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얼음이 가짜야?"...차원이 다른 3D 그래픽, 韓 연구팀 해냈다
[2025 테크마켓]문보창 광주과학기술원(GIST) AI융합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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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보창 광주과학기술원(GIST) AI융합학과 교수/사진=GIST 최근 영화와 애니메이션, 게임의 흥행 성패는 3차원(3D) 그래픽의 '사실감'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관객과 이용자들은 화면 속 세계가 실제와 구분되지 않을 만큼 정교하게 구현되기를 기대하며, 콘텐츠 제작사들은 현실감을 높이기 위해 더 정밀한 그래픽 기술과 고품질의 시각효과(VFX)를 앞다퉈 도입하고 있다.
이처럼 실제와 같은 이미지를 만드는 핵심기술 중 하나가 '물리 기반 렌더링'(PBR, Physically Based Rendering)이다. 간단히 말해 가상의 카메라, 광원, 물체를 설정한 뒤 각 픽셀마다 광선을 추적해 물리적으로 일치하는 이미지를 합성하는 방식이다. 픽사와 디즈니 애니메이션이 작품속에서 사실적인 빛과 그림자를 구현할 수 있었던 것도 이 기술 덕분이다.
하지만 정확도를 높이려면 픽셀당 수만 개의 광선을 추적해야 한다. 빛의 반사·굴절과 같은 복잡한 계산이 포함된 수많은 경로 샘플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연산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복잡한 장면의 경우 한 장의 이미지를 렌더링하는 데 며칠이 걸리기도 한다. 이러면 작업 효율이 급격히 떨어지면서 제작 공정 전반에 병목이 발생하고, 고품질 그래픽 구현에 막대한 비용이 소요된다.
광주과학기술원(GIST) AI융합학과 문보창 교수 연구팀은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입력 이미지보다 결과물이 반드시 더 좋아지도록 '수학적으로 보장'하는 인공지능(AI) 기반 렌더링 가속 기술을 개발해 학계의 주목을 받았다. 이 기술은 단순히 렌더링 속도를 높이는 것에 그치지 않고, 결과물의 품질을 일정 수준 이상 유지할 수 있다는 게 특장점이다.
문 교수팀의 기술은 영화, 애니메이션, 게임 엔진뿐 아니라 건축 설계, 공장 운영을 실제와 동일하게 구현하는 디지털 트윈, 건물 조명과 그림자를 실제처럼 시뮬레이션하는 건축 시각화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적용될 수 있다. 이 연구성과는 오는 10월 16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리는 '4대 과학기술원 공동 2025 테크마켓'에서 소개될 예정이다.
문 교수는 KAIST 전산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뒤 미국 디즈니리서치에서 박사후연구원으로 근무하며 그래픽스·AI 기반 화질 개선 연구를 수행했다. 2016년부터 GIST에 부임해 렌더링 가속과 역렌더링 연구를 이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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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망으로는 한계…'제임스-스테인 추정기'로 안정성 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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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팀에 따르면 PBR 연산량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디즈니, 엔비디아, 인텔 등 글로벌 기업들은 인공신경망(Artificial Neural Network)을 활용해 렌더링을 가속화하는 연구를 꾸준히 진행해왔다. 이는 샘플 수를 줄여 노이즈가 많은 이미지를 먼저 만든 뒤, 신경망으로 잡음을 제거해 고품질 이미지를 복원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잡음이 많은 이미지를 정밀하게 복원하는 일은 그리 쉽지 않다. 문 교수는 인터뷰 자리에서 얼음이 담긴 유리잔 이미지를 예로 들며 "확대된 영역에서는 얼음의 세부 구조가 상당 부분 소실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며 "기존 신경망 기술만으로는 정보 손실을 완벽히 복원하기 어렵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이어 "신경망 특성상 학습되지 않은 입력이 들어오면 오히려 품질이 악화되는 경우도 자주 발생한다"고 덧붙였다.
