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과기의전원 설립만이 능사가 아니다

류준영 기자 기사 입력 2023.04.03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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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보는 세상]

[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가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월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바이오·헬스 신시장 창출 전략회의'에서 의사과학자 양성을 지시하면서 카이스트(KAIST·한국과학기술원)와 포스텍(옛 포항공대)에 과학기술의학전문대학원(이하 과기의전원)을 신설하는 논의가 급물살을 타는 모양새다.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지난달 16일 포스텍을 방문, 김무환 포스텍 총장, 김남일 포항시 부시장, 지역 국회의원들로부터 과기의전원 설립에 대한 의견을 들었다.

의사과학자는 기초과학, 임상에 대한 지식·경험을 두루 갖춘 전문가를 말한다. 신약, 진단카트 개발과 같은 바이오 분야에 없어서는 안 될 필수인력이다. 코로나(COVID-19) 대유행 시기, 신종 감염병 예방 백신 및 치료제 개발의 필요성이 대두하면서 의사과학자 양성의 중요성이 더 부각됐다. 화이자, 모더나에서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한 사람들 모두 의사과학자다.

국내 의사과학자 인력은 크게 부족한 실정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현재 전국 의사과학자는 전체 의사 수의 약 1.2%(1300명) 불과하다. 한해 배출되는 의사과학자는 약 30명 가량으로, 미국(1700명)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하다.

전문가들은 바이오·헬스 산업이 '수출 1등 효자' 반도체를 넘어설 잠재력을 가졌다고 평가한다. 한국바이오협회가 조사한 '2021년 국내 바이오 산업 생산액'은 20조9983억원으로 전년 대비 22.1% 증가했다. 수출액도 증가세다. 2021년 수출액은 11조8598억원으로 전년(10조158억원) 보다 18.0% 늘었다.

이에 따라 의사과학자 육성의 필요성엔 대부분 공감하나 양성법에선 의견이 갈린다. 바이오·헬스 스타트업 대표들을 만나 과기의전원 설립에 대해 물었더니 대답은 한결 같았다. "우리나라 의사 숫자가 꽤 많은 편인데 왜 이 사람들은 이 길(의사과학자)을 택하지 않았나를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2018년 재생치료제 분야 전문 스타트업을 설립한 의사 출신 A대표는 "지금 의사 중 1~2%만 의사과학자로 돌려도 해결될 일"이라며 "카이스트, 포스텍의 과학기술의학전문대학원을 나와도 아마 공중보건의 의무 복무 기간이 끝나면 일부만 남고 다른 데로 다 갈 것"이라며 근원적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바이오·헬스 스타트업 대표들은 의사과학자들이 꿈을 키워볼 '양질의 일자리'가 부족하다는 점을 가장 큰 문제로 꼽았다. 물론 삼성바이오로직스, SK바이오사이언스 등 잘 나가는 굵직한 기업이 있지만 고용인원엔 한계가 있다.

A대표도 "국내에 재생치료제를 전문으로 한 임직원 50명 이상 바이오 기업은 열손가락에 꼽을 정도"라며 "의사과학자들이 포텐셜(potential·잠재력)을 폭발시키고 이를 잘 활용할 수 있는 취업자리가 더 많이 생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부와 대기업이 장기적 안목의 새 비전을 갖고 국내 바이오·헬스 스타트업을 늘리고 키우는데 집중하는 것이 현재로선 가장 효율적 대안이 될 것"이라고 제언했다.

치열한 국제 경쟁 속에 반도체 강국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는 우리로선 반도체 다음의 새 먹거리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의대 쏠림 광풍 속에 의사과학자 부족 문제는 과기의전원 설립만으로 해결될 일이 아니다. 과기의전원 설립을 넘어 의사과학자들의 현장 목소리를 반영한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만들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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