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상아탑의 '초격차' 혁신

임상연 미래산업부장 기사 입력 2022.09.0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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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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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바이오벤처 모더나에서 mRNA(메신저 리보핵산) 기반의 코로나19(COVID-19) 백신개발을 주도한 로버트 랭거 박사는 MIT(매사추세츠공대) 화공과 교수이자 연쇄창업가로 유명하다. 강단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R&D(연구·개발)를 하면서도 40개 넘는 스타트업을 창업했다. 모더나도 이중 하나다. R&D 성과를 서랍에 묵혀두지 않고 적극적으로 기술이전·사업화하면서 개인적인 부와 명예는 물론 기업, 더 나아가 국가 경쟁력을 끌어올리는데 공을 세운 것이다.

랭거 박사는 지난해 머니투데이와 인터뷰에서 R&D 산실이자 인재가 몰려 있는 대학이 기술창업 요람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연구자들이 진행한 연구가 전세계에 도움이 되는 제품으로 탄생할 수 있다는 것에 끌려 창업하게 됐다"며 "대학교수들이 창업하면 연구의 영향력이 잠재적으로 증가하고 학생들을 위한 일자리 창출도 가능해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에는 위대한 과학자가 많고 훌륭한 바이오 스타트업이 많은 만큼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는 바이오벤처가 나오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내년 정부 R&D 예산이 처음으로 30조원을 돌파했다. 윤석열정부가 최근 발표한 2023년도 예산안에 따르면 내년 R&D 예산은 총 30조7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3% 증가했다. 2000년 약 4조원에 비하면 비약적으로 늘어났다. 여기에 민간 R&D 투자금을 합하면 100조원을 훌쩍 넘어설 전망이다. 미국, 중국, 일본, 독일에 이어 세계 5번째 규모다. 하지만 R&D 투자규모에 비해 경제적·사회적 파급력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여전하다. 이른바 '코리아 패러독스'다. 적극적인 R&D 투자로 인구 대비 특허출원 세계 1위로 올라섰지만 기술이전·사업화가 뒷받침되지 않으면서 기대하는 일자리 창출 등 경제적·사회적 파급력을 이끌어내지 못한다는 비판이다.

'코리아 패러독스'를 극복하기 위해선 기술과 시장의 간극을 좁히고 인재 요람이자 R&D 산실인 대학발(發) 기술창업을 활성화하는게 중요하다. 다행히 제2벤처붐이 불면서 대학가에도 창업 열기가 이어진다. 대학알리미에 따르면 교수·학생 창업기업 수(4년제 기준, 교내+교외창업)는 2019년 1522개사, 2020년 1867개사, 2021년 2167개사로 늘었다. 특히 교수 창업기업 수는 2019년 260곳에서 2021년 407곳으로 56% 증가했다. R&D에 그치지 않고 그 성과물을 바탕으로 창업에 도전해 경제적·사회적 파급력을 키우려는 교수가 그만큼 늘고 있는 것이다.

'코리아 패러독스'란 오명을 벗고 R&D로 국가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해선 이처럼 창업을 통해 상아탑의 수많은 연구성과를 활용·확산하는 사례가 계속 나와야 한다. 대학가에 불고 있는 창업 열기가 꺼지지 않도록 세심한 정책 지원이 필요한 이유다. 특히 글로벌 기술패권 경쟁이 치열해지는 만큼 AI(인공지능), 반도체, 바이오, 나노, 양자컴퓨터 등 미래성장동력이자 국가안보와도 직결된 첨단기술 분야 딥테크 스타트업을 집중적으로 육성할 필요가 있다.

머니투데이 스타트업 미디어 플랫폼 '유니콘팩토리'(www.unicornfactory.co.kr)가 5대 과학기술특성화대학(KAIST, DGIST, UNIST, GIST, 포스텍)과 함께 교수·학생 창업기업을 대상으로 IR 행사인 'K테크 스타트업 왕중왕전'을 개최하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후원하는 이번 행사는 오는 10월14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리는 국내 최초·최대 종합 탄소중립 전시회 '그린비즈니스위크 2022'의 특별 부대행사로 진행된다. 이번 행사가 기술이전·사업화를 촉진해 대학발 기술창업을 활성화하고 더 나아가 초격차 딥테크 스타트업을 내실 있게 키우는 밑거름이 되기를 기대한다.

[머니투데이 스타트업 미디어 플랫폼 '유니콘팩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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