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窓]창업자에게 '조언' 말고 응원과 지지를

김홍일 디캠프·프론트원 전 센터장 기사 입력 2022.08.16 16:09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원하는 곳에 붙여넣기 해주세요.

공유하기
글자크기

[UFO칼럼] 김홍일 디캠프·프론트원 전 센터장

김홍일 디캠프·프론트원 전 센터장 /사진=홍봉진기자 honggga@
김홍일 디캠프·프론트원 전 센터장 /사진=홍봉진기자 honggga@
필자는 스타트업, 창업, 혁신이라는 용어를 거의 유사한 의미로 사용한다. 혁신과 진보(Progress)도 변화라는 관점에서 동일한 의미로 사용할 수 있다. 극작가 버나드 쇼는 "합리적인 사람은 스스로를 세상에 적응시킨다. 반면 불합리한 사람은 세상을 스스로에게 맞추려 노력한다. 따라서 모든 진보는 불합리한 사람에게 의존하기 마련이다"라고 했는데 그의 말에 따르면 스타트업 창업가는 가장 어리석은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불합리한 의지로 세상을 바꾸려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배운 대로 쉽게 세상에 적응하지 못하니 힘 있고 돈 많은 기관의 지원과 기존 세상의 경험을 축적한 멘토의 조언이 필요하다고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정말 그럴까. '불합리'하게 세상에 없는 그 무엇을 만들어가는 창업자에게 기존 세상에 합리적으로 적응해 축적한 경험과 지식이 과연 유효한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하게 된다. 봄에 씨 뿌리고 여름장마를 잘 견뎌내면 가을에 추수하는 농경제 하에서는 나이 자체가 경험이 되고 존경의 대상일 수밖에 없었다.

또 돌아가는 컨베이어벨트에서 부품을 조립하는 명장의 손길은 당연히 세월의 축적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최근 전 세계적으로 열풍인 스타트업 창업은 완전히 다른 차원의 이야기다. 이를테면 세상의 중심에 있는 스마트폰 부품과 소프트웨어 개발에 필자가 단 하나라도 기여한 것이 없는데 관련 스타트업 창업자들에게 무슨 '지원'과 '조언'을 할 수 있을까.

필자는 지난 3년간 스타트업 육성기관인 디캠프에서 젊은 스타트업 대표들과 동고동락하며 겪은 에피소드 3가지를 나누고자 한다. 창업자에게 지원과 조언을 해주는 자리에 있었지만 정작 그들에게 필요한 게 응원과 지지였다는 것을 깨닫게 해준 장면들이다.

IB(투자은행)에서 근무하던 시절 알게 된 후배와 만남이 첫 번째 이야기다. 디캠프에서 근무를 시작했을 즈음이다. IB에서 치열하게 일한 그 후배가 창업을 준비한 지 3년이 됐다며 필자를 찾아와 진심 어린 조언을 구했다. 좋은 집안, 좋은 대학을 나온 그 후배는 친구나 새롭게 만나는 사람들에게 본인이 무슨 일을 하는지에 대한 설명이 명함 하나로 끝났다. 창업 후에는 180도 달라졌다. 창업을 준비하는 3년 동안은 무슨 사업을 할지, 비전은 무엇이고 왜 이 일을 하려는지 등을 끊임없이 '설득'해야 했다. 사람은 바뀌지 않았는데 창업 후엔 본인과 사업에 대해 '설득'하는데 온갖 정성과 에너지를 쏟아야 했다는 후배의 말에 필자는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그때 후배의 이 '설명'이 없었다면 필자는 지금도 '지원'과 '조언'을 하고 있을 것이다.

두 번째와 세 번째 이야기는 사실 동일한 내용이다. 아주 가끔 저녁 늦게 디캠프 선릉캠퍼스의 스타트업 입주공간에 그냥 올라가곤 했는데 하루는 거의 밤 11시쯤 대표들끼리 기도모임을 하는 것을 목격했다. 젊은 창업자들끼리 간절히 기도하는 모습을 보고 돌아서 나오는데 눈이 마주친 대표가 나와서 필자를 안고 눈물을 흘리는 게 아닌가. 그리고 어느날은 아주 선한 눈을 가진 피투자사 대표님 한 분이 졸업한 대학에서 생을 달리했다는 소식을 듣고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사업 아이템도 좋았고 꽤 빠른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었기에 충격이 더 컸다.
이러한 일들을 겪지 않았다면 필자는 지금도 힘 있는 '지원'과 근엄한 '조언'을 하고 있을지 모른다.

경험해보지 않은 일에 '조언'과 '지원'을 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성공한 기성세대가 할 수 있는 지원과 조언은 '응원'과 '지지'가 아닐까. 필자도 조만간 아무도 해보지 않은 새로운 일을 해보려고 한다. 그리고 '조언' 말고 진심 어린 '응원'과 '지지'를 기대해본다.

'UFO칼럼' 기업 주요 기사

  • 기자 사진 김홍일 디캠프·프론트원 전 센터장

이 기사 어땠나요?

이 시각 많이 보는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