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산 구성 원소들 모아 재조립…빌 게이츠도 "맛있다" 호평, 탄소배출량은 기존 버터의 3분의 1
[편집자주] 전세계에서 활약 중인 '월드' 클래스 유니'콘', 혹은 예비 유니콘 기업들을 뽑아 알려드리겠습니다. 세상에 이런 게 있었나 싶은 기술, 이런 생각도 가능하구나 싶은 비전과 철학을 가진 해외 스타트업들이 많습니다. 이중에서도 독자 여러분들이 듣도보도 못했을 기업들을 발굴해 격주로 소개합니다.

"역겨운 아이디어네요."
푸드테크 스타트업 '세이버'(Savor) 공동창업자 이안 맥케이 머릿속에서 나온 황당한 질문. 겉보기에 황당하지만 질문의 본질은 광합성 없는 식량 대량 생산이 가능하느냐는 것이다.
광합성 없는 식량 생산, 특히 지방과 단백질 생산이 가능해진다면 목축업, 낙농업으로 인한 자원 소비와 탄소 배출, 식량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대체육 스타트업 열풍이 불기도 했으나, 기존 육류의 질감과 풍미를 재현하지 못하며 인기가 시들해졌다.
맥케이와 함께 세이버를 공동 창업한 캐슬린 알렉산더는 대체육 생산의 핵심은 지방이라고 강조한다. 비욘드미트 등 먼저 대체육 개발에 나섰던 스타트업들은 쇠고기 지방을 재현하기 위해 코코넛 오일을 사용했는데, 쇠고기 지방보다 낮은 온도에서 녹아버리는 탓에 쇠고기의 풍미를 재현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여기서 문제는 코코넛 오일과 쇠고기 기름의 지방산 구성이 다르다는 데 있다.

세이버는 석탄 채굴, 천연가스 시추 과정 등에서 포집한 메탄가스에서 탄소 분자를, 물에서 수소와 산소를 뽑아낸 다음 원소들을 지방산으로 조립한다. 이렇게 조립된 지방산은 식품용 지방과 구조가 똑같기 때문에 맛, 풍미도 같다. 탄소, 수소, 산소 모두 공기 중에서 채집 가능하기 때문에 세이버 제품은 '공기 버터'라고 불리기도 한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캘리포니아 주 미슐랭 3스타 레스토랑 싱글 스레드 셰프인 카일 코너튼은 세이버 버터로 볶음요리, 제빵, 소스 등 여러 요리를 시도해봤고 기존 버터와 거의 똑같다는 결론을 얻었다고 했다. 코너튼은 조만간 세이버 버터를 이용한 메뉴를 손님 테이블에 낼 계획이다. 샌프란시스코에서 '핫 플레이스'로 떠오른 빵집 제인더베이커리에서도 세이버 버터를 쓸 예정이라고 한다.
게이츠는 막대한 토지와 물을 소비하는 기존 축산업, 낙농업과 달리 세이버 버터는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고 농지도 필요하지 않으며, 물 사용량은 1000분의 1이라고 설명했다. 회사에 따르면 세이버 버터 탄소배출량은 1칼로리당 0.8g으로, 일반 무염 버터(2.4g)의 3분의 1 수준이다.

세이버는 지난 2023년 시리즈A 펀딩에서 푸드테크 전문 벤처 캐피털 신서시스 캐피털과 BEV 등으로부터 2300만 달러(약 320억원)를 투자받았다. 올해 하반기 시리즈B 펀딩으로 추가 자금을 확보한 뒤 연간 버터 생산량을 1000톤까지 늘릴 계획이다. 지난해 기준 전세계 버터 생산량은 1100만 톤이다.
가격 경쟁력도 해결 과제다. 블룸버그는 "계획한 생산량을 달성한다 하더라도 세이버 제품은 기존 제품보다 10%에서 50% 정도 비쌀 것"이라며 "고급 셰프들과 달리 일반 소비자들은 이를 감당할 여유가 없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대해 맥케이는 버터 가격이 다소 높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생산량을 늘린다면 일반 버터와 경쟁 가능할 정도로 가격을 낮출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회사는 소비자 대상 제품 판매는 2027년 이후 진행될 것으로 예상한다.
세이버
- 사업분야소재∙부품∙장비
- 활용기술사물인터넷, 인공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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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 사진 김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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