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 저커버그가 중국계 AI(인공지능) 스타트업 '마누스'를 인수한다. '챗GPT'를 만든 오픈AI의 주요 경쟁사로 평가되는 마누스는 스스로 계획을 세워 업무를 수행하는 '에이전트형 AI' 서비스를 집중 개발해왔다. 메타(Meta)는 이번 인수합병을 계기로 AI 서비스 확장과 프미리엄 구독 서비스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마누스와 메타(Meta) 로고/사진=마누스 홈페이지29일(현지시간) 메타는 홈페이지 성명으로 마누스 인수 사실을 공식 발표했다. 구체적인 인수 금액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소식통을 인용해 "20억 달러(2조8800억원)가 넘는 금액으로 거래가 이뤄졌다"고 전했다. 마누스는 지난 4월 미국VC로부터 7500만달러 투자를 유치할 때 기업가치를 5억달러로 인정받은 바 있다.
메타 측은 "마누스는 시장조사, 코딩, 데이터 분석 등 복잡한 작업을 독립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자율형 범용 AI 에이전트를 구축해 왔다"며 "마누스 서비스는 기존처럼 운영·판매하되, 메타의 제품과 점진적으로 통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알렉산더 왕 메타 최고AI책임자(CAIO)는 SNS를 통해 "마누스는 현재 AI 모델의 잠재력을 실제 작동하는 에이전트로 구현하는 데 세계 최고 수준의 역량을 갖췄다"며 "메타의 차세대 AI 제품 개발에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마누스는 지난 3월 중국에서 처음 공개되며 주목을 받았다. 기존 챗봇 중심의 AI와 달리, 인간의 개입 없이 스스로 계획을 세워 업무를 수행하는 '에이전트형 AI'를 전면에 내세워 AI 패러다임 전환의 상징으로 평가받았다. 주로 앤트로픽이나 알리바바와 같은 기업들이 개발한 AI모델을 활용해 상세한 연구 보고서를 작성하고 맞춤형 웹사이트를 구축하는 방식이다. 당시 시연을 지켜본 현지 언론은 저비용·고성능 AI로 시장을 뒤흔든 딥시크 이후 등장한 중국발 혁신 기업이라는 점에서 '제2의 딥시크'로 부르기도 했다.
하지만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수출 제재가 심해지면서 마누스는 중국에서 투자 유치나 반도체 등 컴퓨팅 자원 확보에 어려움이 겪어왔다. 7월 마누스는 싱가포르로 본사를 이전했다.
메타로서는 이번 인수를 통해 AI 전략의 공백을 메웠다는 평가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저커버그가 막대한 AI투자에 대한 정당성을 입증하고, 이 기술을 수익화 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압력을 받아왔다"며 "AI 비서 서비스인 '메타 AI'의 프리미엄 구독서비스를 출시하려고 준비하던 중 이번 인수합병 소식이 나왔다"고 설명했다.
마누스는 인수 이후에도 샤오 홍 최고경영자(CEO) 체제를 유지한 채 싱가포르에서 독립적으로 운영될 전망이다. 홍 CEO는 "메타에 합류하면서도 의사결정 구조와 운영 방식은 그대로 유지할 수 있게 됐다"며 "더 강력하고 지속 가능한 기반 위에서 기술 개발을 이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