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웹툰으로 번진 AI 찬반논쟁..."업무 효율 증대"vs"저작권 침해"

남미래 기자 기사 입력 2024.02.10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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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AI가 그리는 K-웹툰의 미래]⑦"AI 활용 가이드라인 도입 시급"

[편집자주] 국내를 넘어 글로벌 시장에서 승승장구하는 K-웹툰이 AI(인공지능)라는 새로운 전환점을 만났다. 일부 반복작업을 AI가 대체하는 것은 물론이고 기존 작가의 화풍을 AI에 학습시키는 실험도 진행 중이다. AI는 보조수단을 넘어 K-웹툰의 미래를 새로 그리는 창조의 도구가 될 수 있을까. 머니투데이 스타트업 미디어 플랫폼 유니콘팩토리가 자세히 짚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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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인공지능) 활용에 따른 저작권 침해, 일자리 감소 등의 논란은 웹툰 시장도 예외는 아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진행한 '2023 웹툰 작가 실태조사'에 따르면 웹툰 작가들 사이에서도 AI 활용에 대한 의견이 분분했다. 최근 5년 이내 웹툰 연재 경험이 있는 작가 800명을 대상으로 향후 웹툰 제작 시 AI 도구를 사용할 의향을 물어본 결과, 의향이 있다와 없다는 비용이 각각 36.1%, 35.1%로 팽팽했다. AI를 보조적인 수단으로 활용하는 점에선 긍정적이면서도 AI가 저작권을 침해하거나 일자리를 대체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는 모습이다.


보조작가로 자리매김한 AI…업무시간 단축효과 톡톡


웹툰 작가들은 업무 강도를 낮추고 제작 비용을 줄이기 위한 수단으로 AI를 활용하고 있다. 그동안 웹툰 작가들은 고강도 노동에 과로사하거나 연재 압박에 유산하는 등 업무 환경이 취약하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웹툰 작가의 노동시간은 주당 5.8일, 하루 평균 9.5시간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 웹툰 작가는 "4~5년 전부터 AI를 활용했는데 작업시간이 최소 50%는 줄었다"며 "남은 시간에 작가들이 건강관리에 집중하고 작품의 퀄리티를 높이는 데 집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스타트업들이 선보인 AI 기반 웹툰 제작 솔루션도 콘티 제작, 스케치, 채색 등 제작 과정을 자동화해 시간과 비용을 줄이는 게 대부분이다. 라이언로켓이 개발한 젠버스는 보조작가들이 그리던 캐릭터의 이미지와 배경을 대신 그린다. 회사에 따르면 젠버스 도입을 통해 기존보다 제작 속도는 10배 빠르고 제작비도 50% 가까이 절감할 수 있다. 크림의 AI 기반 맞춤형 보조작가 솔루션 '에이드(AiD)'도 작업시간을 70% 줄이고 비용도 절반 수준으로 줄일 수 있다.

이에 AI 활용에 대해 부정적이던 웹툰 작가들도 조금씩 변하고 있다. 웹툰 스타트업에 투자한 벤처캐피탈(VC) 관계자는 "투자 전 웹툰 작가를 인터뷰하며 시장 조사를 하니 웹툰 AI 솔루션에 대한 작가들의 인식이 바뀌고 있다"며 "그동안 작업의 완전 자동화, 저작권 문제 등으로 거부감을 가진 작가가 많았는데, AI 솔루션이 고도화되면서 보조적인 수단으로 도입하거나 고려하는 작가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작가 그림체, AI가 불법으로 학습?"…저작권 침해 문제는 여전


웹툰 제작에 AI를 도입하려는 움직임이 커지고 있지만 저작권 침해 등 부작용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여전하다. AI가 수집하는 학습데이터에 저작권이 걸린 작가의 이미지도 포함될 수 있어서다.