문 교수 연구팀은 이 문제의 해결책으로 통계학의 전통적 기법인 '제임스-스테인 추정기'를 인공신경망과 결합하는 방법을 활용했다. 그는 "결과적으로 노이즈가 많은 원본 이미지와 기존 신경망 결과물을 결합해 출력 이미지가 입력보다 항상 품질이 높도록 보장하는 신경망 구조를 설계했다"며 "산업 현장에서 신뢰하고 쓸 수 있는 솔루션을 구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기술은 2022년 세계 최대 컴퓨터 그래픽스 학술대회 '시그라프 아시아(SIGGRAPH Asia)'에서 최우수 논문상을 수상했고, 특허로도 이어졌다.
문 교수는 이 기술을 게임 엔진 사용자에게 플러그인(plug-in) 형태로 제공할 계획이다. 플러그인은 기존 프로그램에 '끼워 넣어' 추가 기능을 제공하는 독립 소프트웨어 모듈을 말한다.
그는 "언리얼이나 유니티 같은 엔진에는 기본 렌더링 기능이 있지만 물리 기반 렌더링은 별도의 고급 기능이 필요하다"며 "엔진을 사용하는 스튜디오와 기업이 주요 고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연구팀은 최근 PBR을 역으로 수행하는 '역렌더링' 분야로 연구를 확장하고 있다. 이는 사진 한 장을 입력하면 물체의 위치 정보나 재질, 장면 속 연기나 안개 같은 볼륨 데이터를 역으로 추론해내는 기술이다.
문 교수는 "이 기술은 디지털트윈이나 메타버스 공연처럼 실제 환경과 가상 환경이 최대한 일치해야 하는 분야에서 활용도가 높을 것"이라며 "공장 설비를 원격으로 제어하거나 가상 스튜디오에서 실시간으로 콘텐츠를 제작할 때, 화면 속 장면이 실제와 같은 물리적 일관성을 갖춰야 신뢰성이 확보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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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미경으로만 보이는 '광학지문'…위조 틀어막을 K-보안 신기술
[2025 테크마켓]정현호 광주과학기술원(GIST) 전기전자컴퓨터공학과 부교수 (왼쪽부터)광주과학기술원(GIST) 전기전자컴퓨터공학과 정현호 부교수, 김규린 연구원 /사진=류준영 기자 반짝이는 금빛 시편 몇 장이 테이블 위에 놓여 있다. 언뜻 보면 단순한 금속 박막처럼 보이지만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면 화면 가득 펼쳐진 붉은 점무늬와 불규칙하게 섞인 밝고 어두운 픽셀이 나타난다.
광주과학기술원(GIST) 전기전자컴퓨터공학과 정현호 부교수는 "겉으론 같은 색으로 보이지만 가까이 보면 모두 다르다"며 "복제할 수 없는 차세대 보안 인증 기술이 이 안에 숨겨져 있다"고 말했다.
정 부교수 연구팀은 오는 10월 16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리는 '제2회 테크마켓'에서 물리적 복제 불가 함수(PUF, Physically Unclonable Function)를 기반으로 한 보안 인증 기술을 소개한다. 이 기술이 상용화되면 불법 거래 의약품, 가짜 주류, 위조 명품 시계·가방 등 각종 위조 상품의 유통을 효과적으로 차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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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R·바코드 한계 넘어선 PUF 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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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위·변조 방지 수단으로 널리 쓰이는 QR코드와 바코드는 복제가 쉽고 제품마다 완전히 고유한 정보를 부여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정 부교수팀의 기술은 '같은 제품이라도 개체마다 모두 다른 코드를 심어 넣는 것'이 핵심이다.
연구팀은 이 같은 기술을 구현하기 위해 PUF를 활용했다. PUF는 반도체나 회로 제작 과정에서 발생하는 미세한 공정 차이를 이용해 각 부품마다 복제 불가능한 고유 패턴을 만들어내는 기술을 말한다. 이 패턴을 읽어 인증·암호화에 활용하면 복제가 사실상 불가능한 '하드웨어 지문'을 확보할 수 있다. 그러나 기존 PUF 기술은 색상 조절이 어렵고 외부에서도 쉽게 식별돼 보안성이 떨어진다는 문제가 있었다.
