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수혜'의 배신…美증시 집어삼킨 '클로드 코워크' 뭐길래

뉴욕=심재현 특파원 기사 입력 2026.02.04 1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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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현지시간) 뉴욕증시 급락을 초래한 배경에 앤스로픽이 개발한 '클로드 코워크'의 충격파가 있다는 분석이다. AI의 발전이 기업의 효율을 높여주는 도구를 넘어 기존 산업 생태계 자체를 무너뜨릴 수 있다는 'AI 역설'이 시장에서 현실화한 사실상 첫 사례다.

클로드 코워크는 오픈AI(챗GPT)의 대항마로 꼽히는 앤스로픽이 지난달 12일 내놓은 AI 기반 작업 자동화 도구다. 기존 AI 도구가 채팅창 안에서 답변하는 '조언자'였다면 클로드 코워크는 사용자의 컴퓨터에 직접 접속해 파일을 정리하거나 이메일을 보내고 복잡한 업무 프로세스를 스스로 실행하는 '자율형 AI 에이전트'다.

특히 앤스로픽이 공개한 클로드 코워크의 '법률 플러그인'은 계약서 검토와 컴플라이언스(준법) 추적 등이 가능하다. 지금까지는 법률전문가나 관련 기술기업 등 소수만이 할 수 있던 전문영역까지 AI가 넘보는 셈이다. 이 때문에 전통적으로 법률 및 데이터 분석 등을 통해 고수익을 창출하던 소프트웨어 툴의 핵심 기능을 AI가 대체할 가능성을 제기했다.

과거에는 AI를 도입하는 기업이 돈을 더 잘 벌 것이라는 기대감이 주가를 밀어올렸다면 이제는 'AI가 우리 회사의 존재 이유를 없앨 수도 있다'는 공포가 주가를 끌어내리는 상황이 됐다. 최근 2~3년 동안 미국 증시 상승장을 이끌어온 'AI 도입은 곧 성과'라는 믿음이 깨진 셈이다.

가장 큰 타격을 입은 것은 어도비, 인튜이트, 톰슨 로이터 등 구독형 소프트웨어 기업이다. "세무 신고를 완료하고 보고서를 작성해줘"라는 말 한마디로 클로드 코워크 같은 범용 AI가 여러 툴의 기능을 통합 수행하게 되면 개별 소프트웨어를 각각 구독할 이유가 사라진다. AI가 사람 10명의 몫을 혼자 해내면 '사용자 수'에 따라 돈을 받던 기존 소프트웨어 업계의 수익 구조도 근간부터 흔들릴 수 있다.

시장에선 "AI가 촉발한 SaaS(구독모델) 붕괴", "SaaS 공황매도"라는 말이 나온다.

모건스탠리의 토니 카플란 수석 애널리스트는 "앤스로픽이 단순히 AI 모델을 공급하는 수준을 넘어 기업의 업무 수행 프로세스를 좌우할 수 있는 단계로 진입했다"며 "이는 기존 데이터 서비스 기업에 명백한 실존적 위협"이라고 분석했다. 이날 뉴욕증시에서 톰슨 로이터 주가가 15% 넘게 빠진 게 이런 공포가 반영된 결과다. 영국의 리갈 테크 기업 렐렉스와 네덜란드의 울터스 클루워는 이날 시가총액의 13~14%가 증발했다.

"AI 에이전트가 복잡한 전문 업무를 100% 신뢰성 있게 대체하기까지는 여전히 기술적 장벽이 존재한다"(윌리엄 블레어의 아준 바티아 애널리스트)는 신중론도 나온다. 그럼에도 기업들이 비용 절감을 위해 AI 에이전트로 눈을 돌리는 흐름 자체를 막긴 어렵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클로드 코워크가 쏘아 올린 변화의 흐름은 이제 시작일 뿐이라는 얘기다.

AI 연산 능력과 에이전트 기술이 고도화할수록 산업 전반의 지각변동은 가속화할 전망이다. 모건스탠리는 이날 보고서에서 "AI 기술을 도입하는 것만으로는 더 이상 경쟁 우위를 확보할 수 없다"며 "AI가 학습할 수 없거나 접근할 수 없는 독점적이고 고도로 전문화된 데이터와 그 데이터를 업무 프로세스에 녹여내는 노하우가 필요해지는 시기"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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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 사진 뉴욕=심재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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