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영화 '폭락'으로 보는 한국사회

최승재 세종대 법학과 교수(변호사) 기사 입력 2025.02.24 06:00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원하는 곳에 붙여넣기 해주세요.

공유하기
글자크기
최승재 세종대 법학과 교수, 변호사 /사진=본인제공
최승재 세종대 법학과 교수, 변호사 /사진=본인제공
최근 개봉한 영화 '폭락'은 실제 발생한 가상화폐 폭락 사태를 모티브로 한국 사회를 보여줬다. 이 영화는 50조원 증발로 전 세계를 충격에 빠뜨린 '루나' 코인 폭락 사건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루나-테라는 이른바 코인 광풍이 불 때 그 한 가운데 있었다. 지금도 가상자산에 대한 아픈 기억을 가진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배우 송재림이 연기한 주인공 양도현은 '사기꾼'이었을까 아니면 '사업가'였을까. 영화는 자신이 사기꾼이냐고 묻는 것으로 시작해서 사업가라는 주장으로 마친다.

물론 가상자산은 우리 사회가 더 이상 회피할 수 없는 이슈이고 열심히 탐구해야 할 주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월 23일 가상자산 정책을 위한 실무그룹 설립을 지시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는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가상자산 정책 방향을 보여주는 중요한 조치이다. 미국에 '디지털 자산 시장에 관한 대통령 실무 그룹'이 설립돼 가상자산 정책을 진행하는 시기에 마침 '폭락'이 개봉한 것은 우리에게 이를 회피하지 말고 직시하자고 말하는 듯하다.

이 영화에 한국 사회가 투영됐다고 느낀 이유는 실제 발생한 가상화폐 폭락사태만이 아니라 그 이면의 모습을 보여주는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영화는 실제 루나 코인 피해자인 현해리 감독의 입봉작이다. 코인 사기 용의자가 미국으로 송환되는 과정도 영화에 등장한다. 감독은 루나-테라 사건은 한국 사회가 만든 것이라고 말하는 듯하다. 그에 따르면 우리 사회에는 어떤 '기대'가 있으므로 그 '기대에 부응'해야 하고, 심지어 '돈은 버는 것이 아니라 복사를 해내는 것'이라고 믿는 사람들이 있다.

영화는 정부의 청년창업지원정책들을 부정하게 이용하거나 여기에 응해주는 사람, 이를 이용해서 이른바 '사진찍기'에 관심을 두는 정치인들이 나올 수 있음을 보여준다. 주인공은 제도를 악용하고 그것이 사기라는 인식도 없이 가상화폐 투자자들에게 말한다. "돈을 벌 때는 나에게 '갓도현'이라고 하더니 돈을 잃으니 내가 갑자기 나쁜 놈이 됐느냐", "나는 투자하라고 한 적이 없다. 너희가 좋아서 투자한 것 아니냐"는 식이다. 실제로 투자에는 위험이 따른다. 공짜 점심이 없는 것처럼 일확천금은 세상에 없다.

영화가 시대의 거울이라는 점에서 생각할 거리는 또 있다. 영화의 배경이 되는 시기에 우리 정부는 가상자산에 대해 무조건 하지 말라고 할 것이 아니라 제대로 대응 입법을 했어야 했다. 이제라도 정부가 적극 나서야 한다. 트럼프2기 행정부의 가상자산 정책을 보고, 우리도 2024년 시행된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에 더해 추가적인 입법대응 검토와 교육을 해야 한다. 우리 경제가 일부 투기세력의 놀이터가 되거나 영화 속 등장인물의 말처럼 돈 찍어내는 복사기가 돼서는 안 된다.

'폭락'은 넷플릭스 '오징어게임2'처럼 우리에게 질문을 던지고 여운을 남긴다. 이 영화는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지원을 받아 제작됐다. 이런 영화가 나올 수 있다는 것은 우리 영화산업에 다양성이 필요하다는 차원에서도 반가운 일이다. 감독의 차기작을 기대해 본다.

[머니투데이 스타트업 미디어 플랫폼 '유니콘팩토리']

관련기사

  • 기자 사진 최승재 세종대 법학과 교수(변호사)

이 기사 어땠나요?

이 시각 많이 보는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