 칼쉬는 이번에 모은 자금을 기술 고도화 및 플랫폼 제휴 확대에 사용할 계획이다.
다만 미국의 일부 주 및 규제 당국은 사실상 '도박 사이트' 아니냐는 입장이어서 법률적·사회적 논의 변수는 있다. 이 와중에 칼쉬의 기업가치 평가액(20억달러)이 폴리마켓(10억달러)보다 많은 것은 투자시장이 그만큼 칼쉬 전망을 안정적으로 본다는 뜻이다.
칼쉬는 2020년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와 법적 분쟁에서 승소해 운신의 폭이 상대적으로 넓은 편이다. 반면 폴리마켓은 사행성 등을 둘러싸고 미 규제당국과 갈등이 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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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더 아니라 빌런.. '수작업' 들통난 AI 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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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세계적 주목을 받았던 AI(인공지능) 앱 개발 스타트업 '빌더 AI'(Builder.ai)가 신뢰 위기 속에 지난달 파산 신청을 했다고 테크크런치 등이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유는 있지도 않은 AI 기술을 뻥튀기해 투자자들을 속여왔다는 정황이다.
2016년 런던에서 설립된 빌더AI는 AI 코딩 기능을 내세워 주목 받았다. 최대 450만달러 이상 투자유치를 했고 마이크로소프트(MS), 카타르 국부펀드인 카타르투자청, 일본 손정의 회장의 소프트뱅크 등에서 투자 받았다. 한때 기업 가치는 15억달러(2조390억원)에 달했다.
그러나 사업의 핵심인 AI 코딩 기술은 없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코드 생성 AI '나타샤'의 기술력을 과장, 홍보해 온 걸로 보인다. 2021~2024년간 거래수익을 부풀렸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게다가 이 회사가 의뢰받아 제작했던 앱이 사실은 인도인 개발자 700여명이 작업한 것이라는 정황도 있다.
'인공지능' AI가 아니라 '인간지능'이었다는 얘기다. 이에 지난달 이후 일부 채권자들이 계좌를 동결했고 빌더AI는 구조조정에 나섰다. 일부 국가에서는 법적인 조사도 돌입했다. 현지 매체들은 AI 스타트업이 기술을 과대포장하거나 허위로 제시하는 것을 넘어 재무회계 차원의 부정까지 저지르면 치명적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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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 붙은 드론전쟁, 인도 방산기업 1억달러 뭉칫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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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기업 라페의 드론이 특정 지역 위를 날아다니는 모습/사진=라페 인도 방갈로르에 기반을 둔 군사용 UAV(무인항공기) 스타트업 라페(Raphe)가 최근 시리즈 B 라운드에서 1억달러를 투자유치했다. 인도 드론 산업에서 민간투자로는 최대 규모다. 라페의 누적 투자금액은 약 1억4500만달러(1970억원)로 늘었다.
이번 라운드는 실리콘밸리의 제너럴캐털리스트가 주도했으며 기존 투자자인 씽크(Think) 인베스트먼트, 아말 파리크 등이 동참했다. 라페는 직원만 600명이 넘고 100건 이상 특허를 보유했다. 설계, 제조, 테스트를 아우르는 통합 생산 시설을 갖추고 다쏘시스템 등 글로벌 방산항공기업과 협업도 추진 중이다.
이 같은 인도 드론기술과 시장의 성장은 한국의 드론방산 업계에도 자극제가 될 수 있다. 세계적으로 군사방위산업 기술경쟁이 격화된 가운데 특히 드론이 전통적 군비경쟁을 뛰어넘어 전쟁양상을 바꾸는 게임체인저로 부각되고 있다.
군사 대국 중 하나인 인도 역시 드론 개발에 적극적이다. 중국이나 파키스탄 등과 국경분쟁이 빈번한 인도는 국경감시용 드론, 군집 비행 드론 등 미래 전장에 대비한 UAV 제품군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라페 역시 인도 정부의 '아트마니바르 바라트' 즉 국방자립 기조에 맞춰 중국산 부품에 의존하지 않는 자체 생산 체제를 갖췄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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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걸 속여라" 한국계 클루엘리, a16z도 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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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클루엘리 '모든 것을 속인다(cheat on everything)'라는 슬로건으로 화제를 일으킨 한국계 청년의 '클루엘리'Cluely)가 1500만달러(203억원) 투자를 유치했다. 안드레센 호로위츠(a16z)가 주도한 시리즈A 라운드의 결과다.
클루엘리는 지난 4월 530만달러(72억원)의 시드투자를 유치했는데 그 3배 가까운 액수로 시리즈A 투자를 마친 것이다. 기업가치는 약 1억2000만달러(1630억원)로 추산된다.
공동 창업자인 한국계 대학생 로이 리, 닐 샨무감은 콜롬비아대 재학중 면접 답안을 실시간으로 안내해주는 '인터뷰 코더' 툴을 만들었다. 이 때문에 학교에서 징계 받았으나 아예 자퇴하고 이를 비즈니스로 만들었다.
클루엘리는 이용자가 보는 화면을 실시간 분석, 답안이나 지침을 전달하는 기술을 보유했다고 주장한다. 이를 이용해 지원자들의 면접·시험·비즈니스 미팅 등 다양한 상황에서 성과를 내도록 '몰래 도와준다'는 기능을 앞세운다.
일각에서는 시험 부정을 조장한다는 등 윤리적·법적 문제를 제기한다. 그러나 대형 투자자들의 관심을 막지는 못했다. a16z 관계자는 "요즘 시대에는 제품 못지않게 파격적 마케팅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결국 클루엘리가 파격적인 슬로건으로 존재감을 알리면서 기술력을 인정받은 측면이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