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카이스트(KAIST·한국과학기술원)를 비롯한 4대 과학기술원이 보유한 딥테크를 한자리에서 모두 만나볼 수 있는 사업화 유망기술 공동 설명회가 코엑스에서 열린다. 머니투데이 스타트업 전문 미디어 플랫폼 '유니콘팩토리'는 오는 16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A홀에서 개막하는 '스마트 에너지 플러스'(SMART ENERGY PLUS·SEP) 2025'의 특별 부대행사로 '2025 테크마켓'을 개최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카이스트,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울산과학기술원(UNIST), 광주과학기술원(GIST) 등 4대 과기원이 공동 개최하는 이 행사는 우수 R&D(연구개발) 성과를 국내 대·중견·중소기업, 벤처·스타트업에 소개·이전해 기존 제품 및 서비스를 고도화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마련됐다. 무대에 오를 신기술을 개발한 과기원 교수들에게 직접 핵심 기술력과 산업적 가치를 들어봤다.
[스타트업에 대한 보다 다양한 기업정보는 유니콘팩토리 빅데이터 플랫폼 '데이터랩'에서 볼 수 있습니다.]
손훈 카이스트 건설및환경공학과 교수 /사진=최태범 기자"기존 금속 3D 프린팅은 레이저로 금속 분말 가루를 녹여 쌓아 올리는 방식인데 이 과정에서 물질 특성을 균일하게 유지하기 어렵고 공극(기공)이 발생한다. 만약 물건을 만들고 난 이후 결함이 발견되면 폐기해야 해 비효율성이 크다."
손훈 카이스트 건설및환경공학과 교수는 "3D 프린팅 기술이 많이 연구되고 있지만 주로 재료나 공정 연구에 집중돼 있을 뿐 실제 품질관리에 대한 연구는 부족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손 교수는 "주형을 미리 찍어내는 기존 제조 방식은 품질이 거의 균일하게 나오지만 다품종 소량생산이 목적인 3D 프린팅은 품질이 일정하게 나오기 어렵고 수율(결함없는 제품 생산 비율)이 좋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이러한 불확실성 때문에 제품을 모두 만들고 나서 샘플 몇 개를 파괴해 검사를 해야하는 한계가 있다"며 "인증과 품질 검사를 별도로 해야 하는데 이 과정이 매우 길고 시간도 많이 소요된다"고 덧붙였다.
이는 손 교수가 '온라인 비파괴 검사 및 실시간 3D 프린팅 공정관리' 기술을 개발한 이유다. 그는 "3D 프린팅을 하면서 실시간으로 품질 이상 여부를 검사·관리하고 필요한 경우 제어까지 하는 연구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
기존 대비 공극 비율 약 81%까지 감소
━
펨토초·나노초 레이저 기반 비파괴검사 기술 /사진=손훈 카이스트 교수손 교수가 개발한 기술은 열화상 카메라를 사용해 3D 프린팅 과정에서 레이저가 금속 분말을 녹이는 용융풀(Melt pool)의 상태를 실시간으로 관찰한다.
열화상 카메라는 용융풀의 너비, 길이, 높이, 기울기 등을 측정하며 온도 분포를 기반으로 용융풀의 깊이도 추정할 수 있다. 여기에 인공신경망(ANN) 기술을 적용해 프린팅 변수와 카메라 측정값을 바탕으로 용융풀의 깊이를 더욱 정확하게 산출한다.
손 교수는 "기존 방법은 여러 장비가 필요하거나 한 가지 기능만 수행할 수 있는 반면 이 기술은 단일 열화상 카메라 장비로 용융 깊이 조절, 공극 감소, 형상 제어 등 여러 작업을 동시에 수행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라고 강조했다.
핵심 기술은 열화상 카메라의 측정과 함께 추가적인 레이저를 쏘아 재료 내부를 계속 휘저어 주는 것이다. 실제로 이를 통해 기존 대비 공극의 비율을 약 81%까지 줄였다는 설명이다.
용융풀(Melt pool) 높이 제어에 따른 결과물의 차이 /사진=손훈 카이스트 교수그는 "마치 요리할 때 계속 저어주는 것과 같다"며 "이 기술은 금속 재료 내부의 열 분포를 균등하게 유지해 공극이 밖으로 빠져나가기 쉽게 하고 재료의 결정 조직을 한쪽으로 치우친 바늘 모양에서 둥글고 균일한 형태로 변화시킨다"고 했다.
금속 제품에 공극이 많을 경우 내부 결정이 특정 방향으로 쏠려 재료의 물성이 달라질 수 있다. 마이크로 단위로 보면 바늘처럼 뾰족한 조직이 형성되고, 이는 힘이나 압력이 가해지면 '취성 파괴(재료의 변형 없이 갑작스럽게 부서지는 현상)'로 이어진다.
쉽게 말해 눈으로 금속의 외견을 봤을 때는 이상이 없더라도 재료 내부는 '구멍 송송' 상태일 수 있다는 얘기다. 만약 이러한 금속 재료가 건설 현장이나 항공·우주·국방 분야 등에서 사용되면 대형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손 교수는 "고압·고온 처리를 통해 공극을 줄이는 기존 방식은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고 큰 부품에는 적용하기 어렵다"며 이번에 개발한 기술을 사용하면 재료의 연성(늘어나는 성질)과 내구성이 향상되고 실시간 관찰을 통해 이 같은 후속 작업 문제가 해소된다고 설명했다.
━
"재료·시간·인력 낭비 최소화…더 안전한 사회 만든다"
━
PR 레이저 에너지 세기에 따른 '알파-베타 티타늄 합금(Ti-6Al-4V)' 샘플 내 공극 생성량 변화(X선 현미경 촬영 결과) /사진=손훈 카이스트 교수손 교수는 다음달 16일 서울 코엑스에서 머니투데이 스타트업 미디어 플랫폼 '유니콘팩토리'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최하는 '4대 과학기술원 공동 2025 테크마켓'에서 자신의 기술에 대해 상세히 발표할 예정이다.
테크마켓은 카이스트를 비롯해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울산과학기술원(UNIST) △광주과학기술원(GIST) 등 4대 과학기술원이 한데 모여 통합형으로 진행하는 사업화 유망 기술 설명회다. 4대 과학기술원의 혁신기술이 각 2개씩 총 8개 출품된다.
손 교수는 자신의 기술이 △자동차·항공·우주산업 등 다양한 분야의 용접 공정 △정밀한 부품 수급을 필요로 하는 방산 분야 △중고차 사고 이력이나 수리 여부 진단 △용접 불량에서 기인하는 2차전지나 ESS의 화재 사고 예방 등 다방면에 활용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용접 깊이 확인과 공극 제어를 통해 품질을 높이는 기술은 광범위한 용접 분야에서 사업성이 있을 것"이라며 "레이저를 활용한 결정 구조 균질화는 세계 최초로 개발된 기술"이라고 자부했다.
그러면서 "이 기술의 가치는 3D 프린팅 과정에서 품질 이상을 실시간 탐지하고 제어해 제품의 신뢰성과 안전성을 확보하는 것"이라며 "재료와 시간, 인력 낭비를 최소화하고 궁극적으로는 더 안전한 사회를 만드는 데 기여하는 것이 목표"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