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窓]왜 한국이 디지털헬스케어 선진국인가

최윤섭 디지털헬스케어파트너스 대표 기사 입력 2023.11.02 17:37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원하는 곳에 붙여넣기 해주세요.

공유하기
글자크기
최윤섭(DHP 디지털헬스케어파트너스 대표)
최윤섭(DHP 디지털헬스케어파트너스 대표)
디지털헬스케어는 4차 산업혁명의 핵심분야로 큰 주목을 받아왔다. 특히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면서 전 세계적으로 역할이 크게 부상했다. 한국은 미국 정도를 제외하면 글로벌에서 디지털헬스케어가 기술적, 산업적, 의학적, 규제적으로 가장 빠르게 발전하는 국가다. 최근 몇 년 동안 국내 디지털헬스케어 생태계는 그야말로 전방위로 발전했으며 이는 전 세계를 통틀어도 유례가 없을 정도다.

필자는 10여년 전 디지털헬스케어라는 단어가 한국에서 사용되기 전부터 이 분야를 개척하면서 디지털헬스케어에 '제로투원'의 과정을 함께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글로벌에서 한국의 위상이 높아지면서 격세지감의 경험을 하고 있다. 하지만 분야 외부에 계신 분들은 이런 발전을 체감하지 못하는 것 같다. 한국이 디지털헬스케어 선진국이라는 근거는 산업계, 투자업계, 의료계 및 규제와 정책에 이르기까지 말 그대로 생태계 전반에서 큰 발전이 있었기 때문이다.

먼저 산업계를 살펴보자. 스타트업업계는 디지털헬스케어 창업이 수년째 더욱 활발해졌다. 필자가 투자를 검토하는 디지털헬스케어 스타트업의 수는 매년 2배 증가한다. 지난해 200곳, 올해는 상반기 만에 거의 200곳에 달하는 디지털헬스케어 스타트업을 검토했다. 이렇게 많은 스타트업이 배출된다는 것은 더 우수한 스타트업이 나올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그 결과 산업적으로도 중요한 마일스톤을 달성했다. 상장시장에서 올해 큰 주목을 받은 의료 인공지능 회사 루닛이 대표적이다. 회의론자들은 "한국 디지털헬스케어 분야에서 조단위 기업은 나올 수 없다"고 주장한 때가 있다. 하지만 불과 지난해 상장한 루닛이 시가총액 3조원을 돌파할 정도로 시장에서 가치를 인정받는 것은 산업 전체에서도 유의미한 성과다. 필자는 수년 내에 제2, 3의 루닛이 디지털헬스케어 분야에서 나오게 될 것이라고 예상한다.

대기업들도 본격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삼성전자나 LG전자와 같은 전통적 대기업뿐만 아니라 네이버, 카카오와 같은 IT기업들도 디지털헬스케어에 승부수를 던졌다. 대기업들이 헬스케어에 관심이 있었던 것은 어제오늘 일은 아니지만 이제는 실제로 돈을 쓰고 자회사 수준의 조직을 만들며 의료 전문가들을 대거 영입해서 리더십을 맡긴다는 것이 다른 점이다.

산업계의 발전은 정부정책에 힘입은 바도 크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2월 '바이오헬스 신시장 창출전략'을 발표하면서 디지털헬스케어를 소위 '제2의 반도체'로 육성하겠다고 천명했다. 이 정책에는 디지털헬스케어 분야의 규제 및 수가개선, 법제정, 관련 전문위원회 설립까지 전방위 지원정책이 포함됐다. 이에 따라 인공지능 및 디지털치료기기 수가 관련 정책이 구체화하는 등의 결과로 이어졌다.

정부기관 중에서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규제개선이 업계에서 큰 호평을 받고 있다. 업계의 숙원이던 디지털헬스케어 전담부서가 신설됐으며 인공지능, 디지털치료기기 등 디지털헬스케어의 핵심분야에 대한 규제 가이드라인이 발 빠르게 제정됐다. 이에 따라 규제의 합리성, 일관성, 명확성이 높아졌으며 산업계에서 개발한 의료인공지능, 디지털치료기기 등에 대한 인허가도 활발해졌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관련 수가는 아직 가야 할 길이 멀지만 그래도 혁신의료기기 통합심사평가, 신의료기술평가 유예제도 등이 산업계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이렇게 한국의 디지털헬스케어는 스타트업, 대기업, 정부정책과 규제적 측면에서 몇 년 새 큰 발전이 있었다. 물론 숙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글로벌에서도 이렇게 전방위적인 발전은 한국을 제외하면 찾아보기 어렵다. 분야 외부에는 아직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디지털헬스케어는 '제2의 반도체' 수준의 거대한 산업이자 미래 먹거리로 차근차근 성장하고 있다.
  • 기자 사진 최윤섭 디지털헬스케어파트너스 대표

이 기사 어땠나요?

이 시각 많이 보는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