자료=GIST연구팀은 이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자연에서 발견되는 '구조색 현상'에 주목했다. 나비의 날개, 새 깃털, 해조류 잎 등은 나노 크기의 미세 구조가 완벽한 질서도, 무질서도 아닌 '준질서' 형태로 배열돼 있어 겉보기에는 일정한 색을 띠지만 가까이 들여다보면 곳곳의 색상이 약간씩 차이를 보이는 일종의 '미세한 무작위성'을 가진다. 이는 자연에서 위장, 포식자 회피 등 생존에 유리한 기능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이 원리를 모사한 연구팀은 금속 박막 위에 절연체(유전체) 층을 증착하고, 그 위에 수십 나노미터 크기의 금 나노입자를 정전기적 자가조립 방식으로 배열해 '플라즈모닉 메타표면'을 제작했다. 육안으로는 일정한 반사색을 띠지만 고배율 광학현미경으로 보면 영역마다 서로 다른 산란 패턴, 즉 '광학 지문'이 드러난다.
정 부교수는 "겉으로는 동일해 보이지만 나노 구조가 만들어낸 고유한 패턴은 절대 복제할 수 없다"며 "이를 통해 보이지 않는 고유 정보를 숨기거나 선택적으로 드러낼 수 있는 고차원 보안 인증 기술이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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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르고 정밀한 제작 공정…다양한 활용 시나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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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부교수 연구팀이 이 기술로 만든 보안셀은 빠르고 대량으로 만들 수 있다. 약 2인치(지름 약 5cm) 웨이퍼 한 장으로 제작할 경우 1분 정도 걸린다. 그는 "액체 상태의 나노입자를 기판에 뿌리고 10초~1분가량 기다리면 입자들이 자동으로 자리 잡는 방식으로 공정을 구현했다"며 "한 장의 웨이퍼로 최대 2만2500개의 셀을 구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약 2만개의 셀 중 무작위로 추출한 500개 샘플을 분석한 결과, 샘플 간 유사도가 99.9% 이상 다르며 동일 패턴 재현 확률은 사실상 0으로 확인됐다. 이번 연구를 주도하고 해당 논문의 제1저자인 김규린 연구원은 "홍채나 지문 인식처럼 오차율이 매우 낮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고온·고습·마찰 등 다양한 환경 변화에도 산란 패턴이 안정적으로 유지되며 육안으로는 기존 제품과 구별되지 않기 때문에 디자인을 해치지도 않는다.
연구팀은 이 기술을 명품 시계 유리, 반도체 칩 패키지 표면, 의약품 1차 용기 곡면 등에 적용하면 진품 인증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제품 표면의 코드를 전용 리더기로 스캔하고 서버에 등록된 원본 데이터와 비교해 진위를 판별하는 방식이다. 이 구조는 명품 감정, 반도체 사후관리(A/S), 리콜 관리, 고가 주류 단속 등 다양한 분야에서 즉시 활용 가능하다.
연구팀은 스마트폰 카메라를 활용한 인증 기술 개발에도 착수했다. 김 연구원은 "소비자가 직접 스마트폰으로 정품 인증을 할 수 있게 되면 범용성이 한층 높아질 것"이라며 "나노입자의 크기와 패턴을 조정해 10~50배 수준의 모바일 줌으로도 무작위 픽셀이 식별되도록 연구 중"이라고 말했다.
정 부교수는 "자연 속 질서와 무질서의 공존을 나노기술로 재현해 외형은 같아 보여도 복제할 수 없는 광학 정보를 구현했다"며 "이 기술은 고급 소비재부터 의약품 검증, 국가 보안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강력한 위조 방지 수단으로 쓰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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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렌더링·광학지문이 뭐길래..."범용성·경쟁력 모두 갖춘 신기술"
AI·빅데이터 기반 사업화 유망성 탐색 플랫폼 '아폴로'로 분석해보니 AI가 첨단기술을 분석해 관련 기업을 찾아주는 모습/자료사진=게티이미지뱅크"정보보안, 자율주행, 메타버스 등 다양한 분야에서 상용화 가능성이 높고 글로벌 경쟁력 확보 잠재력도 충분하다."
