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미경·AI 품은 내시경…세포 단위 관찰로 암 조기진단 앞당긴다
[2025 테크마켓]송철 DGIST 로봇및기계전자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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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철 DGIST 로봇및기계전자공학과 교수가 '초소형 현미 내시경'을 들어보이고 있다/사진=DGIST"일반적인 위·대장 내시경의 조기 암 발견율은 결코 100%가 아닙니다."
기존 내시경은 렌즈에 잡힌 화면을 의사가 직접 관찰하는 방식이어서, 결과는 의사의 경험과 숙련도에 크게 좌우된다. 검사 속도나 관찰 시간 차이에 따라 놓치는 경우도 많다. 실제로 학계에 따르면 위내시경의 조기 위암 발견율은 약 70%다. 즉, 내시경 검사를 받아도 암을 놓칠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그러나 세포 단위까지 들여다볼 수 있는 현미경급 내시경에 AI(인공지능)이 결합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오는 10월 16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리는 '4대 과학기술원 공동 2025 테크마켓'에서는 송철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로봇·기계전자공학과 교수팀이 자체 개발한 '공초점 내시현미경 시스템 기술', 일명 '초소형 현미 내시경'을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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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한 세포 변화까지 관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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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술은 말 그대로 내시경 끝에 현미경을 달아 인체 내부를 세포 단위까지 관찰할 수 있게 만든 것이다. 기존 내시경은 우리가 쓰는 휴대폰 카메라와 같이 CCD 카메라로 내부를 사진처럼 찍는 방식이어서 표면 색이나 질감은 알 수 있지만, 암세포처럼 미세한 세포 변화를 잡아내기는 어렵다.
송 교수팀은 여기에 연구자들이 흔히 사용하는 '공초점 주사 현미경' 원리를 접목했다. 레이저 빛으로 좁은 영역을 촘촘히 스캔한 뒤, 그 데이터를 픽셀 단위로 모아 고해상도 이미지를 재구성하는 방식이다.
연구진은 이를 지름 1~2mm의 가느다란 프로브(관) 형태로 구현했다. 이 프로브가 인체 내부에 들어가 세포 단위 영상을 촬영하면, 광케이블을 통해 외부 장비로 전송된다.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결과를 즉시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다. 조직을 떼어 병리검사를 맡기고 며칠을 기다릴 필요 없이, 검사 현장에서 바로 암 여부를 판별할 수 있다.
송 교수는 "위암이나 대장암은 암세포가 깊숙이 파고들어 표면에서 잘 보이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초소형 현미 내시경은 의심 부위가 있으면 곧바로 세포 단위로 확인할 수 있어 기존 내시경의 한계를 보완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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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결합으로 정밀성 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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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이 기술에 AI를 결합하는 방안도 연구하고 있다. 송 교수는 "내시경으로 얻은 방대한 세포 이미지를 AI가 학습하면, 세포 모양의 미세한 변화를 포착해 암일 가능성을 실시간으로 제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미 CCD 기반 내시경 영상에 AI를 적용해 암 진단 확률을 예측하는 연구는 세계적으로 활발하다. 그러나 세포 단위 이미지를 AI가 판독할 수 있다면, 조기 진단의 정밀도는 한층 높아질 수 있다.
하지만 넘어야 할 과제도 있다. 임상 데이터를 확보하려면 까다로운 의료기기 인증과 심의 절차를 거쳐야 하고, 동물 실험에는 한계가 있다. 결국 충분한 데이터를 확보하기 어렵다는 점이 AI 의료연구의 가장 큰 걸림돌이다.
또 상용화를 위해서는 기술을 구현할 국내 기업 파트너가 필요하다. 그러나 국내 내시경 시장은 대부분 외산 장비가 차지하고 있어 파트너가 될 기업을 찾기가 쉽지 않다. 업계에 따르면 의료기기 관련 정부 R&D 과제들이 기업 주관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은 데, 연구자가 적절한 파트너 기업을 만나지 못하면 성과를 시장으로 연결하기가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송 교수의 기술은 '신의료기술' 판정을 받으며 혁신성과 임상 적용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그는 "의료기기 산업은 국가 경쟁력과 직결되는 선진국형 산업"이라며 "이번 테크마켓을 통해 뜻을 함께할 파트너 기업을 찾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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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쿵쿵! 뛰지 말아 주세요" 아파트 층간소음 AI가 대신 해결해 준다
[2025 테크마켓]임용섭 DGIST 로봇·기계전자공학과 교수
아파트 층간소음은 생활 불편을 넘어 이웃 간 갈등, 나아가 범죄로까지 번지고 있다.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로봇·기계전자공학과 임용섭 교수는 이 문제를 기술로 풀어보기로 했다. 그는 "층간소음 관련 빅데이터로 민원 발생을 예측해 선제 대응하고, 세대 간 메시지는 AI 에이전트가 순화된 표현으로 전달하는 식으로 중재하면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 같았다"고 말했다. 임 교수는 관련 기술을 개발해 지난해 8월 '스테이윗'이란 이름의 스타트업을 설립했다.
