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우주포럼 : 우주산업 성공방정식, 정부-민간 컬래버]
'우주항공청' 설립 2년, 또 다른 질문 앞에 선 한국
글로벌은 이미 기술 개발 넘어 시장 설계 경쟁
'단순 발주→서비스 구매' 조달 방식 전환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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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이스X의 드래곤 캡슐이 국제우주정거장(ISS)에 접근하는 모습. NASA의 상업궤도수송(COTS) 프로그램을 통해 민간 기업이 서비스 공급자로 참여한 대표 사례다. /사진=NASA2024년 5월 우주항공청(KASA·이하 우주청)이 문을 열었다. '한국판 NASA'(미 항공우주국)를 표방한 우주 관련 독립 전담기관의 출범은 그 자체만으로 하나의 상징이 됐다. 여기에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 발사, 달 궤도선 다누리 운영, 민간기업들의 위성 제작 등 의미있는 이정표들이 더해져 한국 우주산업에 더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하지만 우주청 설립 2년을 맞은 지금, 한국 우주산업은 또 다른 질문 앞에 서 있다. '우주로 가는 기술'은 있는데 '우주로 돈을 버는 시장'은 왜 열리지 않는가. 우주 예산 1조원 돌파라는 외형적 성장에도 민간기업이 지속적으로 매출을 올릴 생태계가 조성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 수십년간 쌓은 기술을 산업으로 전환하려면 무엇부터 바꿔야 하는가.
머니투데이 스타트업 미디어플랫폼 유니콘팩토리 주최로 2026년 4월24일(온라인엔 지난 24일) 열린 키플랫폼 특별세션 'K-우주포럼'에서는 뉴스페이스 시대에 맞게 정부의 역할을 재설계하고 정책체계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진단이 나왔다. 기술 확보를 중심으로 설계된 정책 체계 자체를 시장 중심으로 전환해야 민간기업의 자생적 성장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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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화 가로막는 '보이지 않는 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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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우주 관련 제도 로드맵/그래픽=최헌정현재 한국 우주 관련 법 체계의 근간은 1987년 제정된 '항공우주산업개발촉진법'과 2005년 마련된 '우주개발진흥법'이다. 항공우주산업개발촉진법은 국가 주도로 항공우주산업을 보호하는 목적으로 만들어졌고, 우주개발진흥법은 공공 R&D(연구개발) 체계를 마련하기 위해 설계됐다. 두 법 모두 수십 차례 개정이 이뤄졌지만 민간 기업이 발사체를 상업 운용하거나 AI(인공지능) 기반 위성 데이터를 사업화하는 근거는 없다.
이들 법 체계 위에서 작동하는 정책의 핵심 수단은 R&D 과제다. 주로 정부가 사업을 발주하면 민간 기업은 수행 업체로 참여해 기술을 개발하고 결과물을 납품하는 방식이다. 프로젝트가 종료되면 매출도 함께 끊긴다. 기업이 확보한 기술을 시장 매출로 연결하기도 어렵다. 민간 기업이 시장을 형성하고 경쟁하는 뉴스페이스 시대와 구조적으로 괴리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안형준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연구위원은 "그동안 정부가 추진해 온 우주 사업이 산업 진흥보다 연구개발 성과에 초점이 맞춰졌다면 이제는 시장을 만드는 단계로 넘어가야 한다"며 "현재 구조는 민간 우주기업이 자체적으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시장 기반이 매우 취약하다"고 말했다. 이복직 서울대 항공우주공학과 교수(K-우주포럼 의장)도 "기술, 사람, 돈이 있어도 이를 연결하지 못하면 우주산업 생태계는 기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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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이 산업을 만든다"…글로벌은 이미 다른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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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SA의 화물 수송 임무(CRS)를 수행하는 SpaceX 팰컨9 발사 장면 /사진=NASA·SpaceX글로벌 우주산업은 이미 한국과는 다른 궤도에서 움직이고 있다. 그 핵심은 정부의 역할 변화다. 과거처럼 직접 기술을 개발하는 대신 민간 기업이 개발한 서비스를 구매하는 방식으로 대대적인 정책 전환이 이뤄졌다.
