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AI 장악력' 커지는데…차세대 반도체 미는 한국은 "전략 부족"

박건희 기자 기사 입력 2025.05.20 16:32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원하는 곳에 붙여넣기 해주세요.

공유하기
글자크기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1월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만달레이베이 컨벤션센터에서 가진 기조연설에서 최신 인공지능(AI) 가속기 '블랙웰(Blackwell)'을 탑재한 지포스 RTX 50 시리즈 그래픽 카드를 공개하고 있다. /사진=뉴스1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1월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만달레이베이 컨벤션센터에서 가진 기조연설에서 최신 인공지능(AI) 가속기 '블랙웰(Blackwell)'을 탑재한 지포스 RTX 50 시리즈 그래픽 카드를 공개하고 있다. /사진=뉴스1

엔비디아(NVIDIA)가 대만을 아시아권 최고의 AI 중심지로 만들겠단 포부를 내비친 가운데, 우리나라의 차세대 AI 반도체 R&D(연구·개발)는 한계에 봉착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AI 반도체 양산을 염두에 둔 단계별 R&D 정책이 필요하다는 제언이다.

최근 대만 출신 미국인 젠슨 황 엔비디아 CEO(최고경영자)는 대만에 AI 슈퍼컴퓨터를 구축하고 엔비디아 신사옥을 타이베이에 짓겠다고 했다. 대만 내 반도체 기업들과 생태계를 조성해 'AI 거점'으로 키우겠다는 의지다.

대만과 지리적으로 가까운데다 반도체를 핵심 먹거리로 삼고 있는 우리나라로서는 AI 반도체 시장의 주도권을 대만에 뺏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국내에서도 엔비디아가 독점한 GPU(그래픽처리장치) 시장을 뒤집을 '차세대 반도체'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아직 상용화로서는 설익은 단계"라는 평이다.

삼성전자 (55,700원 ▼200 -0.36%)SK하이닉스 (200,500원 ▼1,500 -0.74%)가 뛰어든 PIM 반도체 시장에서도 평가는 비슷하다. PIM 반도체는 메모리 기능에 연산 기능(프로세서)까지 합친 고성능 반도체를 말한다.

정부출연연구기관 소속 AI반도체 연구자는 "메모리와 프로세서를 가까이 붙여 메모리와 연산 기능을 융합한 효과를 내는 패키징 기술은 엔비디아가 보유하고 있지만, 실제 칩 하나에 모든 기능을 담은 '인 메모리' 기술을 구현한 곳은 아직 없다"며 "앞으로도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했다. 메모리와 연산 기능의 고유 성능을 유지하며 작은 칩 하나에 집어넣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또 이같은 '올인원' 칩이 패키징 기술보다 기능적으로 우위인가에 대해서도 연구계 의견이 갈린다.

그는 "대기업은 여전히 메모리 산업이 주된 먹거리인데다 엔비디아와의 관계도 고려해야 하는 만큼 AI 반도체 개발에 소극적이다 보니 개발이 더딜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그런가 하면 NPU 반도체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국내 AI 반도체 기업은 '사업화 전략 부족'에 가로막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NPU는 GPU보다 전력 소모가 적고 성능은 높은 차세대 AI 반도체다.

STEPI(과학기술정책연구원)가 지난달 펴낸 '과학기술정책 브리프'에서 연구팀은 "국내 AI 반도체는 물리적 성능 향상에 집중한 나머지 수요 기반 제품 설계나 시장 전략은 미흡하다"고 평가했다. NPU가 정확히 어느 분야에서 GPU를 대체할지 명확히 설명하지 못한 탓에 수요처가 불분명하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잠재 수요기업과의 관계도 제대로 구축돼 있지 않다"고도 지적했다. 영국의 AI 반도체 스타트업인 '그래프 코어'가 제품 설계 초기 단계부터 수요 기업으로 꼽히는 델(DELL), 삼성전자 등과 꾸준히 양산 계획을 공유한 것과 달리 국내 AI 반도체 기업은 수요처와의 협력 관계를 구축하려는 노력이 부족하다는 시각이다. 또 국가 R&D 예산이 과기정통부, 산업부, 중기부 등 여러 부처에 분산된데다 AI 반도체 분야의 기업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점도 한계로 꼽힌다.

연구팀은 "AI반도체 기업은 다양한 수요기업을 제품 설계 초기부터 적극적으로 참여시켜 제품을 개선하고, 정부는 상용화에 필요한 단계를 지원하는 R&D 정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며 "AI 반도체는 승자독식 게임으로, 선도 기업 중심의 선별된 집중 지원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GPU' 기업 주요 기사

관련기사

  • 기자 사진 박건희 기자

이 기사 어땠나요?

이 시각 많이 보는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