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보다 가까운 '앱'…리걸테크 금지한다고 AI에 안 물어보겠나"

송정현 기자 기사 입력 2026.02.09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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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이선 변호사 "외국 법률서비스 업체에 시장 잠식"
2024년 법률서비스 무역수지 적자 1조6000억원

권칠승 더불어민주당 의원(가운데)과 최이선 한국인공지능협회 정책전문위원(왼쪽) 등 법조계·산업계 관계자들이 9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정책토론회에 참석했다  /사진=송정현 기자
권칠승 더불어민주당 의원(가운데)과 최이선 한국인공지능협회 정책전문위원(왼쪽) 등 법조계·산업계 관계자들이 9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정책토론회에 참석했다 /사진=송정현 기자

AI(인공지능) 등 기술 및 소프트웨어를 법률서비스에 접목하는 '리걸테크' 분야를 적극적으로 육성하지 않으면 외국 법률서비스 기업들에게 국내 시장을 잠식당할 것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국민들이 검증되지 않은 범용 AI 시스템으로 내몰릴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최이선 한국인공지능지능협회 정책전문위원(변호사)은 9일 권칠승 더불어민주당 의원 주최로 국회에서 열린 'AI 시대 리걸테크 정책토론회'에서 "우리가 시급히 깨뜨려야 할 가장 위험한 착각은 '리걸테크를 금지하면 국민들이 법률 영역에서 AI를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라고 밝혔다.

최 위원은 리걸테크 진흥법이 국회에서 표류하는 것과 관련 "이미 우리 생활 깊숙이 들어온 거대한 AI의 파도를 손바닥으로 막으려는 것"이라며 "우리가 검증된 국내 리걸테크를 규제로 묶어두는 사이, 국민들은 이미 '환각 리스크'가 높은 범용 AI에 법률자문을 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행 변호사법은 법률전문가가 아닌 자의 법률행위를 금지한다. 이 때문에 고객에게 직접 법률 서비스를 제공하는 국내 AI 서비스는 사실상 불법이다. 국내 기업들이 AI 기술을 도입한 해외 로펌에 막대한 비용을 지급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2024년 법률서비스 적자는 1조6000억원을 돌파했으며 법률 서비스 분야 무역수지 적자는 지속적으로 확대되는 추세다.

특히 해외 리걸 서비스를 사용할 경우 국내 데이터가 국외로 이전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법률 데이터는 국가의 통치 질서와 국민의 민감한 권리관계가 담긴 전략적 자산이다. 국내 리걸테크 산업이 고사해 해외 LLM(거대언어모델)에 의존할 경우, 국민과 기업의 법률 상담 데이터와 사건 기록 등이 해외 서버로 전송돼 학습에 이용될 수 있다는 풀이다.

최 위원은 "리걸테크 산업 진흥은 단순히 경제적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골든타임'을 다루는 긴급한 국가적 과제"라며 "리걸테크 진흥법 제정과 비변호 자본과 기술의 과감한 수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리걸테크 진흥법 표류로 국내 리걸테크 산업 지연이 임계점을 넘으면 아예 선발주자를 따라잡기 불가능한 상황으로 치달을 수 있다는 경고다.

리걸테크 진흥법은 리걸테크 산업의 범위와 개념을 명확히 정의하고, AI를 활용한 법률 서비스 기술 등 관련 산업을 체계적으로 지원·육성하기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법안이다. 권칠승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24년 대표 발의했지만, 아직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패널 토론에서는 법률 AI 전문 서비스 분야 스타트업 대표들의 발언이 이어졌다. 이진 엘박스 대표이사는 "생성형 AI의 등장은 법률정보 비대칭성을 적극적으로 해소하고 사법 접근성을 근본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며 "미국과 유럽 등 주요국은 법률 AI 산업을 국가적 차원의 신성장 동력으로 육성하는 것처럼 한국도 자체 법률 AI 기술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재원 넥서스AI 대표이사는 "변호사가 최종적으로 책임지는 AI 기술에 한해서라도 규제가 활용을 가로막지 않도록 최소한의 응급조치가 필요하다"며 "변호사들이 이러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다면 우리 회사와 같은 기술 기업은 독자적인 기술이 있어도 고객을 찾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권칠승 의원은 이날 인사말에서 "시대의 변화는 이미 시작된 만큼 기술의 파고를 거부하기보다 그 변화를 전문가의 통찰력으로 주도해야 한다"며 "전문직역이 가진 고도의 전문성이 AI라는 날개를 달고 국민에게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동참해 달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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