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만 쓰는 AI 의미 없어...'피지컬·버티컬'로 글로벌 공략해야"

류준영 기자 기사 입력 2025.08.0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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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종갑 GDIN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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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갑 GDIN 대표/사진=류준영 기자
김종갑 GDIN 대표/사진=류준영 기자

"정부가 'AI 세계 3위 국가'라는 구호를 내걸었는데, 자칫 정치적 수사에 머물 위험성이 있다."

김종갑 글로벌디지털혁신네트워크(GDIN) 대표이사가 정부의 100조원 규모 '소버린 AI' 전략을 두고 신중론을 제기했다. 김종갑 대표는 "우리의 기술 현실을 냉정하게 진단하는 게 선행돼야 한다"면서 "미국과 중국이 전 세계 AI 시장의 80%를 장악한 상황에서 3위를 자처하는 것은 의미 없는 난립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현재 국내 AI 서비스의 실체를 언급하며 문제의식을 강조했다. 김 대표는 "국산 챗봇이나 에이전트라고 해도 결국은 오픈AI, 구글 등 외국산 초거대언어모델(LLM)에 의존하고 있는 구조"라며 "실제로는 그들의 API 응답을 받아서 국내 기업이 UI(사용자 환경)만 입히는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김 대표의 이 같은 진단은 '기술 주권'을 강조하는 정책 기조가 자칫 허상에 머무를 수 있다는 우려를 반영한다.

그는 "우리가 독자적 LLM이나 AI 인프라를 확보하지 못한다면 소버린 AI라는 말도 실질적 효력을 갖기 어렵다"며 "한국형 딥테크(첨단기술), 버티컬 AI 전략 등 뚜렷한 차별화 방향이 없다면 지금의 3위 전략은 실속 없이 공허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우리끼리만 쓰는 AI 의미 없어"


김 대표는 글로벌 AI 경쟁을 고대 중국의 삼국지에 빗대어 설명했다. 그는 "위·촉·오 중 하나라도 돼야 한다"며 "단순히 '3등'이라고 외치는 것은 전략이 아니며 나머지 4~6위를 통합할 수 있는 맹주가 되는 게 전략"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한국형 AI 전략도 글로벌화를 중심에 놓고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AI도 더 이상 자국 내 기술보호 개념인 '소버린'만을 붙잡고 있을 수는 없다"며 "한국형 AI를 아무리 잘 만들어도 결국 우리끼리만 쓰게 된다면 시장성과 영향력을 갖기 어렵다. 이제는 글로벌 전략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특히 중국이 미국과의 디커플링 속에 글로벌 시장에서 제약을 받는 상황을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중국이 글로벌 진출에 제약이 있는 동안 한국이 제3세계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AI 기술의 경쟁력을 평가할 때 단순한 성능이나 언어모델의 크기만으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며 무엇보다도 "글로벌 SaaS(서비스형 소프트웨어)나 플랫폼으로 확장하지 못하면 기술이 아무리 우수해도 실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가 잘 만드는 것에 AI 붙여야"


김 대표가 제안하는 한국형 AI 전략의 핵심은 '피지컬 AI'와 '버티컬 AI'이다. 단순한 기술 순위 경쟁이 아닌 기술을 실제 산업 현장에 접목해 실효성을 확보하는 전략이다. 피지컬 AI는 센서·기기·로봇 등 물리적 시스템과 AI가 결합해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하는 시스템을 뜻한다.

김 대표는 "예전 사물인터넷(IoT)이 크게 각광을 받지 못한 건 센싱만 하고 액션은 못 했기 때문"이라며 "온도가 높다는 건 알려줬지만 창문은 사람이 열었다. 이제는 AI가 직접 연다"고 말했다. 그는 피지컬 AI가 이미 실전에서 구현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GPU를 탑재한 드론이 인간 지시 없이 자율적으로 목표를 인식하고 타격한 사례를 예로 들며 "AI가 실질적인 전투 능력을 갖춘 존재로 진화하고 있다"며 "2만 달러짜리 AI 병사가 전장을 판단하고 스스로 움직이는 시대"라고 부연했다.

김 대표는 또 생성형 AI는 이미 미국과 중국의 전장이라며 한국은 특정 산업에 특화된 '버티컬 AI'에 관심을 갖고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K조선, K푸드, K팝을 비롯해 자동차, ICT(정보통신기술) 등 다양한 분야에서 강점을 가진 한국이 그 산업 기반에 AI를 접목하는 전략이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그는 "오픈AI나 구글을 따라가긴 어렵다. 하지만 우리는 세계 최고 수준의 조선 기술을 갖고 있고 콘텐츠도 잘 만들고 반도체와 자동차도 잘 한다"며 "중요한 건 이 산업 역량에 AI를 융합하는 것"이라고 역설했다.

특히, 제조 현장에서 축적된 복잡한 도메인 지식과 숙련된 기술력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로봇과 AI가 결합해 스스로 학습하고 작업을 수행하는 공장이 이미 현실로 다가오고 있으며 이는 한국의 현장 역량과 잘 맞아 떨어지는 영역"이라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우리는 잘 만드는 나라다. 그 잘 만드는 것에 AI를 더하면 그게 곧 피지컬 AI이고 버티컬 AI"라며 "이는 한국이 실질적으로 주도할 수 있는 분야"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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