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窓]창의성은 한눈팔기와 딴지걸기에서부터

안준모 고려대학교 행정학과 교수(혁신정책연구센터장) 기사 입력 2022.12.19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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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FO칼럼]

성공한 창업가들에게는 몇 가지 중요한 공통 분모가 있는데 그중 하나는 그들이 상당히 창의적이라는 것이다. 물론 창의성을 구성하는 요소는 다양하다. 토랜스라고 하는 학자는 창의성을 "새롭고 독특한 아이디어로 문제를 보는 새로운 시각"이라고 정의했으며 길포드는 "새롭고 신기한 것을 만드는 힘"을 창의성의 원천으로 보았다.

이외에도 창의에 대한 다양한 정의가 존재하지만 여러 정의들을 종합해 보면 "새로운 시각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발견하는 능력" 정도로 정리할 수 있다. 창의적인 창업가는 많은 사람들이 좋아할만한 제품이나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창의적인 사고가 필수적이다.

그렇다면 창의성은 어디서 오는 걸까? 창의성의 원천에 대해서는 다양한 이론과 논쟁이 있지만 크게 창의성의 원천을 다음과 같이 선천적, 경험적, 시스템적인 측면으로 구분해 볼 수 있다.

첫째, 창의성의 중요한 원천 중 하나가 선천적인 재능이라는 점을 부정할 수는 없다. 임기응변, 순발력, 맥락을 해석하는 능력 등이 창의성을 구성하는 하위 요소 중 하나인데 후천적으로 향상될 수 있는 부분도 있지만 선천적으로 타고나는 부분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창의성은 경험에 의해 향상되기도 한다. 즉 다양한 경험을 통해 창의성이 길러질 수 있다는 것인데 다시 말해 한눈을 통해 다양한 경험을 쌓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이다. 우리나라 속담에 한 우물을 파라라는 말이 있듯이 하나에 진득이 집중하는 것이 중요할 때도 있다.

하지만 창의적 사고를 위해서는 기존과 결이 다른 새로운 종류의 지식을 접하면서 지적인 자극을 받는 것이 더 중요할 수 있다. 기술혁신론의 아버지라 불리우는 슘페터가 혁신을 "새로운 조합"이라고 했듯이 창의적인 사고는 기존의 지식을 새로운 관점으로 비트는 것에서 출발하며 이를 위해서는 다양한 종류의 경험이 뒷받침돼야 한다. 다양한 경험은 우리의 시야를 넓혀줄 수 있으며 새로운 경험은 지식 뿐 아니라 새로운 인적 네트워크 구축에도 도움이 된다.

마지막으로 창의성은 시스템에 대한 저항을 의미한다. 창의성이 일정 부분 타고나는 부분도 있고 다양한 경험을 통해 후천적으로 향상되는 부분도 있지만 기존 질서를 뒤엎는 것도 창의적 사고의 근간이 되기 때문이다. 여기서 시스템은 대다수가 암묵적으로 동의한 잘 체계화 된 기존 질서를 뜻한다.

물론 잘 체계화된 시스템은 안정적이다. 그러나 지나친 체계성은 우리의 자유로운 선택을 제한하기 때문에 대체로 예상 가능한 결과만이 도출될 수 있다. 때문에 체계성이 효율적일 수는 있지만 창의적인 결과를 기대하기는 힘들다. 조금씩 개선하며 성능을 올리는 점진적 혁신은 체계적 질서 속에서 효율적으로 이루어 질 수 있지만 기존 제품이나 서비스의 본질을 송두리째 뒤엎는 파괴적 혁신은 기존 체계에 대한 도전에서 시작되기 때문이다. 스마트폰이나 구독형 자동차 판매, OTT 등은 기존 체계에 얽매이지 않는 창의적 접근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들이다.

창의적인 창업가를 많이 보유한 나라가 활력 있는 혁신생태계를 가질 수 있다. 창업가의 창의성은 타고나는 부분도 있지만 후천적으로 그리고 시스템적으로 길러질 수 있는 부분도 분명히 존재한다. 따라서 우리나라에서 창의적인 창업가가 많이 육성되기 위해서는 창의성의 본질이 무엇인지 다시금 살펴보고 그에 맞는 정책이 개발돼야 한다.

무엇보다 예비 창업가들이 한눈을 팔 수 있는 다양한 경험적 기회를 제공하도록 노력해야 하며 이들의 생뚱맞은 도전이 냉대 받지 않는 문화를 조성해야 한다. 다채로운 경험이 그들에게 새로운 시각을, 엉뚱한 도전과 기존 시스템에 대한 반항이 그들에게 새로운 영감과 용기를 선사하기 때문이다. 개인의 재능과 후천적인 경험 그리고 사회적인 변화가 뒷받침 될 때 창업가들의 창의성이 빛을 발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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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 사진 안준모 고려대학교 행정학과 교수(혁신정책연구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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