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한테 석유 먹이면" 역겹단 말 들었는데…빌 게이츠도 반한 이 버터[월드콘]

김종훈 기자 기사 입력 2025.05.17 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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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산 구성 원소들 모아 재조립…빌 게이츠도 "맛있다" 호평, 탄소배출량은 기존 버터의 3분의 1

[편집자주] 전세계에서 활약 중인 '월드' 클래스 유니'콘', 혹은 예비 유니콘 기업들을 뽑아 알려드리겠습니다. 세상에 이런 게 있었나 싶은 기술, 이런 생각도 가능하구나 싶은 비전과 철학을 가진 해외 스타트업들이 많습니다. 이중에서도 독자 여러분들이 듣도보도 못했을 기업들을 발굴해 격주로 소개합니다.
유명 파티시에 후안 콘트라레가 푸드테크 스타트업 세이버의 버터를 이용해 제빵하는 모습./사진=세이버 인스타그램 갈무리(@savor.foods)
유명 파티시에 후안 콘트라레가 푸드테크 스타트업 세이버의 버터를 이용해 제빵하는 모습./사진=세이버 인스타그램 갈무리(@savor.foods)
"사람한테 석유를 먹이면 안 되나?"
"역겨운 아이디어네요."

푸드테크 스타트업 '세이버'(Savor) 공동창업자 이안 맥케이 머릿속에서 나온 황당한 질문. 겉보기에 황당하지만 질문의 본질은 광합성 없는 식량 대량 생산이 가능하느냐는 것이다.

광합성 없는 식량 생산, 특히 지방과 단백질 생산이 가능해진다면 목축업, 낙농업으로 인한 자원 소비와 탄소 배출, 식량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대체육 스타트업 열풍이 불기도 했으나, 기존 육류의 질감과 풍미를 재현하지 못하며 인기가 시들해졌다.

맥케이와 함께 세이버를 공동 창업한 캐슬린 알렉산더는 대체육 생산의 핵심은 지방이라고 강조한다. 비욘드미트 등 먼저 대체육 개발에 나섰던 스타트업들은 쇠고기 지방을 재현하기 위해 코코넛 오일을 사용했는데, 쇠고기 지방보다 낮은 온도에서 녹아버리는 탓에 쇠고기의 풍미를 재현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여기서 문제는 코코넛 오일과 쇠고기 기름의 지방산 구성이 다르다는 데 있다.

/사진=세이버 인스타그램 갈무리(@savor.foods)
/사진=세이버 인스타그램 갈무리(@savor.foods)
알렉산더는 지난 3월 폴 샤피로가 진행하는 팟캐스트 '비즈니스포굿'에서 세이버의 기술로 기존 쇠고기 기름과 똑같은 지산을 구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알렉산더는 소의 먹이에 따라 쇠고기의 맛과 풍미를 가르는 지방산의 구성이 변한다면서 "옥수수를 먹인 소의 지방과 목초를 먹인 소의 지방 모두를 똑같이 만들 수 있다"고 했다.

세이버는 석탄 채굴, 천연가스 시추 과정 등에서 포집한 메탄가스에서 탄소 분자를, 물에서 수소와 산소를 뽑아낸 다음 원소들을 지방산으로 조립한다. 이렇게 조립된 지방산은 식품용 지방과 구조가 똑같기 때문에 맛, 풍미도 같다. 탄소, 수소, 산소 모두 공기 중에서 채집 가능하기 때문에 세이버 제품은 '공기 버터'라고 불리기도 한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가 지난해 2월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공개한 영상에서 푸드테크 스타트업 세이버의 대체 버터 제품을 시식 중인 모습./사진=빌 게이츠 유튜브 채널 갈무리(@Bill Gates)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가 지난해 2월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공개한 영상에서 푸드테크 스타트업 세이버의 대체 버터 제품을 시식 중인 모습./사진=빌 게이츠 유튜브 채널 갈무리(@Bill Gates)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는 지난해 블로그에서 세이버 버터를 실제로 맛봤다면서 "맛이 정말 좋다"고 호평했다. 빌 게이츠가 설립한 기후 분야 벤처캐피털 브루이크술에너지벤처스(BEV)는 세이버에 1000만 달러를 투입했다. 그렇다고 이런 이유로 게이츠가 과장된 평가를 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캘리포니아 주 미슐랭 3스타 레스토랑 싱글 스레드 셰프인 카일 코너튼은 세이버 버터로 볶음요리, 제빵, 소스 등 여러 요리를 시도해봤고 기존 버터와 거의 똑같다는 결론을 얻었다고 했다. 코너튼은 조만간 세이버 버터를 이용한 메뉴를 손님 테이블에 낼 계획이다. 샌프란시스코에서 '핫 플레이스'로 떠오른 빵집 제인더베이커리에서도 세이버 버터를 쓸 예정이라고 한다.

게이츠는 막대한 토지와 물을 소비하는 기존 축산업, 낙농업과 달리 세이버 버터는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고 농지도 필요하지 않으며, 물 사용량은 1000분의 1이라고 설명했다. 회사에 따르면 세이버 버터 탄소배출량은 1칼로리당 0.8g으로, 일반 무염 버터(2.4g)의 3분의 1 수준이다.

푸드테크 스타트업 세이버를 창업한 캐슬린 알렉산더 CEO(최고경영자)가 지난해 2월 공개된 빌 게이츠 유튜브 채널 인터뷰에서 발언 중인 모습./사진=빌 게이츠 유튜브 채널 갈무리(@Bill Gates)
푸드테크 스타트업 세이버를 창업한 캐슬린 알렉산더 CEO(최고경영자)가 지난해 2월 공개된 빌 게이츠 유튜브 채널 인터뷰에서 발언 중인 모습./사진=빌 게이츠 유튜브 채널 갈무리(@Bill Gates)
세이버의 지방산 조립 기술 활용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알렉산더는 지난 5일 채식 전문 매체 베그뉴스 인터뷰에서 "동물성 지방, 유지방부터 식물성 기름, 화장품에 사용되는 특수 오일까지 거의 모든 종류의 지방 특성을 구현할 수 있다"며 "세이버는 지속 가능한 지방 구현 솔루션으로 다양한 산업 요구를 충족할 수 있는 독보적 입지를 확보했다"고 했다.

세이버는 지난 2023년 시리즈A 펀딩에서 푸드테크 전문 벤처 캐피털 신서시스 캐피털과 BEV 등으로부터 2300만 달러(약 320억원)를 투자받았다. 올해 하반기 시리즈B 펀딩으로 추가 자금을 확보한 뒤 연간 버터 생산량을 1000톤까지 늘릴 계획이다. 지난해 기준 전세계 버터 생산량은 1100만 톤이다.

가격 경쟁력도 해결 과제다. 블룸버그는 "계획한 생산량을 달성한다 하더라도 세이버 제품은 기존 제품보다 10%에서 50% 정도 비쌀 것"이라며 "고급 셰프들과 달리 일반 소비자들은 이를 감당할 여유가 없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대해 맥케이는 버터 가격이 다소 높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생산량을 늘린다면 일반 버터와 경쟁 가능할 정도로 가격을 낮출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회사는 소비자 대상 제품 판매는 2027년 이후 진행될 것으로 예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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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 사진 김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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