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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부터 출하까지 한곳서 해결...K식품 스타트업 위한 '꿈의공장'

익산(전북)=류준영 기자 기사 입력 2025.11.14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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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한국식품산업클러스터진흥원 '기능성식품제형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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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일일이 박스에 담지 않아도 됩니다. 로봇이 정렬된 스틱을 자동으로 박스에 넣어줍니다."

직원의 설명이 끝나자 시선이 한 대의 AMR(자율이동로봇)로 향했다. 회색빛 바닥 위를 천천히 움직이는 이 로봇은 포장 라인에서 나온 스틱형 제품을 엑스레이 검출기 옆에서 집어 올려 자동 정렬기 쪽으로 부드럽게 운반한다. 정렬기에는 '거미손'이라 불리는 다관절 로봇이 달려 있었다. 이 로봇은 스틱 제품의 방향과 위치를 인식해 삐뚤어진 제품을 일렬로 반듯하게 맞추는 역할을 한다. 그렇게 정렬된 스틱들이 박스 안으로 들어가면 다시 레일을 타고 다음 공정으로 이동한다. 레일 끝에는 또 다른 대형 로봇팔이 기다리고 있다. 이 로봇은 완성된 박스를 한 상자씩 들어 올려 팔레트 위에 정확한 높이와 간격으로 쌓아 올리는 작업을 한다. 팔레트가 가득 차면 신호가 전송되고 지게차 로봇이 자동으로 출하구까지 운반한다.

AMR(자율이동로봇)/사진=류준영 기자
AMR(자율이동로봇)/사진=류준영 기자
창고 구역에 도착한 지게차 로봇은 팔레트를 지정된 위치에 정확히 적재한다. 공장 내 모든 로봇과 기계는 5G 네트워크로 연결돼 있어 공정 전반이 실시간으로 제어·모니터링된다. 이 관계자는 "이 정도로 물류와 포장 전 과정을 통합 자동화한 스마트팩토리는 국내 식품업계에선 아마 이곳이 유일할 것"이라고 귀띔했다.


시제품부터 양산까지...스타트업 위한 '실험공장'


한국식품산업클러스터진흥원이 운영하는 '기능성식품제형센터', 일명 '공유공장'은 식품 산업의 새로운 실험실이다. 이곳에서는 식품을 어떤 형태와 질감, 포장 방식으로 구현할지를 연구하고 실제로 만들어본다. 제조·가공·포장·보관·운반 등 식품 생산의 전 과정을 한 공간에서 구현할 수 있어 스타트업과 중소기업에게는 '실험 공장' 역할을 한다. 특히 고가의 생산 장비를 일정 비용만 내면 직접 사용할 수 있도록 개방해 대기업 중심이던 식품 제조의 진입 장벽을 크게 낮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정렬기에는 '거미손'이라 불리는 다관절 로봇이 달려 있다. 이 로봇은 스틱 제품의 방향과 위치를 인식해 삐뚤어진 제품을 일렬로 반듯하게 맞추는 역할을 한다/사진=류준영 기자
정렬기에는 '거미손'이라 불리는 다관절 로봇이 달려 있다. 이 로봇은 스틱 제품의 방향과 위치를 인식해 삐뚤어진 제품을 일렬로 반듯하게 맞추는 역할을 한다/사진=류준영 기자
센터는 GMP(우수건강기능식품제조기준), HACCP(식품안전관리인증기준) 인증을 모두 갖춘 시설이다. 때문에 출입 절차도 엄격하다. 기자도 흰색 위생복으로 갈아입고 손 소독 등을 거친 뒤에야 청정 구역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내부는 각 구역이 공기압 차단 장치로 완전히 격리돼 있다. 원료 입고 구역, 배합실, 포장실, 검수실이 서로 다른 압력과 온도로 유지돼 외부 먼지나 미생물이 유입되지 않도록 설계된 구조다. 마치 제약 공장의 품질관리 시스템을 식품 산업에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모습이었다.

