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홍수는 왜 취약계층에게 더 잔인한가
지난달 '괴물 폭우'는 전국을 삼켰고, 한국 사회의 홍수 취약성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이번 호우로 24명이 사망하거나 실종되고, 33명이 다쳐 총 57명의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 재산 피해는 1조848억원으로, 최근 10년간 자연재난 중 가장 큰 규모였다. 필자가 방문했던 가평 일대 피해 현장은 참혹했다. 하천이 교량을 넘쳐 인근 마을로 흘러들었고, 가옥은 힘없이 휩쓸렸다. 무너진 집 앞에 선 주민들의 탄식은 단순한 재산 손실이 아니라 삶 전체의 붕괴였다. 무엇보다 일가족의 생명을 앗아간 산사태와 급류는 가장 원망스러웠다. 피해 지역 곳곳에서는 자원봉사자와 군인들이 신속하게 복구에 나서고 있었다. 쓰러진 가옥을 정리하고 도로를 복원하는 모습은 든든했지만, 주민들의 마음속 불안은 쉽게 지워지지 않았다. 복구가 끝났다고 해서 위험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언제 다시 쏟아질지 모를 폭우 앞에서, 주민들은 '다시 무너질 수 있다'는 두려움 속에 살아가고 있다. 서울은 몇 년 전 강남역 침
정일문기자
2025.08.23 13: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