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에 나온 스타트업에 대한 보다 다양한 기업정보는 유니콘팩토리 빅데이터 플랫폼 '데이터랩'에서 볼 수 있습니다.] 국내 유니콘기업 중 기업가치 3조원 이상인 기업/그래픽=김다나한국 스타트업 생태계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선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는 AI(인공지능)·딥테크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사)를 더욱 늘리고 수도권 집중화 현상을 해소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전부터 지속돼온 고질적 문제로 이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성장에 한계가 있다는 설명이다.
글로벌 스타트업 시장조사기관인 스타트업 블링크가 발표한 '스타트업 에코시스템 리포트 2025'에 따르면 한국의 생태계 성장률은 23.7%로 1위부터 20위 국가의 평균 성장률 28.4%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보다 높은 순위에 있는 중국 45.9%, 싱가포르 44.9%, 일본 36.0%보다도 성장률이 낮았다.
스타트업 생태계 점수는 스타트업 및 벤처투자자의 수, 성장성, 펀딩 규모, 기술 수준과 정부의 규제·정책, 대기업과의 협업 가능성 등을 토대로 산출되는 점수다. 한국은 정부의 모태펀드 등 지원사업이 풍부하고 대기업이 오픈이노베이션에 적극적이라는 점이 강점으로 꼽혔다. 그러나 글로벌에 진출한 유니콘 기업이 부족하고 수도권 집중이 심각하다 점이 단점으로 거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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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콘 중 '글로벌 진출·AI분야'는 극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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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서가 언급한 문제들은 이미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의 고질병으로 지적돼왔다. 유니콘 기업의 경우 대부분이 O2O(온오프라인 연결) 중심의 유통·플랫폼에 해당한다. 유니콘 기업 중 기업가치 3조원을 넘어선 곳은 에이블리코퍼레이션, 당근마켓, 무신사, 트릿지, 컬리, 야놀자, 비바리퍼블리카, 두나무 등 7곳으로, 아직 수출이나 해외진출 등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달성한 곳은 없다.
특히 스타트업 생태계가 시장이 AI(인공지능) 등 딥테크 신산업을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지만 관련 유니콘 기업이 등장하지 않고 있다는 점도 한계로 꼽힌다. 현재 우리나라에 AI 유니콘 기업으로 평가받는 곳은 AI 반도체를 설계하는 리벨리온과 퓨리오사AI가 전부다. AI 파운데이션 모델이나 AI 에이전트 등 서비스 기업에선 유니콘이 등장하지 않았다.
VC 업계 관계자는 "일본이 경제 규모에 비해 스타트업 생태계가 빈약하다는 편견이 있지만 프리퍼드네트웍스(PFN), 사카나AI 등 AI 분야에 유니콘이 이미 있고 정부도 일찌감치 AI 투자를 계획했다"며 "이런 부분이 반영되면서 최근에는 스타트업 생태계가 급성장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 정부도 AI 분야에 100조원 투자 등 지원을 약속했지만 일본에 비해선 조금 뒤늦은 감이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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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이 국가 스타트업 활동의 90%…벤처투자도 74%가 수도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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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별 벤처투자 실적/그래픽=최헌정수도권 쏠림 문제도 지속적으로 거론돼왔다. 스타트업 블링크는 이번 보고서에서 1위 도시가 전체 국가 스타트업 활동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국가로 칠레, 에스토니아, 인도네시아, 러시아와 함께 한국을 꼽았다.
실제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벤처투자회사의 스타트업 투자 중 수도권 스타트업 비중은 73.6%에 달한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10년간 벤처기업과 투자현황을 분석한 결과에서는 수도권 소재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 비중이 80%를 넘어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도 두 문제를 인지하고 있다. 5년간 13조5000억원 규모로 AI·딥테크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넥스트 유니콘 프로젝트' 펀드를 조성하기로 했고, 3년간 비수도권 스타트업 투자를 위한 '지방시대 벤처펀드'를 만들기로 했다. 다만 이같은 지원이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선 예산지원 외에 규제 완화 등 제도적 뒷받침이 이어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 정부에서도 동일한 문제가 제기됐고 이를 극복하려 했지만 별다른 변화를 이끌어내지는 못했다"며 "예산지원 뿐 아니라 정책이 실효성있게 작동할 수 있도록 정부가 기업들과 더 밀접히 소통하고 정책에 반영해야 스타트업 생태계가 활력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