배합실 모습/사진=류중영 기자
배합실 모습/사진=류중영 기자
센터 입구에 들어서면 '입고검수실'이 있다. 외부에서 반입된 원료는 이곳에서 철저한 안전성 검사를 거친다. 미생물, 대장균 등 기본적인 위생 검사는 물론 원료의 규격과 성분 일치 여부까지 꼼꼼히 확인한다. 검수를 마친 원료는 자동화 시스템을 따라 배합실로 이동한다. 거대한 고점도 유화기와 UHT(초고온순간살균기) 등 대형 장비들이 줄지어 서 있고 천장에는 굵은 스테인리스 파이프라인이 복잡하게 얽혀 있다. 기능성식품제형센터 관계자는 "이 파이프를 통해 살균된 액상이 파우치 충전실이나 스틱 포장실로 바로 이동한다"며 "배합→살균→충전→포장으로 이어지는 전 공정이 하나의 파이프라인으로 연결돼 있다"고 설명했다.

다음으로 들어선 파우치실에서는 오디즙·배즙 같은 사면파우치와 별·하트 등 독특한 형태의 형상파우치를 제작한다. 옆방으로 이동하자 또 다른 생산라인이 눈에 들어왔다. 이곳은 연질캡슐 제조실로, 젤라틴으로 만든 반투명 캡슐 속에 오메가3 같은 기능성 액상을 주입하는 과정이 이뤄지고 있었다. 이곳 장비는 모두 현장 상용화 수준의 산업용 스펙이다. 단순한 실험용 설비가 아니라 실제 기업이 바로 상품 생산에 쓸 수 있는 수준인 것이다. 덕분에 입주기업들은 한 공간에서 시제품 테스트와 소량 양산을 동시에 진행할 수 있다.


"비용 절감형 수출 거점...K식품 글로벌화 견인"


요즘 센터에서 가장 뜨거운 공간은 단연 '앰플 충진실'이다. 기업 간 사용 신청 경쟁률이 치솟을 만큼 수요가 몰리고 있다. 센터 박정섭 차장은 "최근 고농축 비타민제나 뷰티음료처럼 건강과 미용을 동시에 겨냥한 제품이 늘면서 앰플 생산 요청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고 했다.
베트남 특산품 '아티초크'를 활용한 건강기능식품 수출 프로젝트가 대표적이다. 이 프로젝트를 수행한 기업은 경기도 용인에 있는 푸드테크(식품기술) 스타트업 '웰리스랩'이다.

박 차장에 따르면 베트남에선 아티초크가 한국의 홍삼처럼 인기가 많다. 하지만 현지에는 위생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제조 인프라가 부족해 원료를 들여와 한국에서 제조한 뒤 다시 베트남으로 역수출하는 방식으로 진행한다. 3일간 총 2만병을 제조했으며 이달 말 선적하는 초도 물량만 5000만원 규모다. 박 차장은 "이번이 센터의 첫 해외 수출 사례"라며 "웰리스랩은 내년부터 수출 기업으로 본격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김덕호 한국식품산업클러스터진흥원 이사장은 센터가 중소기업들에게 '비용 절감형 수출 거점'이 되어주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곳에서 생산하면 제조원가가 일반 OEM의 절반 이하로 떨어진다"며 "스케줄만 효율적으로 조정하면 최대 3분의 1 수준까지 비용을 낮출 수 있는 데다 설비투자비가 전혀 들지 않기 때문에 스타트업이나 중소기업에게는 큰 기회"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곳에서 'K식품 글로벌화'를 계속 이뤄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형 로봇팔은 완성된 박스를 한 상자씩 들어 올려 팔레트 위에 정확한 높이와 간격으로 쌓아 올리는 작업을 한다/사진=류준영 기자
대형 로봇팔은 완성된 박스를 한 상자씩 들어 올려 팔레트 위에 정확한 높이와 간격으로 쌓아 올리는 작업을 한다/사진=류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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