임 교수 역시 층간소음의 불편을 오랜 기간 겪었다. 대기업 연구원으로 근무하던 시절, 가족이 아래층의 반복 민원에 시달리는 모습을 보며 그는 감정의 마찰을 줄일 수 있는 안전한 완충장치가 필요하다고 느꼈다. 그 완충장치가 바로 AI(인공지능)였다.
그는 "화가 난 사용자가 날선 표현으로 민원을 넣어도, 상대 세대에는 예의를 갖춘 메시지로 도착하도록 챗GPT와 같은 대규모 언어모델(LLM)이 문장을 자동 정제하는 방식을 떠올렸다"며 "스테이윗은 관리사무소나 경비실을 거치며 생기는 오해와 감정 상함, 직접 방문의 불편을 AI가 중간에서 받아내는 구조를 구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두 번째로 개발한 서비스는 '층간소음 발생 시간대 예측'이다. 임 교수는 스마트 온도조절기 '네스트(Nest)'를 비유로 들었다. 사용자의 생활 패턴을 학습해 스스로 적정 온도를 맞추 듯, 스테이윗은 언제 어떤 시간대에 민원이 제기될 가능성이 높은지를 학습한다. 연구팀이 AI 연합학습(Federated Learning)과 경량 딥러닝 모델 기술 등을 활용해 해당 예측 실험을 실시해 정확도가 90% 이상 나왔다고 했다.
이를 통해 사용자는 '곧 항의가 들어올 수 있는 시간대' 알림을 미리 받고, 아이들 활동 시간을 조정하거나 슬리퍼·매트 사용을 권하는 등 사전에 완화 행동을 취할 수 있다. 임 교수는 "예측을 통한 갈등의 씨앗 제거가 스테이윗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스테이윗 앱 화면/사진=DGIST임 교수는 한국·미국·중국에 걸쳐 해당 기술 관련한 특허 약 10건을 출원·등록했다고 밝혔다. 유사 서비스가 빠르게 따라붙을 수 있는 영역인 만큼, 특허 포트폴리오를 진입장벽이자 방어선으로 구축했다는 설명이다. 그는 초기창업패키지 지원으로 스테이윗 모바일 앱(애플리케이션)을 구현했고 지금까지 AI 기반 표현 순화·전달 기능을 실사용 수준으로 고도화했다.
다음 단계는 스테이윗 온디바이스 경량 모델을 개발, 아파트 현장에 부착해 PoC(기술검증)를 추진하는 것이다. 임 교수는 "서울 시내 700세대 이상 단지 한 곳과 MOU를 맺고 PoC를 준비하려고 한다"며 "이 과정에서 예측 성능과 업무절감 효과를 수치로 증명해 이후 투자유치와 대규모 확산의 기반으로 삼을 것"이라고 말했다.
나아가 공동주택 층간소음 관리위원회 업무를 자동화하는 서비스도 개발할 계획이다. 2023년 10월 공동주택관리법 개정으로 700세대 이상 단지는 층간소음관리위원회를 설치하는 게 의무화 됐다. 이 때문에 민원 접수·기록·분쟁 조정·결과 보고서 작성 등의 행정 부담이 커졌다. 스테이윗은 앱에서 이런 업무를 자동화해 처리해주는 서비스를 만들어 아파트 관리사무소에 납품할 계획이다. 이는 단지 규모·사용량에 따라 과금하는 사스(SaaS·서비스형 소프트웨어) 구독형으로 판매한다는 계획이다.
임 교수는 스테이윗의 시장 확장성이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내에만 700세대 이상 대단지가 약 2만5000곳으로 추산되며, 중국을 비롯한 아파트 문화권 대부분이 층간소음 문제를 앓고 있어 잠재시장이 꽤 넓은 편"이라고 말했다. 이어 "분양·입주 관리 앱에 사전 탑재하거나 AS·입주민 앱과 번들링하면 초기 확산이 더 빨라질 것"이라며 "국내 레퍼런스를 바탕으로 해외 진출도 고려 중"이라고 덧붙엿다.