대표적인 사례가 NASA의 조달 방식이다. NASA는 상업궤도수송서비스(COTS·Commercial Orbital Transportation Services) 프로그램 등을 통해 목표만 제시하고, 기술개발과 운영은 기업에 맡긴 뒤 서비스를 구매하는 구조를 도입했다. 이는 생존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평가를 받던 스페이스X가 국제우주정거장(ISS) 화물 수송서비스 공급자로서 지위를 확보, 글로벌 1위 우주 기업으로 성장하는 결정적인 배경이 됐다.
이 같은 구조는 특정 기업의 성공을 넘어 산업 생태계 전반을 바꿨다. 정부 계약을 기반으로 장기적인 매출이 확보되면서 민간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자금을 투입했고, 이것이 다시 산업 확대로 이어지는 선순환 고리를 만들었다. 정부가 기술 개발 주체에서 초기 앵커 고객으로 역할을 전환하면서 시장을 만들어낸 것이다.
이준원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우주사업부장(전무)는 "우주산업은 초기 투자비용이 크고 회수기간이 긴 대표적인 장치산업인 만큼 예측 가능한 시장이 있어야 기술·인프라·인력에 투자할 수 있다"며 "중장기 계약과 안정적인 조달 방식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기주 인터그래비티 대표도 "정부가 수요를 만들어주는 방식을 넘어 민간이 시장을 창출할 수 있도록 프로젝트에 투자하는 방향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했다.
지난 24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 서울에서 열린 머니투데이 2026 키플랫폼 특별세션 '제1회 K-우주포럼'에서 정부·연구기관, 대기업, 스타트업 소속 전문가들이 '뉴스페이스 시대 기회와 도전-우주산업 성공 방정식, 정부-민간 컬래버'를 주제로 이야기 나누고 있다. /사진=김창현 chm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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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D 넘어 시장으로…시스템 재설계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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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부도 우주항공 예산의 70~80%가 R&D 과제에 집중된 현재 구조에서 벗어나 서비스를 구매하는 방식으로의 전환 필요성을 인식, 제도 정비를 추진하고 있다. 미국·유럽 등 주요국처럼 조달 방식을 바꾸고 국방·안보 수요를 시장으로 연결하고 싶어도 법적 근거와 거버넌스 구조가 없으면 실행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우주청이 추진 중인 입법 과제는 크게 3가지다. 우주항공산업 전체를 아우르는 상위 기본법이 될 '우주항공기본법'(2026년 상반기 초안 목표) 제정, 현행 항공우주산업개발촉진법과 우주개발진흥법을 통합한 '우주항공산업진흥법'(가칭·2026년 말까지 개정안 초안 목표) 마련, 민간 위성 데이터 사업자의 법적 공백을 메울 '위성활용촉진법'(가칭·일정 미정) 등이다.
이들 제도가 모두 완성되면 한국의 우주 법 체계는 약 40년 만에 처음으로 산업화를 전제로 한 구조로 재편된다. 민간 우주 제품과 서비스를 R&D 과제가 아닌 조달로 구매하는 근거가 마련되는 것이다. 공공·국방 위성 발사 시 국내 발사를 우선 검토하는 한편 민간 위성정보 사업자에 법적 지위를 부여하는 문제도 해결된다.
주요-국가별-우주산업-비교/그래픽=최헌정국방·안보 수요를 활용해 초기 시장을 만드는 결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규모 자체가 크고 반복 구매로 이어져 민간 기업들의 사업 예측이 용이한 분야여서다. 안 연구위원은 "다수의 글로벌 위성 데이터 기업들이 정부와 군 계약을 기반으로 성장했다"며 "한국도 K방산의 성공 DNA를 우주에 적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전면적인 개방보다는 단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견해도 있다. 권현준 우주항공청 우주항공정책국장은 "한국은 민간 수요가 충분하지 않아 국방 등 공공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다만 보안 문제 등으로 모든 분야를 민간에 전면 개방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만큼 관측 위성 등부터 민간 구매 방식으로 전환하는 순차적인 접근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국방을 포함한 범부처가 우주 관련 사안을 상시 협의할 수 있는 조직 구조가 함께 마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고흥=뉴시스]한국형 발사체 누리호 4차 발사가 성공하며 민간이 제작·조립을 맡은 발사체가 처음으로 정상 임무를 수행했다. 누리호 4차 발사는 한국형 발사체 최초의 야간비행이자 역대 최다인 13기의 위성이 탑재됐다. 2025.12.30 [머니투데이 스타트업 미디어 플랫폼 '유니콘팩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