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과도한 몸값에 짓눌린 스타트업

김태현 기자 기사 입력 2022.10.26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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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모르고 기업가치만 빵빵 올려놓은 스타트업은 죽을 맛일 겁니다."

최근 벤처투자 시장은 빙하기다. 투자 유치는 고사하고 생존을 고민해야 하는 시기다. 최근 수년 간 이어진 벤처투자 호황기에 몸값만 잔뜩 높인 스타트업의 상황은 더욱 녹록지 않다. 몸값을 낮추고 투자 유치에 나섰지만, 실패하고 헐값에 매각 혹은 폐업하는 사례도 속속 나오고 있다.

스타트업 창업자라면 누구라도 기업가치를 높게 평가받으려는 유혹에 빠진다. 기업가치가 높으면 높을수록 투자금은 늘어나고, 투자 유치에 따른 지분 희석도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예비유니콘 △아기유니콘 등 허울 좋은 간판도 달 수 있다.

문제는 높아진 몸값만큼 '마일스톤(단계별 경영성과)'의 난이도도 높아진다는 거다. 다음 투자 유치를 위해 수행해야 할 마일스톤의 기준이 높아지면 이를 달성하기 위해 창업자도 그만큼 무리할 수밖에 없다.

최근 매물로 나온 메쉬코리아가 대표적이다. 배송대행 플랫폼 '부릉'을 운영하던 메쉬코리아는 대규모 투자 유치로 예비유니콘(기업가치 1000억원 이상 1조원 미만 비상장사) 자리에 오르면서 풀필먼트, 새벽배송 등으로 서비스를 확장했다. 그러나 대규모 설비투자가 수반되는 풀필먼트와 새벽배송에 발목이 잡히면서 실적은 악화했고, 추가 투자 유치에 실패했다.

발란, 트렌비 등 명품 플랫폼도 마찬가지다. 명품 플랫폼은 지난해 높은 기업가치를 바탕으로 받은 대규모 투자금을 마케팅에 쏟아부었다. 영화관과 TV에는 유명 배우를 앞세운 이들의 광고로 도배됐다. 마일스톤으로 제시한 높은 시장점유율을 달성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높은 몸값은 후속 투자유치에 걸림돌이 됐다. 올해 초 시리즈C 투자 유치를 진행한 발란은 반년이 넘어서야 투자 유치를 확정했다. 이 과정에서 목표로 했던 몸값은 8000억원에서 3000억원대로 절반 넘게 깎였다.

메쉬코리아나 명품 플랫폼만이 아니다. 2020년, 2021년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사), 예비유니콘 타이틀을 달며 주목을 받았던 스타트업 대부분은 기업가치가 뚝 떨어졌다. 이중 기존 투자자의 팔로우온(후속투자)로 버티고 있는 곳이 수두룩하다.

기업가치 산정은 단순히 자금조달만을 위한 절차가 아니다. 투자자와 함께 미래 성장을 위한 로드맵을 그리는 과정이다. 투자 혹한기 눈앞에 보이는 숫자보다 자신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무엇을 할 것인지 되돌아봐야 할 시점이다.

[머니투데이 스타트업 미디어 플랫폼 '유니콘팩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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