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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태 아토머스 대표/사진=아토머스 "정신건강은 단지 개인의 감정 문제가 아니다. 이는 산업의 문제이자, 국가와 사회 전반의 지속가능성과 직결된 문제다."
디지털 멘탈헬스케어 스타트업 아토머스(ATOMMERCE)의 김규태 대표는 '오늘날 정신건강의 중요성'을 묻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그는 "정신건강은 개인의 삶의 질을 넘어, 사회 전체의 생산성과 안전, 정책의 지속가능성과도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고 강조했다.
보건복지부의 '2021년 정신건강 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내 성인 4명 중 1명은 한 번 이상 우울장애나 불안장애 등 정신건강 문제를 겪은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실제로 정신건강 서비스를 이용한 비율은 고작 12.1%에 불과하다. 사회적 낙인과 편견이 여전히 서비스 접근을 가로막고 있는 것이다.
김 대표는 UCLA(캘리포니아대학교 로스앤젤레스캠퍼스) 재학 시절, 유학 생활에서 받은 스트레스로 인해 처음으로 정신·심리상담 서비스를 경험했다고 밝혔다. 당시의 경험이 정신건강 분야에서 사업화의 가능성과 필요성을 확신하게 된 계기가 됐다.
최근 변화하는 사회 인식도 아토머스의 성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김 대표는 "요즘 MZ세대를 중심으로 정신과 진료나 심리상담에 대한 접근이 훨씬 자연스러워졌다"며 "스스로의 마음을 돌보는 것을 삶의 중요한 일부로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특히 이혼 숙려제 프로그램과 같은 TV 콘텐츠도 심리상담에 대한 대중적 관심을 높이는 데 기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가 이끄는 플랫폼 '마인드카페'는 현재 국내 최대규모 디지털 심리상담 서비스로 성장했다. 단순한 비대면 상담을 넘어, 인공지능(AI) 기반의 정신건강 솔루션, 디지털 치료제, 오프라인 심리상담 센터까지 아우르는 '정신건강 통합 인프라'로 진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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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에서 시작한 '대나무숲', 수백만 회복 플랫폼으로 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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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마인드카페/사진=아토머스
'마인드카페'는 2016년 익명 기반 커뮤니티로 첫발을 내디뎠다. 정신건강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 여전히 깊었던 시기였다. 김 대표는 "당시엔 사람들이 자신의 상태를 드러내는 것조차 어려워했다"며 "심리적 진입장벽을 낮추기 위해 익명 커뮤니티라는 방식을 택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이용자들은 감정을 털어놓고, 서로의 사연에 공감하며, 전문가들이 남긴 무료 댓글 조언을 통해 스스로 회복의 실마리를 찾아갔다.
이후 마인드카페는 플랫폼 내에서 심리상담가의 이력, 후기 등을 제공하며 사용자가 원하는 전문가를 직접 선택해 채팅·전화·온라인 화상 방식으로 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진화했다. 2019년에는 국내 최초로 비대면 유료 심리상담 서비스를 도입하며 본격적인 사업화에 나섰다. 김 대표는 "약 1000명의 심리상담가가 자발적으로 플랫폼에 참여했다"며 "그들의 활약을 보면서 유료화 모델에 대한 확신을 가질 수 있었다"고 말했다.
2021년부터는 온·오프라인을 연계한 하이브리드 모델로 확장했다. 분당, 한남, 강남 등지에 국내 최대규모 오프라인 심리케어센터를 직영으로 개소했다. 김 대표는 "온라인 상담을 통해 정서적 신뢰가 형성되면, 심층 대면 상담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질 수 있도록 인프라를 준비했다"고 말했다. 현재까지 마인드카페의 누적 이용자는 약 300만명에 달한다.
아토머스는 이제 '두 번째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단순한 플랫폼을 넘어 AI 기반 정신건강솔루션 사스(SaaS, 서비스형 소프트웨어) 기업으로의 전환을 추진 중이다.
김 대표는 마인드카페의 가장 강력한 무기는 AI와 사람의 협업 구조라고 강조했다. 그는 "감정의 깊이, 신뢰, 권위는 인간만이 지닌 고유한 역량이며, AI가 이를 대체할 수는 없다"면서도 "AI는 반복적이고 경미한 상태의 지속적 케어를 담당하고, 심화 상담이 필요한 경우에는 숙련된 상담사에게 연결해주는 하이브리드 모델로 진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아토머스는 'AI 기반 상담 보조시스템'을 개발하고 △상담 내용 자동 요약 △감정 키워드 분석 △관련 심리이론 추천 △상담 흐름에 따른 통계 작성 △커뮤니티 게시글에 자동으로 공감·위로 댓글 달기 등의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
이외에 서울대병원, 성모병원 등 의료기관과 함께 '챗복 기반 우울증 디지털치료제' 개발도 추진중이다. 지난해엔 국내 대표 명상 앱 '코끼리'를 인수해 명상 콘텐츠 제작과 운영 역량을 강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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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 생산성 36%' 개인보다 기업·기관이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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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토머스는 B2B(기업 간 거래), B2G(공공기관·기업 간 거래) 시장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김 대표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등 제도 변화에 따라 기업들이 사내 심리상담 서비스를 의무적으로 도입하는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고, 보험사 또한 보험금 지급률 관리를 위해 고객의 정신건강관리를 본격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B2B, B2G 고객에게는 시각화된 '조직 심리진단 리포트'가 제공된다. 이를 바탕으로 조직의 심리적 안정성, 팀워크, 직무 적합성 등을 평가하고 개선 방향도 제시한다. 실제로 마인드카페 서비스를 도입한 기업의 내부 분석 결과, 직원 생산성이 평균 36% 향상됐고, 불안 증세 및 업무 관련 손실은 50% 가까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 대표는 "정신건강 서비스의 비용 부담 주체가 개인에서 기업과 기관으로 이동하고 있다"며 "이는 이용자 저변을 확대할 수 있고, 지속 가능한 수익모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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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정신건강 플랫폼 선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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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진출한 일본에서도 성과를 내고 있다.. 커뮤니티 플랫폼을 개설한 지 1년만에 10만명의 회원을 확보했고, 하루 평균 100건 가량 상담 글이 올라오면서 비대면 상담도 본격화했다. 김 대표는 "언어만 바꾸면 바로 적용 가능한 사스(SaaS·서비스형 소프트웨어) 구조이기 때문에 확장이 쉽다"며 "앞으로 대만, 싱가포르 등 아시아권 진출에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아토머스는 올 하반기에 시리즈C 투자유치에 나설 계획이다. 올해 연매출은 200억원을 넘길 것으로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