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스타트업의 포지티브섬 게임은 불가능한가

강훈식 더불어민주당 의원(국회 유니콘팜 대표의원) 기사 입력 2023.02.26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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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훈식 더불어민주당 의원(국회 유니콘팜 대표의원)
강훈식 더불어민주당 의원(국회 유니콘팜 대표의원)
리걸테크 플랫폼 로톡에 가입한 변호사에게 탈퇴를 요구하고 징계를 예고하는 등 사실상 로톡의 사업 활동을 방해했던 변호사단체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가 시정 명령과 과징금을 부과했다. 최근 로톡의 사업 자체가 어려워져 구조조정에 돌입했다는 소식까지 들린 상황이라 어찌보면 공정위의 당연한 결정이 나오기까지 시간이 조금 오래 걸린 것은 안타깝다.

많은 스타트업들이 기술 혁신과 소비자 선택을 강조하며 기존 사업 영역에 도전한다. 변호사, 공인중개사, 의사, 약사, 세무사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기존 사업자들과 갈등을 겪는다. 기존 사업자들의 우려를 단순히 기득권 보호로 비난할 수 없다. 이 분야는 우리 사회에서 시험, 면허 등 진입장벽을 통해 공급 총량과 서비스의 질을 통제하는 분야다. 가격 경쟁만 이뤄진다면 소비자 안전에 위협이 되거나 서비스의 질적 저하를 초래할 수 있다. 산업혁명기에 기계가 사람을 대체하거나 디지털 시대에 사업자들이 플랫폼에 필수적으로 입점하게 되면서 비롯된 저항이나 갈등 양상과 달리 어느 정도 이유 있는 항변이다.

하지만 소비자들이 그간 전문직역 서비스를 깜깜이로 소비해 왔다는 점 또한 부인할 수 없다. 이 서비스는 반복 소비가 힘들고 경험하기 전에는 서비스질을 알 수 없는 대표적인 '경험재'다. 변호사 선임 전 만나는 '사무장', 미용시술 전 만나는 '상담실장'의 역할이 큰 것은 이 때문이다. 플랫폼 스타트업들은 베일에 쌓여있던 시장의 정보접근성을 높이고 정보비대칭을 해소한다. 전 세계적으로 전문자격 시장의 정보가 확대되고 있고, 그간 기본적인 비교 정보도 소비자에게 제대로 제공되지 못했던 점을 감안하면 매우 바람직한 변화다.

시장의 정보 확대는 사업자 간 경쟁을 촉진하게 되는데 어느 곳에서나 경쟁은 환영할만한 일이 아니다. 대한변호사협회가 로톡에 가입한 변호사들에게 징계까지 예고하며 로톡을 탈퇴하도록 한 이유는 변호사 간 경쟁이 격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변호사 시장만큼은 시장 논리에 조금도 좌우되어서는 안된다는 다소 '고결한' 이유 때문일 것이다.

여기서 지적할 점은 경쟁 심화로 사업자 몫이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는 사실 '시장 규모가 고정되어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법률서비스 시장에서 변호사 수는 크게 증가했는데 서비스 수요 자체가 크게 늘어날 이유는 없으니 파이가 줄어든다는 것이다. 사업자 간 비교를 할 수 있게 하는 플랫폼의 등장은 여기에 기름을 붓는 격이라 직역단체들은 스타트업의 등장을 '제로섬 게임'으로 여기는 것이다.

하지만 정보의 확대는 이 시장에서 수요 그 자체를 증가시키기도 한다. 진입장벽이 높은 시장이었지만 직역서비스도 수요할 만하다고 느끼게 된다. 실제로 지난해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설문조사에 따르면 로톡을 이용하는 많은 소비자들이 '로톡이 아니었다면 변호사 서비스 자체를 받을 생각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대답했다.

직역단체와 갈등을 겪는 스타트업 문제는 플랫폼이 소비자 편익을 넘어 시장의 변화를 가져온다는 인식에서 해결을 시작해야 한다. 단순히 저가 서비스 공급이 아니라 정보 비대칭을 해소하고 경쟁을 촉진하여 '닫힌 시장' 자체를 '열린 시장'으로 변화시킨다는 인식에서 출발해야 하는 것이다. 신규 수요를 창출하고 공급과 수요 간의 매칭 비율을 높이면 시장의 파이 자체가 커질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스타트업이 모은 데이터를 기존 직역단체에 일정 부분 기여하거나 어느 정도 공공성을 부여해 시장의 건전성을 높이는데 사용하는 보완책을 쓸 수도 있다.

전문직역 시장에서 스타트업의 등장을 제로섬 게임으로만 인식하면 우리사회의 발전은 없다. 기존 사업자와 스타트업, 소비자가 모두 윈윈하는 포지티브섬 게임은 가능하고, 또 어렵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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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 사진 강훈식 더불어민주당 의원(국회 유니콘팜 대표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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