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벤처·스타트업 투자 흐름을 쫓아가면 미래산업과 기업들에 대한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습니다. 한 주간 발생한 벤처·스타트업 투자 건 중 가장 주목받은 사례를 집중 분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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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피끄의 자체 브랜드 '플렌티 플랜트' 제품들 /사진=라피끄
K-뷰티가 전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끌면서 벤처캐피탈(VC)들의 뉴페이스 발굴 움직임이 활발하다. 이런 가운데 최근 독자적인 식물체 연화기술을 보유한 라피끄가 150억원 규모의 시리즈B 투자유치에 성공해 이목이 쏠린다. 이번 투자는 코오롱인베스트먼트가 리드했으며 하나벤처스, 원익투자파트너스, 유비쿼스인베스트먼트, IBK벤처투자 등이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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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체 유효성분 100% 활용…ODM 기술력 부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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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콜마 중앙연구소 출신의 이범주 대표가 2017년 설립한 라피끄의 핵심 경쟁력은 식물체 연화기술에 있다. 이 기술은 식물의 형체를 유지하는 셀룰로오스 네트워크를 분해해 식물체 그대로 화장품 원료로 사용할 수 있게 한다. 일반적인 식물 추출물은 고형분 함량이 0.1~1%에 불과하지만 이 기술을 활용하면 고형분 함량을 80%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
이범주 대표는 "연화기술은 식물체의 유효성분을 100% 활용할 수 있고, 시각적 신기함까지 제공해 브랜드사와 소비자 모두 만족도가 높다"고 말했다. 라피끄가 개발한 제형을 적용한 제품이 아마존 베스트셀러 랭킹 상위권에 오르면서 기술력과 시장성도 입증됐다. 실적도 크게 늘어 올해는 매출액이 전년대비 최대 700%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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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자들 '비가역적 제품력'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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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투자 라운드는 7월부터 시작한 뒤 9월 납입까지 빠르게 마무리됐다. 벤처 혹한기를 감안할 때 이례적인 속도로, 특히 코오롱인베스트먼트가 8월 전체 투자금의 절반 이상을 확정한 영향이 컸다.
권용진 코오롱인베스트먼트 팀장은 라피끄의 '보이는 기술력'을 높게 평가했다. 그는 "수많은 중소형 ODM(제조자개발생산)사 중 라피끄가 독보적으로 두드러지는 이유는 식물 원료를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혁신성에 있다"며 "개발 화장품이 효능까지 뛰어나 한번 쓰면 다시 쓸 수밖에 없는 비가역적 제품력을 구현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K뷰티 트렌드가 지속되기 위해서는 새로운 제형 개발이 가능한 라피끄와 같은 ODM사가 필수적"이라며 "라피끄는 기술력을 바탕으로 다양한 제품을 개발할 수 있는 역량을 갖췄다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시리즈A에 이어 이번 투자에도 참여한 하나벤처스의 장준호 이사는 연구개발(R&D)에 집중하는 이범주 대표의 경영 역량에 높은 점수를 줬다고 밝혔다. 장 이사는 "B2C(기업과소비자간거래) 성과가 미미할 때도 R&D에만 집중하는 이 대표의 보수적인 자금운영 스타일은 회사와 투자자의 리스크를 줄이는 긍정적 요인"이라고 말했다.
라피끄의 인기 제품인 '플렌티 플랜트'의 멜팅 리프 진생 앰플, 제품에 보이는 새싹인삼잎이 문지르면 피부에 흡수된다 /사진제공=라피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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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GMP 생산 확대와 ESG 기반 확장…업사이클링 포인트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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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피끄는 늘어나는 고객사 수요에 맞춰 이번 투자금을 cGMP(최신 우수 의약품 제조 및 품질관리 기준) 인증 공장 설립에 사용한다. 충남 천안시에 연면적 1만 1636㎡ 규모의 공장을 설립해 생산 능력을 대폭 확대할 계획이다. 현재 고객사는 50곳으로 지난해 말 대비 38.9% 증가했으며, 내년은 고객사 100곳을 목표로 하고 있다.
라피끄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트렌드에 맞춰 업사이클링 기술도 개발하고 있다. 연화기술을 활용해 맥주 제조 후 남은 맥주박(BSG) 등 식품 부산물을 화장품 원료로 개발 중이며, 내년 중 관련 제품을 출시할 예정이다. 장 이사는 "라피끄의 식물체 연화기술은 유럽의 보수적인 화장품 브랜드들도 샘플을 요청할 정도로 고급 기술"이라며 "글로벌 브랜드들이 이 기술을 채택하면 기술력으로 가치를 인정받는 업사이클링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