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기술경영경제학회 하계학술대회'
이병헌 광운대 교수, 'K-스타트업의 과거, 현재, 미래' 주제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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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헌 광운대 경영대학 교수/사진=류준영 기자 "스타트업 생태계 규모를 지금보다 3배로 키운다면, 한국 경제의 잠재성장률을 현재 1.5% 수준에서 3% 이상으로 끌어올릴 수 있습니다."
이병헌 광운대학교 교수는 "지난해 기준 국내 벤처기업 등록수는 약 4만개, 이들이 고용한 인원은 약 80만명에 달한다. 스케일업에 성공한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사), 데카콘(10조원 이상) 등 졸업 기업까지 포함하면 전체 고용 규모는 약 200만명으로, 이는 경제활동인구의 약 10% 수준"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올해 한국의 잠재성장률을 1.8%, 2026년에는 1.6%로 전망한 바 있다.
이병헌 교수는 4일 제주 메종글래드호텔에서 열린 '2025 기술경영경제학회 하계학술대회'에서 이같이 강조하며,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의 성장 가능성과 구조적 전환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이 교수는 대통령비서실 중소벤처비서관(2021년2022년), 중소기업연구원장(2020년2021년), 기술경영경제학회 회장(2019년) 등을 역임하며, 오랜 기간 벤처·스타트업 정책과 학술 연구에 몸담아왔다.
그는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가 형성된 지 40여 년이 지나면서 단계적으로 성장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1990년대 후반 IMF 외환위기를 계기로 창업지원법과 벤처특별법이 제정되고, 코스닥 시장이 출범하면서 메디슨, 한글과컴퓨터, 다음과 같은 1세대 벤처기업들이 등장했다. 이후 스마트폰과 모바일 인터넷의 확산을 계기로 네이버, 배달의민족, 마켓컬리, 토스 등 IT·플랫폼 기반의 2~3세대 스타트업이 주류를 형성했고, 최근에는 인공지능(AI),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글로벌 진출을 중심으로 한 4세대 생태계가 본격화되고 있다.
특히 벤처캐피탈(VC) 투자 환경은 과거와 비교해 크게 확대됐다. 이 교수는 "1990년대 초반에는 1억~2억원 규모의 투자가 일반적이었지만, 현재는 연간 수천억원을 운용하는 대형 VC가 10여곳에 이르며, 스타트업 한 곳에 수백억원 단위 투자가 가능해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액셀러레이터도 정부 등록제 도입 이후 급속히 확산되며, 단순한 자금 지원을 넘어 블루포인트파트너스, 씨엔티테크 등 기획 창업과 컴퍼니빌딩을 수행하는 곳들도 생겨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대학의 역할 변화도 눈에 띈다. 이 교수는 "KAIST는 창업보육센터, 기술지주회사, 창업지원단을 통해 단순한 교육·연구기관을 넘어 '기업가형 대학'으로 진화하고 있다"며 "대학은 기술과 인재, 네트워크를 결합해 스타트업 생태계의 중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기업과 스타트업의 관계도 변하고 있다. 과거 수직적 하청 구조에 머물렀던 양측 관계는 이제 전략적 제휴, 테스트베드 제공, CVC(기업형 벤처캐피탈)를 통한 투자로 확장되고 있다. 다만, 이 교수는 "외부 기술이나 아이디어를 배척하는 'NIH(Not Invented Here) 증후군'과 협소한 인수합병(M&A) 시장은 여전히 생태계 성장을 저해하는 요소"라고 지적했다.
지역 창업 생태계 취약성도 풀어야 할 과제로 꼽았다. 현재 스타트업과 투자자금의 85% 이상이 수도권에 집중돼 있으며, 대전·울산을 제외한 비수도권 지역의 생태계 조성은 미진한 실정이다. 이 교수는 "지역 창업 생태계는 단순한 창업 공간을 넘어, 인구감소 대응과 지역 문제 해결의 전략 거점으로 설계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가 글로벌 수준으로 도약하기 위한 조건으로 △정부 중심 구조에서 민간 주도 생태계로의 전환 △ICT·바이오 중심 산업 편중에서 딥테크·제조 분야로의 확장 △국내 납품 중심의 시장 구조에서 글로벌 시장 개척으로의 전환 △대기업과 스타트업 간 공생 모델 정립 등을 제시했다.
그는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는 한때 세계 5위권까지 올라갔지만, 최근에는 7~9위권 수준으로 밀려났다"며 "이제는 체질 개선과 구조 전환을 통해 '3배 성장'을 이루기 위한 새로운 판을 짜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