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40.1%'는 외면하고…'역대 최대'만 강조한 정부

고석용 기자 기사 입력 2022.11.0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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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1~3분기 벤처투자 5.4조원…역대 최대 기록"

중소벤처기업부가 지난 27일 분기별 벤처투자 현황 통계를 발표하면서 낸 보도자료 제목이다. "복합적인 경제 리스크에도 벤처투자, 펀드결성은 역대 최대"라는 부제를 가진 해당 문서는 정부가 운영하는 뉴스포털 '대한민국 정책브리핑'과 네이버·다음 등 포털에도 게시돼 국민들에게 전달됐다.

거짓말은 아니지만, 해당 발표에는 또다른 진실이 숨겨져 있다. 정작 3분기 벤처투자액은 전년 동기대비 40.1%(8388억원) 급감했기 때문이다. 코로나19(COVID-19) 팬데믹이었던 2020년 3분기와 비교해도 1.2%(150억원) 증가하는데 그쳤다. 1~3분기 누적은 1·2분기의 역대 최대 기록이 가져온 착시였다.

3분기 벤처투자 감소는 예상된 결과다. 지난해 4분기 이후 벤처투자 규모는 지속적으로 줄고 있다. 고물가에 금리가 치솟으면서 코스피 등 주식시장의 투자자본도 줄어들고 있다. 벤처투자 시장의 침체는 리스크가 큰 만큼 더하면 더했지 안정적이기 쉽지 않다. 실제 올 여름부터는 이름이 알려진 스타트업들조차 추가적인 투자유치에 실패하면서 인원을 감축하거나 폐업한다는 소식을 전해왔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벤처투자액 역대 최대 기록'에 방점을 찍었다. 1~3분기를 누적했을 때 벤처투자액이 역대 최대치를 기록한 것은 사실이지만, 하루가 다르게 위축되는 경제 상황과는 동떨어져 있다. 굳이 누적 통계를 발표해야 하는 이유도 없다. 누적으로 역대 최대라는 발표에 스타트업이 자금조달에 희망을 가질리도, 투자업계가 갑자기 적극적으로 투자에 나설 리도 없다.

홍보에만 몰두해 엄혹한 현실은 외면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특히 윤석열 정부는 내년 모태펀드 예산을 올해보다 39.8% 적게 편성해 국정감사 내내 벤처투자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 국회의 예산심사를 앞두고 반기 전 성과에 의한 '역대 최대' 기록을 내세우는 건 모태펀드 예산 축소의 명분을 위한 게 아니냐는 시선까지 제기된다.

중기부는 지금은 돈이 많아도 투자를 안 하는 게 더 큰 문제라고 했다. 그러면 투자현황은 그대로 알리고 남은 투자여력이 얼마인지 설명하면 된다. 과거 우리나라는 정부가 솔직하게 소통하지 않을 때의 충격을 뼈저리게 겪었다. 위기일 수록 현실을 직시하고 지혜를 모아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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