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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마이크로소프트 '디자이너' 생성 이미지한때 부동산 시장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불리며 급성장했던 프롭테크 산업이 급격한 환경 변화로 존폐의 기로에 섰다. 거시경제 불안과 부동산 시장 침체가 겹치면서 투자유치는 급감했고 다수 기업이 문을 닫았으며, 선두기업들마저 수익성 악화에 직면했다.
위기 극복을 위해 각 기업은 AI(인공지능)와 IoT(사물인터넷) 등을 앞세워 기술혁신을 추진하고 있지만, 여전히 높은 규제 장벽이 발목을 잡아 산업 발전은 지지부진하다. 이런 한계를 돌파하기 위해 해외 시장에서 활로를 찾으려는 움직임도 점차 늘고 있다.
15일 한국프롭테크포럼이 최근 발간한 '2025 프롭테크 회원사 편람'에 따르면 연도별 투자를 유치한 프롭테크 기업 수는 2021년 72개에서 2022년 82개로 정점을 찍은 후 2023년 46개로 줄었고 지난해는 30개에 그쳤다.
투자유치 금액의 경우 2021년 2조7435억원으로 최근 10년 새 가장 많았지만 2022년에는 1조2630억원으로 감소했고 2023년과 지난해는 각각 3261억원과 2477억원으로 급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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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롭테크 실적개선 난항...폐업도 이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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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한국프롭테크포럼업계의 전반적인 불황 속에서 폐업도 속출했다. 3D 인테리어 플랫폼 기업 어반베이스가 경영 악화로 인해 지난해 7월 문을 닫았고, '오늘의집'과 양강구도의 경쟁자였던 '집꾸미기'는 지난 3월 서비스를 종료했다.
인테리어 자재 전문 플랫폼 '문고리닷컴'은 적자가 지속돼 지난해 7월 서울회생법원에서 파산 선고를 받았으며, 인테리어 등 라이프스타일 숏폼 리뷰 커머스 플랫폼 '하우스앱'은 운영사의 자금 유동성 악화로 2023년 2월 서비스가 종료됐다.
대표 기업들의 상황도 녹록지 않다. 프롭테크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기업)에 올랐던 직방은 지난해 연결 재무제표 기준 영업손실이 287억원으로 집계돼 4년째 적자다. 매출액도 1014억원에 머무르며 지난해보다 21.8% 감소했다.
다방 운영사 스테이션3의 경우 지난해 매출이 210억원으로 전년과 비슷하다. 2021년 246억원, 2022년 231억원, 2023년 209억원 등 3년 연속 감소세를 이어가다 지난해 0.2% 상승했다.
상업용 부동산 종합서비스 기업 알스퀘어는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이 1981억원으로 창사 이래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으나 영업손실이 2022년 92억원, 2023년 237억원, 지난해 144억원 등 3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며 수익성 개선에는 난항을 겪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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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서 성장판 찾는 프롭테크…"제도적 유연성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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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방·다방처럼 부동산 중개 플랫폼들의 경우 한국공인중개사협회(한공협)와의 갈등도 강력한 리스크 요인이다. 지난 7월 한공협을 법정단체로 전환하는 것을 골자로 한 입법이 다시 추진되면서 프롭테크 업계의 불안감이 가중됐다.
이와 유사한 법안이 2022년에도 발의된 바 있었으나 당시 '직방금지법'이라 불리며 프롭테크 업계의 강한 저항을 불러일으켰고, 결국 국회 임기만료로 폐기됐다. 이번에는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여야 간사가 공동 추진하는 법안이라는 점에서 통과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프롭테크 업계 관계자는 "이번 개정안은 특정 업계의 기득권을 보호하는 '부동산판 타다금지법'으로 기록될 것"이라며 "생태계를 혁신하려는 프롭테크 스타트업의 시장 진입을 막을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위기에 봉착한 프롭테크 기업들은 기술혁신과 글로벌 확장으로 성장 발판을 마련하고 있다. 직방은 2022년 삼성SDS의 홈IoT 사업을 인수한 뒤 중국에 법인을 세워 현지 스마트홈 시장에 진출했다. 국내에서도 도어락 등 스마트홈 관련 상품을 판매 중이다.
다방은 생성형 AI 기술을 적용한 'AI 추천 매물' 서비스를 고도화해 최근 출시했다. 기존 2030세대 중심의 원룸·투룸 임대차 중개에서 벗어나 아파트 매매 서비스로 확장하며 4050세대까지 고객 범위를 넓혀 나가고 있다.
알스퀘어는 베트남 시장에 공을 들이고 있다. 2021년 알스퀘어베트남을 설립해 기업의 현지 법인 설립부터 사무실 임차, 인테리어까지 진행하는 원스톱 서비스를 구축했다. 올해 상반기 현지 수주 매출액 100억원을 달성해 지난해 연 매출액을 6개월만에 넘어섰다.
인테리어·리모델링 스타트업 아파트멘터리는 홍콩에서 입지를 다지는 중이다. 홍콩 진출 직후인 지난해 11월 700만 홍콩달러(약 12억5000만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하는 등 현지 시장에 빠르게 진입했다. 이후 추가 계약과 공사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
업계는 프롭테크 산업의 근본적 성장을 위해선 규제 개혁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조인혜 프롭테크포럼 사무처장은 "프롭테크는 부동산만이 아닌 공간을 사용하는 모든 사람을 위한 기술"이라며 "현 규제 방식은 신산업의 발목을 잡을 수밖에 없다. 유연성이 필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