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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의 치매 유전자, AI로 발견"…韓 과학 '노벨상' 받으려면

실리콘밸리(미국)=김소연 기자 기사 입력 2025.10.28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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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의 AI - 산업에서 안전까지] <17>박준영 스탠포드대 박사후연구원 인터뷰

[편집자주] AI(인공지능)를 둘러싼 전 세계 패권 경쟁이 치열하다. 이재명 정부도 '모두의 AI'를 기치로 포용적이고 책임 있는 AI 생태계 구축에 나섰다. 전 세계에서 통용될 K-AI가 되기 위해 우린 어떤 길을 걸어야 할까. 주요국 AI 산업 현장부터 기업의 전략, 사용자의 안전까지, 지속가능한 K-AI 생태계 조성 방안을 모색해본다.
박준영 스탠포드대 박사후연구원이 기자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사진=김소연 기자
박준영 스탠포드대 박사후연구원이 기자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사진=김소연 기자
"사람 DNA 염기서열은 99.9% 똑같아요. 단 0.1%의 차이가 성별, 외모, 그리고 치매와 같은 질병 위험도 등 개개인의 특성을 만들어냅니다."

최근 미국 샌프란시스코주 팔로알토 지역에서 만난 박준영 스탠포드대학교 박사후연구원(포닥)은 "AI(인공지능)를 활용해 치매를 연구한다"면서 "AI가 인간의 언어를 학습했듯, 유전체의 ACGT 네 가지 염기 서열을 해독해 알츠하이머 발생 가능성이 높은 유전자를 파악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최근 바이오 산업에서는 AI를 활용한 연구가 활발하다. 챗GPT를 비롯해 많은 AI들이 LLM(거대언어모델)의 발달로, 인간의 언어를 점점 능숙하게 잘하는 모습이 포착된다. 여기서 바이오 산업과의 접점이 생긴다. 인체를 구성하는 모든 정보는 A,C,G,T 네 글자로 세포 속 유전자에 기록돼 있고 99.9%가 동일하다. 0.1%의 차이점이 질병과 생김새의 차이를 만드는데, 이 0.1%가 암호문과 같다.

박 연구원은 "결국 유전체도 ACGT의 문자열 나열이니 이걸 AI로 해독해 알츠하이머가 많이 걸리는 DNA 시퀀스(순서)를 알아보려는 것"이라며 "DNA 시퀀스가 바뀌었을 때 어떻게 결과가 달라지는지 과거의 수많은 실험 데이터를 AI에 딥러닝시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학회에 참여한 박준영 박사후연구원/사진=본인 제공
학회에 참여한 박준영 박사후연구원/사진=본인 제공

그가 스탠포드에 온 지 2년째, 지금은 이 환경에 익숙해졌지만 유학경험 없이 서울에서 나고 자라 결혼까지 한 그가 안정적인 한국 대신 미국행을 선택했을 때는 주변의 우려가 컸다. 그러나 자유자재로 연구에 활용할 수 있는 빅데이터, R&D(연구개발) 투자에 대한 집중지원 등 스탠포드 대학교의 연구 환경은 그를 매료시키기에 충분했다. 연구 결과가 스타트업 창업으로 이어지는 실리콘밸리 생태계 역시 매력적이었다. 박 연구원은 "저도 경험을 쌓아 추후 바이오와 AI를 접목한 테크 회사를 창업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박 연구원은 한국의 AI 발전을 위한 기술 인재 육성 방안을 묻자 지역 균형 발전, 평등의 가치에 지나치게 몰입하는 문화를 염려했다. 그는 "원래 뛰어난 한 명의 과학자가 세상을 바꾸는 것이고, AI 산업 역시 주요 개발자 20%가 80%의 성과를 내기 때문에 고액연봉자 1명의 이직이 유독 화제가 되는 것"이라며 "우수한 해외 인력들에 과감한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연구자들을 끌어들일 양질의 빅데이터와 빅데이터 개방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매우 양질의 빅데이터로 얄려진 한국의 국민건강보험공단 데이터를 예로 들며 접근성이 매우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연구자들에게 개방되지만 이를 이용하려면 건보공단 서버가 있는 곳을 찾아가야 하고 데이터 딥러닝을 위한 GPU(그래픽처리장치)도 충분치 않아서다.

박준영 스탠포드대 박사후연구원/사진=김소연 기자
박준영 스탠포드대 박사후연구원/사진=김소연 기자

그는 이어 "특히 알츠하이머 데이터의 경우 미국 ADSP(Alzheimer's Disease Sequencing Project) 단체가 잘돼 있는데 한국에선 받기 쉽지 않았다"고도 했다. 다만 최근 성공 모델인 영국의 'UK 바이오뱅크'를 따라 한국에도 올해 K바이오뱅크가 설립된 만큼 기대감을 내비쳤다.

박 연구원은 "데이터의 질이 연구 결과를 좌우한다"면서 "한국의 과학기술 발전을 위해서는 국내 토종 연구원도 좋지만 해외에 나가 있는 포닥들을 많이 영입하고, 그 성과 열매를 한국도 가져갈 수 있게 지속 지원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제작 지원 : 문화체육관광부 국민중심 소통활성화 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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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 사진 실리콘밸리(미국)=김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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