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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D 한계를 넘어…시장과 연결되는 '기업가적 국가'가 답이다

류준영 기자 기사 입력 2025.11.27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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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성과를 시장혁신으로: 성과연계형 혁신체계를 위한 R&I 전략...KISTEP 제175회 수요포럼 개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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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태석 KISTEP 원장/사진=KISTEP
오태석 KISTEP 원장/사진=KISTEP

지난 26일, 서울 코엑스센터 아이티스퀘어에서는 우리나라 연구개발(R&D) 성과가 어떻게 '시장 혁신'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를 진단하고 새로운 대안을 모색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이날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이 주최한 제175회 수요포럼에선 '연구성과를 시장혁신으로: 성과연계형 혁신체계를 위한 R&I 전략'을 주제로 한 기술창업 활성화, 투자 효율화, 딥테크 육성 전략, 정부-민간 간 협력 체계 구축 등이 주요 화두로 논의됐다.

오태석 KISTEP 원장은 현 상황을 "한국형 R&D 패러독스"라고 규정했다. 세계 상위권 수준의 R&D 투자가 이루어지고 있으나, 결과가 시장 혁신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구조적 단절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R&D 투자 상당수는 상위 대기업 중심으로 편중돼 있으며, 상용화·실증 단계에서 자금과 지원을 확보하지 못해 기술이 시장에 진입하지 못하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

오 원장은 이를 해결하기 위한 핵심 키워드로 'R&I(Research & Innovation)' 체계를 제시했다. 이는 기존 '연구개발→논문·특허' 중심의 흐름을 넘어 '연구→실증→투자→시장'까지 이어지는 선순환형 전환 구조를 의미한다.

그는 "국가 R&D, 신성장 펀드, 모태펀드 같은 공공투자와 민간 혁신자본이 유기적으로 연결돼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미래 기술 주도권은 다른 나라에 넘어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나아가 "이번 포럼이 대한민국이 단순한 기술강국을 넘어 '혁신국가'로 전환하기 위한 지혜를 모으는 장이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후 이어진 발제에서는 구체적인 실행 전략들이 쏟아졌다.
전승수 KISTEP 사업조정평가본부장/사진=KISTEP
전승수 KISTEP 사업조정평가본부장/사진=KISTEP


"연구를 넘어 시장으로…" '기업가적 국가' 모델 제안


전승수 KISTEP 사업조정평가본부장은 이번 포럼에서 '기업가적 국가'라는 개념을 중심으로 기술 개발 이후의 단계, 즉 시장으로의 전환 과정을 국가 차원에서 어떻게 설계해야 하는지에 대해 구체적인 방향을 제시했다.

그의 문제의식은 명확했다. 연구실에서 개발된 기술이 실제 산업과 시장에서 가치를 발휘하려면 단순한 지원이나 장려책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다.

전 본부장은 산업·기술 생태계를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정교한 설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연구 성과가 사업화로 이어지는 구조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임무 기반(Mission-oriented) 접근 방식, 민관 합동 투자(PPP) 모델, 스케일업을 위한 POC(Proof of Concept) 체계 등이 반드시 갖춰져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일회성 지원'이 아니라, 재현 가능한 모델을 만들어가는 국가적 전략이라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시장에 들어서는 순간 기술은 과학이 아니라 비즈니스의 언어로 해석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연구 성과가 실험실의 성과에 머무르지 않고 기업의 비즈니스로 전환되기 위해서는, 국가가 시스템 차원에서 기술의 재해석과 시장 연결을 위한 구조를 설계해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 본부장의 발언은 연구개발을 넘어 '기술의 작동'을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 왔다는 메시지를 분명하게 보여줬다.

이강환 스펙스 CSO/사진=KISTEP
이강환 스펙스 CSO/사진=KISTEP


우주산업 중심 이미 '데이터'로 이동


이강환 스펙스 CSO는 이번 포럼에서 시야를 우주산업으로 확장하며, 미래 기술 비즈니스의 방향성을 제시했다.

그는 현재의 우주 산업이 더 이상 위성 제작이나 발사체 개발 중심이 아니라,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서비스 산업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과거에는 우주에 진입하기 위한 기술 확보가 핵심 과제였다면, 이제는 "우주로 가는 비용이 낮아지면서 산업의 무게 중심이 '기술 개발'에서 '데이터 활용과 서비스 모델'로 옮겨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CSO는 또한 "이미 연구실에 쌓여 있는 기술이라도 산업의 관점에서 다시 해석하면 새로운 사업 기회로 전환될 수 있다"며, 기술 자체의 완성도보다 기술을 어떻게 연결하고 해석하느냐가 사업화의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기술은 이미 충분하다. 중요한 것은 해석과 연결"이라는 말로 현재 R&D 환경의 한계를 지적하며, 한국 역시 기술 개발 단계에서 멈추지 않고 데이터 산업과 서비스 산업을 포괄하는 '우주 데이터 생태계' 구축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제언했다.


투자는 늘었지만, 회수 구조 막혀


이옥형 유진투자증권 실장은 현재의 투자 생태계가 겉으로는 활성화돼 보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선순환 구조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짚었다.

정부의 다양한 지원 프로그램과 창업지원금이 확대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IPO와 M&A 부진, 엑시트 부재, 시장 유동성 약화 등의 문제로 투자 회수 단계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투자의 시작보다 더 중요한 것은 회수"라며, 회수 단계가 막히면 생태계 전체가 멈추게 된다고 강조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 사업의 KPI를 시장 중심으로 재설정하고, 사업화 이후 단계에서 적용되는 규제들을 현실에 맞게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부처 간 지원 체계가 끊기지 않고 이어질 수 있도록 연결 기반의 시스템을 설계하는 것이 창업 생태계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는 핵심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 종합 토론/사진=KISTEP
△ 종합 토론/사진=KISTEP


"혁신 성과는 오히려 감소"…유니콘 양적·질적 위기


마지막 발제자로 나선 이규석 한국경제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현재 한국의 유니콘 기업들이 양적 그리고 질적 위기에 동시에 직면해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한국은 세계 2위 수준의 R&D 투자 국가임에도 불구하고, 실제 혁신 성과는 오히려 감소하고 있다"며 기술개발과 시장성과 사이의 괴리를 지적했다.

이 책임연구원은 그 원인으로 대기업 역차별 조세제도, 과도한 규제, 자본시장과의 연계 부족 등 구조적 제약을 꼽았다. 특히 기술개발이 상용화 단계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자본시장과 연결되지 못하는 현 구조에서는 유니콘 기업의 지속적인 성장과 신규 창출이 사실상 어려운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R&D → M&A → 자본시장'으로 이어지는 일관된 혁신 생태계를 다시 설계해야만 글로벌 경쟁력을 회복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

이어진 종합토론에서는 오태석 원장이 좌장을 맡아 전문가들과 함께 심층 논의를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키워드는 '연결', '정교화', '스케일업'이었다. 참가자들은 기술은 이미 충분히 축적돼 있지만, 이를 실제로 작동하게 만들 시스템과 구조가 부족하다는 점에 공감대를 형성하며 토론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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