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미국과 중국은 자율주행 상용화를 가속화하며 도로 위에서 '모빌리티 산업의 미래'를 실현해 나가고 있다. 하지만 한국은 기술 잠재력에도 불구하고 규제와 투자 등 복합적인 한계로 인해 여전히 걸음마 단계다. 글로벌 경쟁이 본격화된 상황에서 우리는 어디까지 왔고 무엇을 놓치고 있을까. 한국 자율주행이 '악셀'을 밟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현주소를 진단하고 해법을 모색한다.
[이 기사에 나온 스타트업에 대한 보다 다양한 기업정보는 유니콘팩토리 빅데이터 플랫폼 '데이터랩'에서 볼 수 있습니다.] 자율주행 단계 구분/그래픽=김현정 "구글 자율주행 택시 웨이모가 2026년 영국 런던을 달린다." "지프·푸조 등을 거느린 스텔란티스와 중국 자율주행 기업 포니에이아이(포니AI)가 자율주행차 개발에 합작한다."
선진국들이 자율주행 개발을 위해 숨가쁘게 달리는 가운데 한국 자율주행차 생태계는 제도 미비, 복잡한 승인 절차 등 여러 장애물을 안고 있다는 지적이다. K-자율주행 기술 확보를 위해서는 대규모 주행실증 데이터 확보가 관건이지만 현장 실증이 부족하고 그 배경에는 복잡한 규제 환경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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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제도와 충돌·새 제도마련 늦어 타이밍 놓칠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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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샌프란시스코, 라스베이거스 등에는 구글 웨이모 등 무인 택시가 승객을 태우고 다닌다. 중국 자율차 선두기업 바이두는 이미 11개 도시에서 로보택시 서비스를 운영중이고 누적 주행거리는 1억㎞를 넘었다. 중국은 이미 1년전인 2024년 8월 기준 1만6000개의 자율차 임시면허증을 발급했다.
반면 국내는 올해 8월 기업과 대학, 연구기관에서 취득한 자율주행차 임시운행 허가가 490여개인 것으로 조사됐다. 특정 구역만 정해 실증을 하다보니 대규모 자율차 실증을 통한 데이터 확보는 꿈도 못꾼다. 우선 중앙정부와 각 지역 정부가 제각각의 승인과 허가권을 행사해 실제 도입에 시간이 걸린다. 택시 등 기존 운수사업자들과 갈등 조정도 난제다.
(경주=뉴스1) 최창호 기자 = 23일 APEC 3025 정상회의를 앞두고 경북 경주시가 정상회의장인 보문단지 일원에서 자율주행 셔틀버스를 운행하고 있다. 2025.10.23/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경주=뉴스1) 최창호 기자동시에 자율주행차 관련 제도가 정비되지 않았다. 안전과 개인정보, 보안 등 다양한 기준에 따른 규제도 적용된다. 예컨대 노약자 보호구역 등 특정 지역에서는 운전자가 있는 유인차량만 허용되고 무인 차량은 이 구간을 우회해야 한다. 카메라나 센서로 확보한 데이터를 활용하려면 비식별화 조치가 필요하다. 자율주행이 정교해지려면 세밀한 지도 정보를 활용하는데 이는 국가안보 관점에서도 민감한 주제다.
모두 포지티브 규제 체계에서 흔히 보는 사례다. 포지티브 방식이란 '허용되는 것만 가능한' 접근이다. 자율차 업계 관계자는 "새로운 기능을 상용화하려면 하나하나 규정을 충족하는 것이 확인돼야 실증이 가능하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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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규모 데이터 확보·규제발상 전환 병행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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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주행차처럼 신기술이 급속 발전하는 영역만큼은 이와 반대로 '안 되는 것 빼고 다 해보는' 이른바 네거티브 방식이 필요하다. 미국의 경우 네거티브 규제 문화로, 특별히 금지되지 않았다면 '일단 해 보는' 시도가 가능했다. 중국도 경제 각 분야에 정부 입김이 세지만 자율주행차 실증은 과감하게 열면서 규제의 벽을 넘었다는 평가다.
물론 급격한 규제 방식 전환의 어려움을 고려해야 한다. 개인정보 보호와 교통안전을 포기할 수도 없다. 따라서 단기적으로 시범구역 확대 등으로 실증의 폭을 넓히고, 장기적으로 규제전환을 추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버스 등 대중교통에 자율주행을 우선 도입해 관련기업이 성장할 수 있도록 하고 기존 운수업계와 접점도 찾아가야 한다. 국내 선두 자율주행차 기업인 오토노머스에이투지 또한 이런 배경에서 대중교통의 로보버스 도입을 요청하고 있다. 남경필 포니링크 회장/사진=머니투데이DB
한편 완벽한 국산화 즉 '소버린 자율주행'이 어렵다면 일부 해외기술을 도입, 국내에 현지화하자는 제안도 나온다. 경기도지사를 지낸 남경필 포니링크 회장은 "중국이 실증, 규제, 데이터 측면에서 모두 빠르고 강력하다"며 "필요한 기술이라면 적극적으로 들여와서 우리나라에 현지화하면서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포니링크(813원 ▼23 -2.75%)는 포니에이아이 기술을 바탕으로 서울시 자율주행 사업에 참여하려 한다.
이처럼 K-자율주행은 실증 확대, 규제 패러다임 전환, 대기업의 참여 및 데이터 개방 등 다양한 난제를 극복하거나 이 때를 놓치고 글로벌 강국들의 각축 속에 뒤처지느냐 갈림길에 서 있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한 보고서에서 자율주행차 시범운행을 비롯한 실증 특례 제도 개선, 자율주행 특성을 고려한 교통사고 처리 방안 등을 과제로 꼽았다. 보고서는 "자율주행차의 성능 평가, 사회적 수용성 확보 등을 위한 방안을 모색하고 운전 관련 일자리의 감소와 같은 사회적 문제에 대한 대처도 요구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