서범강 한국웹툰산업협회 회장은 "AI가 많은 데이터를 학습할수록 기술의 완성도가 높아지는데, 지금은 어떤 방식으로 어떻게 학습할 것인가에 대한 기준이 없는 상황"이라며 "웹툰 작가도 모르는 사이에 AI의 학습 재료로 사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실태조사에 응한 웹툰 작가들도 "데이터 학습을 원작자 허락을 받고 정당하게 한 케이스가 드물다", "AI가 어떤 방식으로 자료를 수집하는지에 대한 논의가 있어야 한다", "AI가 무단으로 학습한 자료 사용에 대한 저작권 문제에 우려하며 법적 규제가 필요하다" 등 AI의 정당한 데이터 학습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런 가운데 국회에서는 AI 학습과정에서 저작권 침해를 면책하는 텍스트·데이터 마이닝(Text and Data Mining·TDM) 면책 규정 도입을 논의 중이다. 이에 한국만화가협회와 한국웹툰작가협회는 입장문을 통해 "(TDM 면책 규정을) 무분별하게 도입할 경우 웹툰이 AI에 의해 무단으로 학습돼 (저작권자에게) 보상 없이 상업적 AI에 이용될 가능성이 커진다"고 우려했다.

업계에서는 AI의 저작권 무단 학습을 방지할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AI 바람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기 때문이다. 서 회장은 "웹툰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는 일본의 경우 AI 도입에 호의적인 분위기"라며 "폐쇄적인 규제보다는 원작자의 동의 의무와 데이터의 명확한 출처 표기, 무단 학습한 데이터에 대한 제재 등의 실질적인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해외도 AI 관련 저작권 소송 中…아직 판결은 없어


게티이미지가 스태빌리티AI가 자사의 이미지를 무단으로 학습데이터에 활용했다고 주장하는 사진
게티이미지가 스태빌리티AI가 자사의 이미지를 무단으로 학습데이터에 활용했다고 주장하는 사진
해외에서는 이미 AI 저작권 관련 소송이 진행 중이다. 이미지·플랫폼 게티이미지는 지난해 1월 영국의 AI 이미지 생성 스타트업 스태빌리티AI를 상대로 저작권 침해 소송을 제기했다. 스태빌리티AI가 무단으로 수백만장의 이미지를 AI 학습 데이터에 활용했다는 주장이다. 챗GPT를 만든 오픈AI도 뉴욕타임즈와 저작권 소송을 진행 중이다. 이들의 판결은 향후 AI 산업의 규제 방향의 가늠자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AI 관련 저작권법 제정에 나선 국가들도 있다. 2019년 제정된 유럽연합 DSM 저작권 지침 제4조에 따르면 권리자가 명시적으로 거부의사를 밝힌 경우 TDM 면책을 받지 못한다. 미국 저작권청도 지난해 3월 AI 창작물의 저작권 보호범위 등 관련 문제를 검토하기 시작했다.

국내도 AI 콘텐츠 부작용을 막기 위한 법안(콘텐츠산업진흥법 일부개정법률안)이 발의됐다. 텍스트, 이미지, 음악 등의 콘텐츠가 AI를 이용해 만들어진다면 해당 콘텐츠가 AI로 제작된 콘텐츠라는 사실을 명시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

다만, 데이터의 합법적인 수집 범위나 AI 콘텐츠의 저작권 인정, 불법수집·제작한 AI 콘텐츠에 대한 제재방안 등 실질적인 가이드라인은 미비한 상황이다. 한국웹툰산업협회는 △AI 학습·사용 과정에서 저작권 침해를 방지하는 기준 △공적연구·활용을 위한 AI 사용 범위 △불법수집·제작된 콘텐츠의 제재 방안 등을 담은 연구보고서를 연내 발표할 계획이다.

서 회장은 "AI 기술 자체는 가치중립적"이라며 "AI를 올바르게 사용하기 위해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국회에 전달해 입법에 반영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머니투데이 스타트업 미디어 플랫폼 '유니콘팩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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