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의 AI - 산업에서 안전까지] ⑥나탈리 허 미국 변호사 인터뷰
"법률 서비스 민주화에 기여…
이면에 무단 수집·규제 미비
IP 등 관련 소송 증가 전망
공정성·제품책임 대비해야
[편집자주] AI(인공지능)를 둘러싼 전 세계 패권 경쟁이 치열하다. 이재명 정부도 '모두의 AI'를 기치로 포용적이고 책임 있는 AI 생태계 구축에 나섰다. 전 세계에서 통용될 K-AI가 되기 위해 우린 어떤 길을 걸어야 할까. 주요국 AI 산업 현장부터 기업의 전략, 사용자의 안전까지, 지속가능한 K-AI 생태계 조성 방안을 모색해본다.

"AI(인공지능)는 법률 서비스의 접근성을 높이는 동시에, 부정확한 정보에 의한 분쟁 가능성도 높입니다. 안전과 기회 사이에 균형을 찾는 것이 중요합니다."
최근 미국 캘리포니아주 노스 산호세의 한 카페에서 만난 나탈리 허 변호사는 AI로 인해 근무환경이 빠르게 변화한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 대형로펌 소속 변호사로 실리콘밸리에서 IP(지식재산권) 소송을 주로 다룬다. 지난 8월 삼성디스플레이가 경쟁 업체인 중국 BOE에 맞서 크게 승소한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영업비밀 침해 소송'을 그가 맡았다.
허 변호사는 AI로 인해 '법률서비스의 민주화'가 이뤄지는 동시에, 또다른 법적 분쟁의 불씨가 만들어진다고 했다. 그는 "최근 고객들이 AI로 법적 문서 초안을 작성해서 맞는지 확인해 달라는 경우가 많다"면서 "AI가 단순 업무를 담당하고 변호사들은 전략적 기여에 더 집중한다"고 말했다.
AI 덕에 누구나 계약서를 쉽게 작성하게 됐지만, 또다른 법적 분쟁의 씨앗이 되기도 한다. AI가 작성한 계약서에 오류가 있거나, 회사 기밀을 AI에 노출할 우려 등이다. 이에 따라 법도 바뀐다. 지난해 캘리포니아주에서 통과된 AB 1777법안이 대표적이다. 자율주행차 교통사고가 잇따르자 운전자보다 제조사에 그 책임을 물을 수 있게 법을 바꿨다.
그는 앞으로 AI로 인한 저작권 소송, 무단 웹사이트 정보 수집(크롤링, 스크래핑) 관련 소송이 더 많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 뉴욕타임스도 오픈AI의 뉴스 크롤링에 대해 저작권 분쟁을 벌이고 있다. 허 변호사는 "AI 관련 법적분쟁은 이제 시작"이라고 했다.
후발주자인 한국, AI 저작권·공정이용 등 사법리스크 대비해야…스타트업은 美서 특허 출원 신중 그는 후발주자인 한국의 AI 기업들 역시 AI 투명성과 공정 이용(Fair use), 제품 책임(결과물 오류로 인한 피해) 등에 충분히 대비해야 한다고 했다.
허 변호사는 "글로벌 시장에서 저작권 분쟁이 본격화됐는데 후발주자인 한국이 조바심에 AI 해외 모델을 그대로 갖다쓰거나 무단 학습한다면 소송에 휘말릴 위험이 크다"면서 "스크래핑 대상 사이트의 약관 위반 여부와 저작권 보호 여부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해외 진출을 꿈꾸는 AI 스타트업에는 "기술 특허를 함부로 출원하지 마라"고 당부했다. 그는 "미국 법은 소프트웨어나 알고리즘 특허를 잘 인정 안 한다"며 "한국 특허가 미국에서도 인정될 줄 알고 무작정 특허 출원했다간 돈을 낭비하게 된다"고 했다. 미국은 특허신청에 약 1만5000달러(약 2100만원) 정도 든다.
대신, 문서에 '대외비' 표시를 하고 엔지니어에 NDA(비밀유지계약)를 쓰게 하는 방식으로 '영업비밀' 인정을 받아 혹시 모를 소송에 대비하라고 했다. 특허 출원은 기술이 상용화되기 직전이 적절하다는 조언이다. 또 미국 실리콘밸리가 위치한 캘리포니아주는 동종업계 취업제한이 없고, 전 직장동료를 팀 단위로 영입해도 문제가 되지 않는만큼 유의하라고 당부했다.
아울러 딥페이크 등 AI로 인한 피해 방지를 위해 AI가 만든 콘텐츠임을 자동 표시·추적하게 하는 기술이 필요하다고도 강조했다. 딥페이크 콘텐츠를 빠르게 삭제·차단할 수 있는 제도와 데이터 삭제 요청권·배상안 등 피해자 구제책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애국심·팬심에 한국 가는 사람들 있어…이들 정착하도록 다양성 용인해야" 허 변호사는 AI 성장과 규제 중 어떤 가치를 우선시할 지는 '한국 정부의 선택에 달렸다'면서도 "미국도 AI 세이프티를 무효화하는 흐름인데 궤도에 오르기 전인 한국에 전반적인 규제가 필요한가"하고 반문했다.
아울러 '딥시크 쇼크' 이후 실리콘밸리에서 자국으로 돌아가는 중국인들이 많아졌다는 상황을 전하며 한국의 AI 인재 유치를 위해선 "한국 AI의 가능성을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을 발전시키겠다는 애국심으로 한국에 갔던 지인들이 2~3년만에 돌아오는 것을 자주 본다"며 "실리콘밸리에서 배운 것을 적용할 만큼 한국이 AI 분야에서 잠재력 있는 국가가 돼야 하고, 다른 문화권의 사람들을 용인해야 한다"고 했다.
'케이팝데몬헌터스'와 K컬처 붐 덕에 한국이 매력적인 국가가 된 지금이 글로벌 인재 영입 기회라는 것이다. 그는 "한국이 지금 매력적인 나라라는 것을 잘 이용해야 한다. 한번 살아보고 돌아오겠다는 수요가 있을 수 있는데, 그 역시 활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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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 사진 실리콘밸리(미국)=김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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