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스타트업 가치 산정, 창업자가 주의할 원칙

김호민 스파크랩 공동대표 기사 입력 2023.10.12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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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FO칼럼] 김호민 스파크랩 대표

초기 스타트업 투자자이자 액셀러레이터(AC)로서 가장 많이 받는 질문 중 하나가 "기업가치를 어떻게 선정하는가"이다. 극초기 스타트업의 경우 매출, 이익이 전무하고 제품이나 서비스조차 아직 개발되지 않은 상태도 많다. 이 단계에서 투자자는 대표자 및 핵심 인력의 역량, 서비스나 제품에 대한 청사진만을 보고 투자한다.

주로 개인투자자인 엔젤투자자들은 보통 10억~15억원 내로 기업가치를 산정해 1억~1억5000만원을 투자한다. 스타트업들은 엔젤투자로 확보한 자금으로 최소기능제품(MVP)를 만들어 테스트하고 MVP의 사용량, 빈도, 이용 시간 등의 지표를 만들어 '시드 라운드'에 돌입한다.

시드 단계에서는 보통 1억~5억원 정도 규모의 투자가 이뤄지며, MVP를 기반으로 팁스(TIPS)에도 참여한다. 이때 스타트업의 기업가치는15억~50억원 내외로 산정된다.

제품, 서비스를 고도화해 지표를 더 강화하면 시리즈A를 시작한다. 이 단계에서 많은 회사들은 100억~150억원 정도의 기업가치 산정을 목표로 10억~30억원 정도 규모의 투자를 유치한다.

지난해까지는 다운로드 수나 일활성이용자수(DAU) 등의 성장 지표가 중시됐으나 현재는 매출과 이익이 가장 중요하다. 그러나 초기 회사가 이익을 발생시키는 경우가 드물기에 상장기업들의 가치 평가 기준이 되는 주가이익비율(PER)로는 가치를 산정할 수 없다.

대신 많이 사용하는 지표가 매출 성장세를 고려하는 주가매출비율(PSR)이다. 투자자들은 초기 회사에 PSR을 10~15배 정도로 적용한다. PSR을 20배 이상 적용하는 경우는 생성형 AI나 기후변화 분야 등 최근 주목받는 분야의 유망 기업 외에는 매우 드물다.

300억원 이상의 기업가치를 기대하는 시리즈B부터는 손익분기점(BEP)이 가장 중요해진다. 침체기인 현재 가장 이상적인 상황은 BEP를 달성한 후 펀딩에 나서는 것이다. BEP를 맞추지 못하고 펀딩을 한다면 BEP 달성 시점이 임박했다는 것을 투자자에게 설득력 있게 제시해야 한다.

기업 가치 500억원 이상의 시리즈C 및 IPO 이전 단계에서는 PER까지 감안하게 된다. 이때 PER은 주로 10배 이내로 적용한다. 그러나 여기에도 예외가 있다. 기술 개발 집약적인 바이오, 헬스케어, 양자컴퓨팅 등 기업은 상장 후에도 매출이 바로 발생하기 어려워 같은 기준을 적용할 수 없다.

또한 시드 단계에서 100억원 이상의 가치를 인정받거나 PSR, PER을 50배로 적용해 투자받은 경우도 예외에 해당한다. 이 때는 경영진의 성공적인 엑시트(Exit, 자금회수) 경험이나 현재 시장 상황과 트렌드 등을 면밀히 검토해 회사 가치를 산정한다.

투자도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이다. 기존 방법론으로는 회사의 가치가 설명되지 않을 때, 투자심사역은 수많은 요소들을 총동원해 투자 논리를 만들어낸다. "기업가치 산정은 과학이 아닌 예술"이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다.

창업자들은 각 투자 단계마다 기업가치 2배 상승을 원칙으로 투자유치에 임해야 한다. 그래야 기존 투자자들을 만족시킬 수 있고 다음 단계에 가치를 높이는 '실탄'도 적절히 확보할 수 있다.

그러나 지나치게 높은 기업가치는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는 점 역시 유념해야 한다. 다음 단계의 가치를 정당화하기 힘든 경우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각 단계 간의 가치가 크게 차이나는 회사는 투자유치에 난항을 겪거나, 지난 단계와 비슷한 가치로 브릿지 라운드 투자를 유치하게 된다. 최악의 경우 펀딩 무산도 비일비재하다.

험한 벤처 생태계를 항해하기 위해 창업자들은 현재 투자 트렌드와 기준을 파악해야 하며, 기업가치 산정에 대한 탄탄한 논리와 치밀한 펀딩 계획을 마련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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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 사진 김호민 스파크랩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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