이는 인공지능(AI)을 활용해 광주과학기술원(GIST)의 대표 기술 2건을 분석한 결과다. 오는 10월 16일 서울 코엑스 A홀 컨퍼런스A에서는 국내 4대 과학기술원(KAIST·GIST·DGIST·UNIST)이 보유한 첨단기술을 한자리에서 선보이는 '2025 테크마켓'이 열린다.
머니투데이 스타트업 전문 미디어 플랫폼 '유니콘팩토리'는 이들 기술의 민간 이전과 사업화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에 의뢰해 AI·빅데이터 기반 공공연구개발(R&D) 성과 분석 플랫폼 '아폴로(Apollo)'로 사전 검증을 진행했다.
이번 분석 대상은 GIST 문보창 교수, 정현호 부교수가 각각 선보일 '제임스-스테인 결합기를 이용한 이미지 품질 향상 장치 및 방법', '복제 불가능한 준질서형 플라즈몬 메타표면'이다.
먼저 정현호 부교수팀의 기술은 차세대 보안·인증 산업을 비롯해 디스플레이와 광학 위장 분야에서 핵심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이 메타표면은 빛의 자극에 따라 고유한 광학 신호를 내는 초미세 구조체로, 무작위성이 높은 '준질서 배열'을 적용해 사실상 복제가 불가능한 패턴을 구현한다. 이를 활용하면 위조 방지 라벨, 인증 태그, 군사 장비 위장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 적용할 수 있다.
연구팀은 이 기술을 바탕으로 전기적으로 색을 조절할 수 있는 친환경 차세대 디스플레이와 보안소자를 개발했다. 아폴로의 시장 분석 결과, 국내 복제 불가 보안소자 시장규모는 2025년 약 1835억원, 글로벌 시장은 2029년까지 약 2조5000억원(19억 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됐다.
아폴로팀은 "정 교수팀의 플라즈몬 메타표면 기술은 데이터를 지웠다고 해도 실제로는 저장 매체에 미세한 흔적이 남는 '데이터 잔류성'과 같은 하드웨어 보안 분야에 새로운 대안으로 부상할 잠재력을 갖췄다"고 평가했다. 아폴로가 제시한 잠재 수요기업으로는 △휴면플러스(대구) △브이원택(경기) △나노시스템즈(경북) △옵티레이(충남) 등이 꼽혔다.
문보창 교수팀이 개발한 기술은 실감형 콘텐츠 제작부터 보안·감시 시스템, 자율주행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산업 혁신을 이끌 핵심기술로 평가받았다. 이 기술은 영상, 센서, 위성자료, 컴퓨터 그래픽 등 이질적인 데이터를 융합해 고품질로 재구성하는 방식으로, AI 기반 학습 기법을 활용해 화질 개선, 경계 복원, 노이즈 억제를 동시에 구현할 수 있다.
아폴로는 메타버스, VR·AR(가상·증강현실), 영화, 게임 등 실감 콘텐츠 분야에서는 실사 영상과 그래픽을 자연스럽게 합성해 몰입감을 극대화할 수 있으며, 자율주행 및 교통관제 분야에서도 보행자나 차량의 움직임을 정밀하게 추적하는 데 활용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아폴로에 따르면 글로벌 영상복원시장은 올해 약 6763억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며, 연평균 10.4%의 높은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현재 국내 시장에서는 업력 5~15년 된 중소기업 약 90여곳이 활동 중이며, 잠재 수요기업으로는 △대진기술정보(대구) △한국알파시스템(대구) 등이 명단에 올랐다. [머니투데이 스타트업 미디어 플랫폼 유니콘팩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