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窓]투자의 겨울에 시작하는 엔젤투자

황병선 빅뱅엔젤스 대표 기사 입력 2022.10.23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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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FO칼럼]황병선 빅뱅엔젤스 대표

황병선 빅뱅엔젤스 대표 /사진제공=빅뱅엔젤스
황병선 빅뱅엔젤스 대표 /사진제공=빅뱅엔젤스
투자 생태계에는 이미 겨울이 왔다. 러시아 전쟁은 끝날 시점이 보이지 않고, 가파르게 오르는 금리와 경제의 불확실성으로 증시는 말 그대로 폭락하고 있다. 도대체 한 치 앞을 바라볼 수 없는 시점이다. 이런 시점에 상장도 하지 않은 기업에 주식 투자를 하라고 말하면 아마 주변에서 미친 사람이란 소리를 들을 수도 있다.

그러나 오히려 지금이 개인이 엔젤투자를 시작하기에 좋은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투자의 겨울인 지금 기관투자자는 대부분 신규 투자를 연기한다. 흥미로운 사실은 지난해 국내 투자 역사상 가장 많은 9조원 이상이 벤처펀드에 몰렸다는 점이다. 지금 벤처캐피털에는 역사상 가장 많은 돈이 쌓여 있다. 그런데 도대체 왜 투자를 보류하고 있는 걸까.

전세계 벤처투자 업계는 2012년부터 작년까지 10년 동안 매년 성장세를 이어왔다. 그리고 이것의 정점을 보여주는 것이 200조원이 넘는 소프트뱅크의 비전펀드라고 생각한다. 또한 작년에 70조원까지 기업가치를 인정 받던 쿠팡의 뉴욕 증시 상장도 가능했다. 하지만 누구도 피할 수 없는 투자업계의 진실은 거품은 언젠가는 빠져야 한다는 점이다. 그리고 지금 모두가 동의하는 건 이제 거품이 빠지고 있다는 점이다.

아이디어나 창업가의 경력만으로 투자를 받던 시절은 당분간은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스타트업들은 눈높이를 낮추고 최소한 2년 간은 지분 투자가 아닌 다른 방법의 자금 확보 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특히 바이오나 일반적인 수준의 AI(인공지능) 기술에 대해서는 과거와 같은 투자유치나 IPO(기업공개) 도전도 쉽지 않을 것이다.

한번 초기 단계에 주로 투자하는 기관투자자 입장에서 생각해보자. 경기침체와 투자의 겨울은 시작되었다. 그런데 회사는 작년에 신규 펀드를 결성했다. 사실 작년까지는 가능성 있는 기업이 오히려 투자자를 선택하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지금은 달라졌다. 이런 시점에 기관투자자는 어떻게 해야 할까. 더욱 투자에 신중해야 한다. 협상에서는 급한 쪽의 협상력이 약해진다.

이제 벤처기업 입장에서 생각해 보자. 사업을 시작하고 3년이 넘어 이제 성장 단계가 시작되었다. 마케팅 자금만 투자되면 본격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자신하지만 이제 대부분의 투자자는 고개를 설레설레한다. 하지만 기업은 자금을 확보하고 살아 남아야 한다. 자신의 기술과 제품을 투자자가 투자하고 싶은 시장과 테마 분야에 맞게 전략을 수정하는 고민이 필요하다.

다시 기관투자자 입장에서 생각해 보자. 그들이 과연 영원히 투자를 미룰 수 있을까. 그럴 수 없다. 모든 벤처펀드에는 규정이 있어서 일반적으로 결성 후 3년 이내에 소진하는 것이 권장사항이다. 작년에 역사상 가장 많은 자금을 모은 벤처캐피탈은 3년 이상 투자를 연기할 수는 없다. 길어봐야 2년 이내에 이들은 투자를 해야 한다. 따라서 2년만 살아남으면 기업에게 기회는 다시 온다.

스타트업 투자에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바로 지금이 스타틑업과 친구가 될 수 있는 시점이다. 누구나 어려운 시점에 도와주는 친구를 기억한다. 작년이었다면 웬만한 개인투자자에게는 투자 참여 기회도 오지 않았다. 심지어 성장 단계의 검증된 기업에게는 투자 문의조차 할 수 없었다. 생각이 있는 창업자라면 잘 모르는 사람을 함부로 주주로 초대하지 않는다.

투자의 겨울은 개인투자자에게 기회이다. 그리고 기회는 자주 오지 않는다. 겨울에 할 일은 웅크리고 있는 것만이 아니다. 지금은 봄을 기다리며 씨앗을 준비해야 할 최적의 시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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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 사진 황병선 빅뱅엔젤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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