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에 나온 스타트업에 대한 보다 다양한 기업정보는 유니콘팩토리 빅데이터 플랫폼 '데이터랩'에서 볼 수 있습니다.] 김병국 ASTI 회장/사진=전진엔텍 "ASTI는 'AI(인공지능)·빅데이터와 제조'를 잇는 신경망이 될 겁니다. 저는 그 신경망에 전원을 넣어 지역 산업 현장까지 촘촘히 배선하는 역할을 하겠습니다."
ASTI(과학기술정보협의회) 회장으로 취임한 지 1년이 지난 김병국 회장(전진엔텍 대표이사)은 지난 한 해를 "현장을 누비며 구조를 파악하고, 그 위에 전선을 그어 온 시간이었다"고 자평했다. 그러면서 "이제 AI를 접목하지 않으면 중국의 파상공세 속에서 살아남을 중견·중소제조기업은 없을 정도"라며 "앞으로 1년은 빠른 DX(디지털 전환)·AX(인공지능 전환) 전략과 함께 '글로벌 ASTI'를 통해 해외무대에서 기술로 승부를 하는 '글로벌 히든 챔피언'을 육성하는 시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전국 1만여곳 회원사를 보유한 ASTI는 시장 조사, 기술 동향 파악, 사업 기획 수립, R&D(연구·개발) 지원 등을 통해 국내 중소·중견기업의 스케일업을 지원하며 '산업혁신 플랫폼'으로 자리 잡았다.
김 회장이 ASTI와 인연을 맺은 건 2012년이다. 전진엔텍은 2005년 국내 최초로 '급속개폐장치' 국산화에 성공하며 이름이 알려진 기업이다. 이와 함께 석유화학 플랜트 모듈 설계부터 기자재 제작·설치까지 전 공정을 자체 기술력으로 수행하며 전체 매출의 절반 이상을 해외 수출로 일궈낸 알짜 중소기업이다.
전진엔텍은 수출 위주로 나가야하는 플랜트 산업의 특성상 신제품 개발 시 해외 선진기업의 특허회피설계 등 특허분석이 필요했다. 김 회장은 ASTI의 '해양플랜트 기자재연구회'에서 활동하면서 관련 정보를 얻고,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의 '중소기업 기술사업화 글로벌 전략 지원사업'을 통해 다양한 지원을 받았다. 이를 통해 플랜트 산업의 핵심기술로 통하는 '세퍼레이터 모듈'을 개발하는 큰 성과를 거뒀다. 이는 대량의 바닷물과 오일, 가스, 모래를 빠르게 분리시키는 장치다.
그는 "세퍼레이터 모듈 설계 과정에서 데이터 비교분석이 필요했는데 KISTI측에서 슈퍼컴퓨터를 적극 활용할 수 있도록 도와줬다"며 "이 기술을 통해 얻은 차별화를 무기로 해외기업에 맞춤형 석유화학 플랜트 수출이 가능해졌고, 이것이 우리 회사의 성장에 새로운 견인차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이 같은 경험을 더 많은 기업과 나누고 싶다는 생각으로 지난해 ASTI 회장직 제안을 수용했다. 그를 부산 강서구에 위치한 본시 집무실에서 만났다. 다음은 일문일답.
-취임 1년의 소회는.
▶현장을 다니며 가장 자주 들은 말이 "알았으면 썼을 텐데"였다. 그만큼 ASTI나 KISTI를 모르는 기업이 여전히 많다. ASTI는 그동안 지역 산업계의 '보이지 않는 데이터 참모본부'로서 묵묵히 제 역할을 해왔다. 이 조직을 음지에서 양지로 끌어올리고 싶었다. 그래서 회원사 울타리를 낮추고, 문호를 넓히는 데 주력했다. 데이터와 기술은 결국 사람이 써야 가치가 생긴다. '쓰이게 하려면 보이게 해야 한다'는 단순한 원칙을 실무로 옮기는 데 지난 1년을 썼다. 아울러 ASTI와 KISTI의 역량을 어떻게 회원사와 연결하고, 지역 제조 현장에 AI와 데이터를 어떻게 녹여낼지에 대한 '지도 그리기'에도 집중했다.
-기술 변화 속도가 빠른 요즘, 현장의 체감은 어떤가.
▶해외 대형 전시회를 가보면 중국 기업의 존재감이 압도적이다. 현장에서 "이러다 다 죽겠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돌파구는 AI 접목밖에 없다고 본다. 그러나 많은 기업이 변화의 필요성은 알면서도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막막해한다. 그래서 ASTI는 이런 기업들을 찾아 문제를 함께 진단하고, 도면 설계 자동화나 AI 기반 물량 산출 등 구체적인 과제를 지원하며, AI를 제조 현장에 녹여내는 실질적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 부울경 기업들은 DX·AX 전환을 어떻게 추진하고 있나.
▶지역 제조기업들은 바로 활용할 수 있는 '검증된 솔루션'을 원하고, 반대로 IT 기업들은 산업 현장에서 실제 적용을 통해 빠르게 레퍼런스를 쌓길 바란다. ASTI는 이 둘을 연결해 첫 번째 성공사례를 만들어주는 '브리지' 역할을 하고 있다. 벤처기업협회와 협력해 제조-IT 합동 교류회와 현장 적용형 데모 프로젝트를 상시화하며, 상생 기반의 디지털 전환 모델을 확산시키고 있다.
-앞으로의 계획은.
▶'글로벌 ASTI'라는 이름 아래, 해외 시장에서 기술로 승부하는 히든 챔피언을 키우는 시기로 삼을 것이다. 내수시장은 실적 중심의 보수적 구조지만 해외는 빠른 피드백과 과감한 기회 부여가 강점이다. 우리 회사도 작은 납품의 성공이 대형 계약으로 이어진 경험이 많다. 그래서 앞으로는 '준비-매칭-후속영업'을 하나로 묶은 원스톱 지원 프로그램을 구축해 기업들의 글로벌 진출을 실질적으로 돕고자 한다.
- 구체적인 실행안이 있나.
▶ 우선 '글로벌 ASTI 컨소시엄 원팀'을 구성할 계획이다. 중소기업들이 해외 전시회에 단독으로 나서는 대신 업종별로 협력해 하나의 팀으로 움직이자는 구상이다. 공동 부스를 마련하고 사전 바이어 미팅과 일일 브리핑을 정례화해 해외시장 진입의 문턱을 낮출 계획이다. 또한 프로젝트 성과를 회원사에만 한정하지 않고 분기별 '오픈 브리핑'과 '성과 대시보드'를 통해 모든 기업이 볼 수 있도록 투명하게 공개할 예정이다.
- 글로벌 ASTI가 개척할 주요 시장은 어디인가.
▶ 우선적으로 베트남, 인도네시아, 태국 등 동남아시아 시장이다. ASTI 회원사들이 동남아 시장에 보다 수월하게 진출할 수 있도로 지원 체계를 만들 예정이다. 아울러 중동 지역 중 사우디아라비아와 UAE는 에너지·가스·조선 기자재 분야 기업들의 진출 가능성을, 싱가포르는 금융·물류 허브로서 법인과 유통 거점으로 활용할 가능성을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