그는 또 "AI에이전트를 이용한 이 서비스는 궁극적으로는 층간소음을 넘어 주차·흡연·반려동물·공용시설 이용 등 다양한 생활 민원 현장에 적용할 수도 있다"며 "다만 처음부터 범위를 넓히기보다는 층간소음에서 실증과 신뢰를 쌓고 하나씩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임 교수의 스테이윗은 오는 10월 16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리는 '4대 과학기술원 공동 2025 테크마켓'에서 소개될 예정이다. 그는 "테크마켓에서 우리 솔루션을 함께 테스트 해보고 판매·유통도 같이 할 건설사나 공동주택 관리 전문회사를 만나 오픈이노베이션(개방형 협력)을 통한 협업이 이뤄지길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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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기진단 내시경·층간소음 중재 AI…혁신성·확장성 뛰어난 신기술
AI·빅데이터 기반 사업화 유망성 탐색 플랫폼 '아폴로'로 분석해보니 아폴로 분석을 표현한 이미지/자료=게티이미지뱅크 "현미경과 AI 융합 내시경은 의료 현장을 넘어 반도체·디스플레이까지 확장할 수 있다. AI 중재 플랫폼(스테이윗)은 층간소음 갈등 해결사를 넘어 우리 사회 전반에서 필요한 소통 플랫폼으로 발전할 가능성을 지녔다."
AI·빅데이터 기반 사업화 유망성 탐색 플랫폼 '아폴로(Apollo)'가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의 대표 기술 2건을 분석한 결과다. 이들 기술은 오는 10월 16일 서울 코엑스 A홀에서 열리는 '2025 테크마켓'에서 처음 공개된다. 이번 행사는 국내 4대 과학기술원(KAIST·GIST·DGIST·UNIST)이 보유한 첨단 기술을 한자리에서 선보이는 자리다.
기술 분석은 스타트업 전문 미디어 플랫폼 '유니콘팩토리'가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에 의뢰해 진행했다. 아폴로는 공공 연구개발(R&D) 성과를 AI와 빅데이터로 분석해 사업화 성공 가능성을 사전에 검증하는 플랫폼이다.
첫 번째 기술은 송철 DGIST 교수팀이 개발한 '공초점 내시현미경 시스템 기술', 일명 '초소형 현미 내시경'이다.
아폴로에 따르면 이 기기는 세포 조직을 비춘 뒤 반사된 빛의 위상을 정렬해 기존보다 선명하고 깊이 있는 이미지를 구현한다. 또 광학 섬유에 고분자 박막을 적용해 영상 왜곡을 최소화했으며, 기존 장비 대비 '소형화·저전력·고해상도'를 동시에 달성했다는 특징이 있다.
이 기술은 △위암·대장암 등 암 조기 진단 △호흡기·소화기 질환 검사 △응급실 및 외래 진료 현장 등 의료 분야에 우선 적용할 수 있고, 나아가 반도체·디스플레이 검사, 3D 디스플레이, 디지털 트윈 등 산업 분야로 확장 가능성도 있다.
아폴로 분석팀 관계자는 "산업과 의료 현장의 공통된 수요는 더 작은 구조를 더 빠르고 정확히 보는 것"이라며 "이 기술은 그러한 요구에 직접적으로 응답한다"고 평가했다.
현재 공초점 내시현미경 관련 시장에는 국내 약 80개 기업이 경쟁 중이다. 2025년 기준 연평균 성장률은 2.75%로 전망된다. 주요 기업으로는 파크시스템즈, 키사이트테크놀로지스코리아, PSI 등이 꼽힌다.
두 번째 기술은 임용섭 교수팀이 개발한 '스테이윗'이다. 단순한 생활 편의 앱이 아니라 사회 곳곳에서 'AI 기반 갈등 예방·중재 플랫폼'으로 자리잡을 잠재력이 크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 서비스의 핵심은 '사전 소통'과 '배려형 중재'다. 사용자가 생활 패턴과 소음 민감 시간을 등록하면, AI가 이를 분석해 이웃에게 순화된 메시지를 전달한다. "시끄럽다"는 불만은 "지금은 아이가 공부하는 시간이라 조금만 조심해주시면 감사하겠다"는 표현으로 바꿔주는 것이다. 이를 통해 불필요한 감정 충돌을 줄이고, 소음 발생 가능성을 사전에 알려 분쟁도 예방할 수 있다.
아폴로 분석 결과, 스테이윗은 아파트관리사무소, 공동주택관리위원회, 건설사, 지방자치단체 등에서 특히 수요가 높을 것으로 전망됐다. 또 스마트 주거 관리 서비스, AI 기반 중재 시스템, 소음 탐지 IoT 등 글로벌 유망 사업 아이템과도 직접 연결될 수 있다는 평가다.
아폴로 관계자는 "주민 갈등을 줄여 법률 분쟁 비용을 절감하는 만큼 부가가치 창출 효과가 크다"며 "정책 지원과 함께 성장성이 뚜렷하고, AI·데이터 기반 민원 처리라는 기술 혁신성은 시장에서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래픽=임종철[머니투데이 스타트업 미디어 플랫폼 '유니콘팩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